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보험이익 4위로 추락했다. 업계 2위에서 4위로 추락하는 데 딱 1년이 걸렸다. 연초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수익성에 유리한 보장성보험 판매에 힘을 쏟았으나 비용이 커지면서 이익이 급감했다. 3분기까지 쓴 사업비만 3조 원이 넘는다.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금융당국이 보험 해지율 가정 변경에 손을 댄 만큼 주요 생명보험사로서 수익성 감소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스카이데일리가 27일 주요 생명보험사 분기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한화생명의 3분기 누적 보험손익은 3814억 원(별도 기준)이었다. 전년 동기(5645억 원) 대비 32.4% 줄어든 규모다. 3분기만 떼어놓고 보면 보험손익은 1726억 원에서 1068억 원으로 38.1% 급감했다.
주요 보험사와 상반된 행보다. 삼성생명의 3분기 누적 보험손익(1조1871억 원)은 1년 전과 비교해 –1.6%로 둔화세를 보였고 교보생명(5572억 원)·신한라이프(5981억 원)는 보험손익이 각각 46.1%·20.7% 늘어났다. 실적 악화에 따라 한화생명은 보험 순위가 2위에서 4위로 떨어졌다. 투자손익 등을 합친 영업이익도 6612억 원에서 3684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 같은 부진은 비용이 급증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3분기 누적 보험서비스비용은 3조4323억 원으로 1년 전(3조492억 원)보다 12.6%(3831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험영업수익이 3조6137억 원에서 3조8137억 원으로 5.5%(2000억 원)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차이가 크다. 경쟁사인 교보생명은 보험비용을 1년 전보다 4.5% 줄였고 신한라이프는 7.1% 늘리는 데 그쳤다.
보장성보험 판매 확대에 열을 올린 게 독이 된 듯하다. 한화생명은 9월까지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에 유리한 보장성보험 상품을 거의 매달 내놓았다. △The H 건강보험 △간병·치매 보장 신상품 3종 △The H 초간편 암보험 △암플러스 종신보험 △시그니처 암치료비보험 △The H 재해보험 △H10 건강보험이 대표적이다. CSM은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의 현재가치로 보험금 지급이 확정적이지 않은 보장성보험이 CSM 확보에 유리하다.
한화생명은 보장성보험 판매 과정에서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했다. 9월까지 지출한 보장성·저축성·단체보험 사업비는 총 3조1029억 원에 달한다. 1년 전(2조4073억 원)보다 6956억 원 늘어난 규모다. 이 가운데 보장성보험이 9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삼성생명(4624억 원)·교보생명(2805억 원)·신한라이프(4236억 원) 등 주요 생보사와 비교해서도 사업비 증가 폭은 컸다.
사업비는 보험사들이 모집계약에 사용된 비용으로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판매 수당 등이 포함된다. 2023년IFRS17 도입 후 CSM 적립에 유리한 보장성보험이 주목받으면서 건강보험 등의 판매 과정에서 설계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큰 비용을 지출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열띤 노력에도 CSM 적립에 따른 효과는 크지 않았다. 1~3분기 CSM 변동에 따른 이익은 6472억 원으로 작년 동기(6683억 원)보다 3.2% 감소했다. 신계약 CSM도 1조8560억 원에서 1조5380억 원으로 17.1% 감소했다. CSM 잔액은 1년 새 6.8% 줄어든 9조1300억 원이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보험손익 부진했던 것은 영업이 나빠서라기보다는 당국의 제도 변경에 따른 부채 할인율 조정·IBNR(미보고발생손해액) 반영 등의 영향이 컸다”며 “신 회계제도에 맞춰서 제3보험 등 고수익성 일반 보장성 상품을 계속 확대하고 있고 보험 영업 트렌드가 GA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환금성 중심의 영업력 강화 등을 계속 지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금융당국이 ‘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무·저해지 상품 수익성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당국은 최근 완납 직전까지 높은 해지를 가정하는 무·저해지 상품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보험사에 완납 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로그-선형모형’을 사용하라고 요구했다.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해서는 해지율을 30% 하한을 두도록 했다.
보험 해지를 비교적 낙관적으로 본 한화생명으로서는 더 민감할 전망이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올해 무·저해지 장기인보험 납입 기간(5·7·10·15·20년) 내 해지율 가정은 평균 5.9%로 삼성생명(4.4%)·교보생명(3.2%)을 웃돌았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보험업계에 대해 “재무적으로 영향이 큰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과 단기납 종신보험 해지율 가정 변경을 중심으로 업계 전체적으로 내년 CSM 잔액이 3.8%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마진 하락에 따른 보험료 인상으로 건강보험 신계약 매출이 하락해 궁극적으로 CSM 상각익이 감소하며 전체 순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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