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적 아이디어(schizophrenic idea)
트럼프 대통령의 전 안보보좌관 존 볼턴은 회고록에서 “하노이 영변 딜은 문재인(대통령)의 조현병적 아이디어”라고 썼다.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영변(핵시설) 폐기’ 대가로 경제제재 해제를 제안했지만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영변+α’를 요구해 결렬됐다. 이후 북한 비핵화 논의는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런데도 하노이 결렬 직후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볼턴과의 통화에서 ‘영변 핵을 폐기하면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단계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입장에 큰 차이가 있는데도 정 실장이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하여간 말은 잘 지어낸다. 현 집권세력들은 국민들에게 ‘한반도 운전자론’을 주장하며, 미·북 비핵화 회담을 중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미·북 양측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미국과 북한 모두 현 정권에 속았다는 불만이 여러 곳에서 흘러나온다.
“2018년 5월 백악관을 방문한 정 실장이 4·27 판문점선언을 설명하면서 ‘김정은이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 ‘문 대통령이 김정은 설득 가능’ 등을 얘기했다고 적었다. 당시 정 실장은 볼턴에게 ‘김 위원장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VID) 비핵화에 동의하도록 그를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한다. 그래서 미국이 한국을 믿고 1차 북·미 정상회담(2018.6.12. 싱가포르)에 나섰다고 그는 회고했다.
그러나 북한은 CVID식 비핵화를 언급한 적이 없었다. 따라서 볼턴의 주장이 맞다면 정 실장이 미국을 속인 셈이다. 그동안 북한은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 비핵화에 맞춰 주한미군 철수와 미국의 핵우산 보장까지 제거하는 내용이다.”
“종전선언 주장도 엇갈린다. 볼턴은 ‘종전선언은 김정은도 원치 않았는데 문 대통령이 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종전선언이 북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청와대의) 통일 어젠더를 뒷받침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해체하는 효과가 있는 종전선언에 대해선 당시 던포드 미 합참의장도 ‘왜 검토해야 하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Korea JoongAng Daily, 2020.6.22.)
‘운전자론’은 국민들을 기망하는 국내용 언사이고, 비핵화에 대해서는 북한의 의사가 없음에도 우리 국민과 미국을 속인 셈이다. 또 북한이 종전선언을 원한다고 거짓말을 한 듯하다. 미국이 종전선언을 받으면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를 주장하려 했던 것 같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고 난 뒤 볼턴은 미·북 비핵화 외교 전 과정을 가리켜 “한국의 창조물(creation)”이라고 비평했다. 협상의 여지가 없는 것을 있는 듯이 ‘창조’했다는 것이다.
북한 정권에게는 대북제재 해제와 종전선언을 미국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한 것 같다. 북한 지도부는 미국과 마주 앉아보고는 미국의 뜻이 전혀 다른 것을 파악하고 분노했다.
“김여정은 이날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문 대통령의 15일 청와대 발언과 6·15선언 20주년 영상 메시지를 두고 "자기변명과 책임회피, 뿌리 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됐다"고 평가절하 했다.”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교착의 원인을 외부로 돌렸다, ‘과거 그토록 입에 자주 올리던 ‘운전자론’이 무색해지는 변명이 아닐 수 없다’면서 ‘철면피함과 뻔뻔함이 묻어나오는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세계일보, 2020.6.17.)
현 정권은 북한 정권에게 무엇을, 얼마나 해 주겠다고 약속하였는가? 국가 안보와 국민들의 세금이 드는 일을 국민들께 밝히지 않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반역이다. 북한 정권은 현 정권이 대북 제재를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상당히 많은 지원을 해 줄 것이라고 내부적으로 널리 알렸던 모양이다. 그런데도 아무런 지원이 없자 이에 실망한 옥류관 주방장 오수봉도 욕설을 퍼부었다.
“오 주방장은 ‘평양에 와서 이름난 옥류관 국수를 처먹을 때는 그 무슨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고 돌아가서는 지금까지 전혀 한 일도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2020.6.13.)
세계는 지금 급변 중이다. 지식경제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주요 국가들은 교육과 시장제도 부문을 비롯하여 나라를 통째로 바꾸는데 사활을 걸고 있는데, 19세기 자본주의 초기에 대응하는 낡은 사상인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로는 더 이상 나라를 경영할 수 없다.
중국도 전체주의적 체제를 유지하는 데 한계에 도달한 듯하다.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거대한 부채 폭탄이 언제 폭발할지 모르고, 부채를 통한 성장이 한계에 달하면 2-3억명에 달하는 농민공의 실업이라는 또 다른 폭탄이 기다리고 있다. 전체주의 계획경제로 위기 극복이 가능할까? 중국 지도부도 내심으로는 체제 위기를 느끼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북한은 중국보다 훨씬 경직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종교적 전체주의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21세기에는 그런 낡은 이데올로기로 국가 경영을 할 수 없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북한 정권에 기울어진 통일 외교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북한 정권을 독자적으로 도와주려다간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가 두렵고, 대한민국 국민들과 미국의 요구를 존중하여 북한 정권에 대응하자니 과거 북한 정권에 덜미 잡힌 행적이 폭로될까봐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과거부터 종북세력들의 통일과 외교 정책은 수시로 널뛰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대중국 전략보고서
필자는 오래전부터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달라지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 동안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중국이 제공하는 돈에 의해 여론이 조종되거나 인텔리들이 헛된 이데올로기에 취해 친중적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중국 공산정권의 인권 탄압, 후진국에 대한 부채 함정 빠뜨리기, 코로나 사태에서 보인 독재 권력의 언론 탄압과 사실왜곡, 무책임성을 세계인들이 지켜봤다. 이제 세계는 전체주의 중국의 실체를 깨닫게 된 것이다. 세계 질서의 재편과 국가적 가치관의 충돌이 본격화되고 있다.
