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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언제까지 미·중 마찰 피해자로 남을 것인가
한국을 피해자로 본 IMF 경고… 중국 의존도 줄여야
선택 폭 좁다면 獨·日과 합종연횡, 적과의 동침도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0-30 06:30:55
 
▲ 김상철 글로벌비즈니스연구센터(GBRC) 원장
오리무중의 미국 대선이 코앞이다. 카멀라 해리스와 도널드 트럼프 중 누가 이기든 안보·경제와 관련한 글로벌 지형을 크게 바꿔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리스가 되면 충격파가 덜 하겠지만 트럼프가 집권하면 더 큰 변화를 감수해야 한다. 다만 트럼프 1기 때의 경험을 유추해 보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감은 잡힌다. 
 
분명한 것은 미국과 그 동맹국, 그리고 반대편의 중국과 러시아의 힘겨루기, 즉 신(新)냉전이 더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급변하는 세계의 지정학적 지형을 통찰하면서 어떻게 국가의 이익을 고수해 나갈 것인가, 이것은 각국이 당면하고 있는 공통의 딜레마다. 시작이 있으면 당연히 끝이 있지만 아직은 끝이 잘 보이지 않는 더 큰 미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형국이다.
 
10여 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미·중 마찰에 한국은 수혜자인가 아니면 피해자인가. 이에 대한 해답을 제삼자인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고 있어 씁쓰레하다. IMF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한국 무역에 긴장감을 높이면서 하방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가 당선되어 중국산 수입 상품에 60%의 관세를 일괄적으로 부과하면 한국 경제성장에 큰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한국 무역의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것을 고려한 평가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중국 상품에 대한 고관세 부과가 역으로 한국 상품에 대한 반사이익이 될 수 있다고도 한다. 실제로 이런 영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중국에 발목이 잡혀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큰 것이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국 무역의 최대 효자 품목인 반도체가 미·중 갈등의 와중에 최대 피해를 보고 있다. 중국에 대한 본격적인 반도체 제재가 시작된 지 4년이 지나면서 글로벌 반도체 분업 구조에서 대만의 TSMC가 최대 수혜자로 등극한 반면 삼성은 피해자로 전락했다. 
 
첨단 칩 제조에 대만의 독식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반면에 한국의 위상은 급속도로 쪼그라들고 있는 판이다. 지나치게 미국 눈치만 보다가 오히려 설 자리를 잃었다. 중국의 첨단 반도체 자립 속도는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한국 반도체만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희생양이 되는 모양새다. 중국 시장으로의 수출 길이 막히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대만과 비교해 민첩성이나 유연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냉정한 대내외 평가다.
 
최근 상황을 보면 전통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 일본을 비롯해 한국의 하강세가 심상치 않다. 중국은 전방위 압력에도 불굴의 투지로 견뎌내고 있다. 독일은 유럽의 최강자에서 병자로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일본 경제는 바닥 탈출 조짐을 보이면서도 제조업 침체와 고물가로 맥을 추지 못해 올해 상반기에도 마이너스 성장(-0.9%)을 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믿는 구석인 수출이 부진하니 성장률이 0.1%에 그치면서 경기 하강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급기야 성장 전망치를 낮추는 등 북새통이다. 정부는 경기침체가 아니라고 애써 위로해 보지만 글로벌 경제 정세가 한국에 유리하기보다 불리한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제조업과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지금의 신냉전 체제는 다음 4년은 물론이고 적어도 2030년까지는 계속될 것이다. 어느 한쪽으로 균형추가 기울어지지 않는 한 갈등의 수위는 더 높아질 것이다. 안보와 경제가 하나로 묶이면서 상품·기술·자원을 매개로 하는 보호무역이 한층 더 기승을 부릴 것이 매우 자명하다. 대안 기지로 떠오른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줄타기도 더욱 교묘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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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미국·중국·러시아 사이에서 집요하게 반사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은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비중을 두면서 이익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나 아프리카 국가들도 양극단을 오가며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경계선을 넘나드는 선택을 반복할 것이다. 24일 러시아에서 폐막한 브릭스(BRICS·중국과 러시아를 주축으로 하는 신흥경제국 모임) 회의에 36개국이 참가(22개국은 국가원수 참가)한 것만 보더라도 미국보다 중국·러시아 편에 서려는 개발도상국들이 의외로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한국이나 일본 혹은 독일이 이들의 편에 설 수는 없는 처지다. 미국의 힘이 전부가 아니라면 같은 편끼리 더 적극적으로 합종연횡해야 한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어제까지는 적이었다 해도 이제는 과감하게 손을 잡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가 도래했다. 현대차가 일본의 토요타와 손을 잡고 미래 모빌리티와 수소차 개발에 협력하기로 한 것은 미·중 마찰에서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는 불가피한 판단인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반도체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 수입 관련 중국 의존도가 80%에서 30%로 낮아지고 일본산이 40%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한·일 공급망 협력이 다시 살아나고 있어 다행스럽다. 올해 4월 발효된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를 활용하여 소재 혹은 자원 수입선 다변화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 중국과 덜 엮일수록 우리의 행동반경이 넓어지고 보호무역의 격랑 속에서도 이익을 찾기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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