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을 파병한다는 뉴스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특수부대 병력 1500여 명이 이미 파병되었고 추가로 1만여 명의 병력을 추가 파견할 것이라고 외신이 전한다. 한국 정부는 서랍 속에 넣어 두었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명 살상 무기 지원이란 카드를 꺼내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력 간의 정면충돌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남북 간의 간접적 대리전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제3차 세계대전의 서막이라고까지 경고한다. 북한 정권과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처지에서 북한·러시아 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밀착이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예고한다. 이에 더해 북한은 연일 남한에 대해 ‘주적’이라고 하면서 서슬 퍼런 협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남북한의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분위기다.
안보 관련 세계 정세를 보면 여전히 지뢰밭이다. 휴전의 기미가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확전의 여지가 더 많다. 이스라엘·중동 전쟁은 1년을 넘어서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32개월을 넘기면서 곧 3년이 된다. 이 두 개의 전쟁에 더해 중국은 최근 2022년 이후 네 번째인 대규모 대만 포위 군사 작전을 전개하면서 동북아시아 지역의 군사적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중국의 이와 같은 행보는 특히 대선(大選)이 코앞인 미국과 새로운 정권이 출범한 일본의 간을 보기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핵무기 밀집도가 가장 높은 이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러시아·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정면으로 노출된 한국의 정세가 매우 위태롭다. 표면적으론 평화로워 보이지만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함이 가중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시점에서 닥치지도 않은 위험에 대해 지레 공포감을 조장하거나 위기를 침소봉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정상적인 국가 체제라면 이에 대한 대비와 적절한 시나리오 플래닝은 필연적이다. 이스라엘이 중동과 벌이고 있는 전쟁의 양상(이스라엘과 이란의 ‘대리전’)은 우리에게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무엇보다 시선을 사로잡는 건 나라를 잃으면 끝이라는 절박감과 거대 세력인 상대를 압도적으로 제압하는 이스라엘의 첨단 전쟁 수행 능력이다. 특히 정보력과 기술적 우위가 돋보인다. 팔레스타인(하마스)·이란·레바논(헤즈볼라) 등 이슬람 세력도 정신력에서만큼은 이스라엘에 못지않게 무장되어 있으면서도 전쟁의 결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이스라엘 군대의 성공 비결은 익히 알려져 있다. 현대 전쟁에서 어떻게 승리하는가를 잘 보여 주는 사례로 한국 군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한국군의 현실을 보면 실망스럽다.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갈수록 하향곡선을 드리운다. 크고 작은 사고가 연이어 터진다. 심지어 귀를 의심할 정도의 사건들까지 일어나 과연 이런 일이 군대라는 조직에서 있을 수 있나 하는 의구심까지 들게 한다. 군의 사기는 바닥까지 떨어지고 전투력까지 의심받고 있다. 무기는 세계 최강이라고 하지만 병력이 모자라 훈련을 품앗이할 정도로 한국군의 여건과 상황은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고, 이를 위해선 체질 변화를 위한 과감한 전략적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와 같은, 과거와 전혀 다르지 않은 무모한 훈련이나 기강 잡기 일변도의 관행만으로는 당면한 위기를 극복해 내기 어렵다. 군대에서 계속 이런 행태·양상이 지속되는 것은 군에게나 국가에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현대 군대에 정신력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전문성이다. 그래서 세계의 첨단 강군(强軍) 육성에 주력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군에 근무하는 병력의 자질과 수준을 올리면서 이를 사기로 연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단지 의무 병력의 복무 기간은 단축하고 급여를 획기적으로 인상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로 인해 오히려 상대적으로 급여 차이가 줄어든 부사관이나 장교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결과적으로 조직의 위화감만 부추길 뿐이다. 실제로 군대를 떠나는 부사관들이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비상식적인 불균형 접근이 도리어 군대의 사기를 저하시키면서 또 다른 대책을 남발해야 하는 부작용을 양산한다. 이런 방식으로는 실시간으로 닥치고 있는 북한의 위협과 주변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해법은 선명하다. 첨단 군대로의 획기적 변신이다. 비생산적이 아닌 생산적 군으로 바뀌어야 하고 장병들에겐 군 근무가 낭비가 아닌 소중한 시간이 되어야 한다. 국가도 투자한 만큼 손해 보지 않을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이스라엘은 군이 창업 혹은 스타트업의 요람이라고 할 정도로 군대의 기술이 민간에 접목되어 국가 기술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미국도 군대를 통해 첨단 기술의 상용화를 유도한다.
정부가 방산 4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미국·러시아·프랑스 등 3강을 제외하면 4위권 이하 방산 수출국들의 차이가 미미해 허황된 목표는 아니다. 다만 민간이 아닌 군 주도의 방산 기술 개발과 혁신이 필요하다. 더 혹독한 겨울이 오기 전에 군이 먼저 개혁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중이 제 머리를 깍지 못하면 민간에게 수술 집도를 맡겨야 한다. 훈련을 포함해 전방위적인 혁신 프로그램과 커리큘럼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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