필자는 진즉부터 우리 기업들에게 가급적 중국에 투자하지 말고, 투자를 하더라도 이익 회수가 가능한지 잘 따져보고, 특히 제재 위반 문제나 기술 유출 문제 등 국제정치적 판단에 유의하라고 경고했었다. 자유 진영에서는 중국의 군사기술에 전용될지도 모르는 민간기업의 신기술 유출에 신경을 곤두세우는데, 한국 기업이 그런 기술유출의 통로가 된다고 판단되면 앞으로 우리 기업들은 선진국의 신지식과 신기술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자칫하면 세계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
지금의 미중관계가 단순히 트럼프 행정부만의 문제라고 판단하면 큰 오산이다. 2020년 5월 20일, 백악관은 2019회계년도 국방수권법(FY2019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에 따른 보고서를 발표하였는데, 이 보고서는 중화인민공화국(PRC)에 대한 전략적 접근법과 정부 전체(whole-of-government)의 중국 전략 상세를 담고 있다. 이 보고서는 미국 행정부에서 광범위하게 조정되고, 미국 의회의 동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미 의회는 중국공산당의 악의적인 행동을 조명하는 청문회, 성명, 보고서 등을 통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의회는 또한 미국 정부가 미국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권한과 자원을 제공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 전략 발언에서, 미국은 “지난 20년간의 실패한 정책, 즉 경쟁국들과의 참여와 국제기구와 국제 무역에 대한 그들의 참여가 그들을 선의의 행위자 및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만들 것이라는 가정에 기초한 정책을, 다시 생각해 볼 때”라고 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 공산당의 정책과 행동이 어떻게 미국이 원칙적인 현실주의로 회귀하도록 강요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Foreign Policy, 2020.5.26.)
신 냉전과 세계 질서의 재편
“1979년 미국과 중화인민공화국(PRC)이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래,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정책은 포용심화가 중국의 근본적인 경제·정치적 개방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중국이 건설적이고 책임감 있는 글로벌 이해관계자로 부상할 것이고, 보다 개방적 사회를 가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었다. 40여년이 지난 지금, 이 접근법은 중국 내 경제·정치개혁의 범위를 제약하려는 중국공산당의 의지를 과소평가한 것이 분명해졌다. 지난 20년 동안 개혁은 정체 또는 역전되어 왔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 발전과 세계 참여의 증가는 미국이 바라던 대로 시민 중심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질서로 수렴되지 않았다. 대신에 중국공산당(CCP)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규칙에 기초한 질서를 악용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제 시스템을 재편하려고 기도했다.”
미국은 안보위협을 먼저 검토했다. “2017년 미국 국가안보전략(NSS)의 4대 축을 거론하였다. (1) 미국과 미국 국민의 삶의 방식을 보호하고, (2) 미국의 번영을 촉진하고, (3) 힘을 통해 평화를 보존하며, (4) 미국의 영향력을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은 중국과 경쟁하더라도 이해관계가 일치되는 곳에서 협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려고 하지도 않고, 중국 국민들과 단절하고 싶지도 않다. 미국은 자국과, 기업, 개인이 모두 안보와 번영을 누릴 수 있는 중국과 공정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천명했다.”
이를 위해, “미국은 또한 자유롭고 개방적인 질서의 공유 원칙을 지원하기 위해 외국의 동맹국, 파트너, 국제기구들과 협력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긍정적인 대안을 개발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살펴보자면, 이러한 시책의 많은 부분이 국방부 2019년 6월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 및 국무성 11월 인도-태평양 자유 및 개방에 관한 보고서와 같은 문서에 설명되어 있다. 미국은,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인도-태평양 전망, 일본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비전, 인도의 역내 모든 나라와의 안보와 성장 정책, 호주의 인도-태평양 개념, 한국의 신남방 정책, 그리고 대만의 신남방정책 등과 상호 연계된 비전과 접근법에 협연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국가적 가치에 입각한 동맹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은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국제체제의 토대가 된 근본적 가치와 규범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보여준다. 미국은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고 싶지 않지만, 중국이 국제적인 약속과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않거나), 특히 미국의 이익이 위태로울 때 미국은 계속해서 솔직해질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전략, United States Strategic Approach to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우리 주변에 흔히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양다리 걸치기 전략이 마치 현명한 전략인 듯이 회자된다. 틀렸다. 낮에는 A와 살고 밤에는 B와 산다는 결혼생활이 있을 수 있는가. 변화의 시기에는 정신을 똑바로 챙겨야 산다. 신 냉전은 이미 시작되었고, 국제 질서는 재편 중이다.
각국은 국가적 가치관이 비슷한 나라들끼리 동맹을 재편할 것이다. 지식경제 시대 중국은 우리의 롤 모델, 생존의 조건이 될 수 없다. 중국 편에 서는 것은 나라가 자폭하는 길이다. 근본적으로 전체주의 정치경제 체제로는 지식경제 시대에 필요한 지식체계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중국은 벌써 손을 들었다. “왕이 외교부장은 ‘미국 일각에서는 성장하는 중국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나는 중국이 절대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하거나 미국에 전면적으로 대항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자 한다’ 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 인민의 민생을 개선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스카이데일리, 2020.7.10.)
정권이 국민들의 바램과 다르게 움직이면, 국민들은 먼저 그 정권부터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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