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18일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선언문에서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며 ‘먹사니즘’이 자신의 유일 이데올로기라고 밝혔다. ‘먹사니즘’이라는 경제학에서는 생경한 용어가 마치 문재인의 ‘소주성’을 연상케 하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거대 정당의 대표가 정쟁보다 민생을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이 제출하고 있는 일련의 경제 법안들을 보면 과연 ‘먹사니즘’을 실효성 있게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 한 둘이 아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2024년 민생위기극복 특별조치법’이 대표적이다.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전 국민에게 1인당 25~35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는 법안이다. 구체적인 지급액을 25~35만 원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해 법 시행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지급하도록 했고, 소비 진작을 위해 지역사랑상품권 사용 기간을 4개월 이내로 제한하도록 했다. 민주당은 법안에 구체적인 행정 집행의 대상·시기·방식을 담는 ‘처분적 법률’을 활용해 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즉각 집행하는 특별법을 상정한 것이다.
하지만 그간 정부의 세수 부족을 고려하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민생회복지원금을 추진하는 정책이 올바른지 의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2조8193억 원(1인당 25만 원 지급)에서 17조9471억 원(1인당 35만 원 지급)이 든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추경 편성 요건에 양극화 해소와 취약계층 생계 안정을 추가한 ‘국가재정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어려운 취약계층을 돕는 대책은 필요하지만 빚까지 내서 현금을 뿌리자는 것은 매우 잘못된 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올해 5월 기준 관리재정수지는 74조4000억 원 적자를 기록하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세수 펑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추경을 편성하려면 결국 나랏빚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이미 국가채무는 5월 기준 1146조8000억 원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전 국민을 대상으로 돈을 풀면 물가상승을 부추겨 되레 서민의 삶을 더 어렵게 하고 재정을 악화시켜 미래 세대 부담을 늘리는 부작용을 낳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입법공청회에서도 “정부의 핵심 권한 중의 하나인 재정권을 사실상 국회가 행사하는 것이 된다는 점에서 헌법상 삼권분립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재정 편성 및 집행을 사실상 국회가 입법으로 결정함으로써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배되는 입법에 의한 정부 재정권의 침해로 위헌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2024년 민생위기극복 특별조치법’을 강행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진행할 것이며, 만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엔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했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2조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후 재표결을 통해 폐기된 바 있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22대 국회 들어 노조 측에게 더욱 유리하게 강화되어 제출된 것이다.
우선 노조 활동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한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노조의 의사결정에 따른 행위의 경우 노동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금지했다. 또한 이번 개정안에는 ‘노동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노조는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기존 법 조항을 삭제해서 노조의 설립·변경신고를 완전히 풀어 주어 특수고용직노동자도 노조를 형성해 회사를 상대로 쟁의할 수 있게 된다.
당연히 경제단체들은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봉쇄하고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원청기업을 상대로 하청 노조가 끊임없이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행위를 벌인다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는 붕괴되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중소기업계의 일자리 감소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민주당이 민생·경제 살리기를 진정 원한다면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가능케 하는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경제 살리기 입법을 외면한 채 추경 타령만 되풀이하거나 노조의 권한만 강화한다면 무분별한 추경으로 국가채무를 급증시키고 소수 노조의 혜택만 강화시켰던 문재인정부 시즌2라고 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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