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해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가운데 11월 미 대선에 미칠 영향에 눈길이 쏠린다. 주가 급락을 보며 경제 상황을 어둡게 보는 유권자가 많아지면, 그간 고물가로 공격을 받아 온 민주당과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더욱 수세에 몰릴 수 있다.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증시 급락을 바이든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며 경기 비관론을 강조했다. 5일(현지시간) 오전 미 증시가 개장과 함께 급락을 보인 직후 트럼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주식시장 붕괴, 끔찍한 고용률, 세상이 3차 세계대전으로 가는 와중에 역사상 가장 무능한 두 명의 지도자를 가졌다”고 적었다.
또 “캘리포니아를 통째로 망친 극좌 미치광이를 시장(市場)이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 “트럼프의 번영이냐 카멀라의 폭망·2024년 대공황이냐 유권자들의 선택” 등 격렬한 발언이 이어졌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 J.D. 밴스 상원의원 역시 엑스(X)를 통해 “(이런 위기 상황엔) 트럼프 1기 때 같은 안정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캘리포니아를 거론한 것은 국경 및 불법이민 문제 관련해 이 지역에서 법무장관과 연방 상원의원을 역임한 해리스를 겨냥하기 위해서다. 미국 최대, 전 세계 5대 경제체인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20여 년 밀입국자들에게 최고의 지리적·제도적 편리함을 갖춘 지역으로 꼽혀 왔으나 동시에 삶의 질도 현저히 추락해 근년 기존 주민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뉴욕타임스(NYT)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SNS 글은 경제 상태 및 관측이 11월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보여준다. 그간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의 최대 현안은 경제와 물가였는데 트럼프와 해리스 양측이 현 상황을 전혀 다르게 묘사해 왔다는 것이다. 정치매체 더힐 또한 트럼프가 이번 사태를 바이든정부의 실정 탓으로 몰아 해리스 책임론까지 강화할 기회로 삼았다고 논평했다.
일찍부터 트럼프는 “파국 직전의 경제”를 개탄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해 왔다. 올해 상반기 성장률이나 일자리 통계에 비춰 경제 상태를 양호한 편인 것으로 보는 여러 전문가들 시각과 배치된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 나타난 유권자 다수의 체감 경기가 트럼프 주장 쪽에 가깝다는 게 NYT 지적이다.
NYT에선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역할도 주목했다. 연준이 9월 기준금리를 낮춰 물가가 잡히면 경제 개선 기대감이 강화돼 해리스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지난달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이 해리스에게 피해를 줬을 수 있다는 민주당 인사들의 우려를 함께 전했다. 연준의 금리인하 지연이 경기 경착륙 가능성 신호로 감지돼 주식을 서둘러 투매하게 만든 한 이유가 됐다고 본 것이다.
한편 주가지수와 선거 결과 사이의 상관 관계를 부정하는 입장도 한다. 2020년 코로나19 회복 기대와 막대한 유동성 덕분에 증시 호황이었지만 트럼프가 패배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당시 일부 지역 유권자 등록이 매우 허술했고 우편투표나 개표에도 큰 문제점이 지적됐음을 도외시한 진단이라는 비판에 반론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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