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 남쪽 땅의 귤나무를 북쪽에 옮겨 심으면 탱자나무로 변한다는 뜻을 가진 중국 속담이다. 이는 외국의 문화나 제도가 들어오면서 안 좋은 쪽으로 변질 될 때 자주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북유럽의 복지국가 스웨덴에서 세계적인 가구회사로 자리매김한 이케아는 한국에 들어온 이후 탱자가 된 상황이 연출됐다. 스웨덴의 대표기업인 만큼 한국 직원에게도 높은 수준의 복지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오히려 열악한 근무조건과 처우 등으로 직원들로부터 비판을 사고 있다. 지난해 이케아 노조는 7개월간의 교섭 끝에 나흘간 파업에 돌입했다. 이케아 노조는 사측에 1일 근무시간 최소 6시간 보장 및 퇴근과 출근 사이 14시간 휴식시간 보장 그리고 의무휴업일 지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케아 한국 지점의 경우 70%가 파트타이머로 고용돼 있다. 이들은 16시간부터 32시간까지 총 5개의 파트타임으로 구성돼 오픈·미들·마감 로테이션 근무를 한다. 그러나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 입장에서 유리한 방식으로 스케줄을 짜다 보니 직원들은 비효율적인 시간관리로 인해 육아 또는 가정에 신경을 쓸 수 없고 생체 리듬까지 깨져 버렸다는 것이다.
이런 파트타임 고용은 이케아 본사에서부터 활용한 제도다. 그들이 애초에 ‘탄력근무제’를 도입한 것은 직원들을 배려하기 위함이었다. 탄력근무제를 이용할 경우 직원들의 건강 또는 개인 생활에 맞춰 근로시간을 조절 할 수 있고 특히나 아이를 낳은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을 수 있어 탄력근무제가 도입됐다.
스웨덴의 경우 고용시장이 매우 유연해 임시직의 비율이 OECD국가 평균 보다 높은 편이다.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임시직과 정규직의 임금과 처우 수준이 비슷하다는 데 있다. 또한 사회보장 제도 등 복지가 잘 마련돼 있고 기업은 노동조합과 협의해 경영하기 때문에 임시직 고용도 불안정하지 않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임금부터 차이가 나고 처우도 다르다. 특히 비정규직의 가장 큰 단점은 고용이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내 생활에 맞춰 일을 조절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고 일에 내 생활을 맞춘다. 북유럽식 고용 환경이 노동경직성이 심한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맞지 않은 것이다.마구잡이식 스케줄 조정에 우리나라 이케아 노조는 퇴근 후 출근까지 적어도 14시간은 보장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스웨덴의 GDP 대비 세금이 차지하는 조세부담율은 2014년 기준 42.7%로 OECD 국가 중 일곱 번째로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세금 부담이 높은 만큼 교육과 복지 서비스에 충실한 고세금·고복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케아 본사처럼 직원에 대한 처우와 복지가 갖춰지려면 노동유연성과 함께 조세제도가 마련돼야 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케아코리아는 노조와의 교섭에서 계속해서 사측이 유리한 쪽으로 말을 바꾸기 일쑤다. 불리할 땐 ‘가구회사’에서 ‘대형마트’가 되기도 하고 ‘글로벌 기업’에서 ‘한국 기업’이 된다. 소비자는 ‘이케아’를 보고 스웨덴의 자연환경과 북유럽의 복지를 떠올린다. 그러나 ‘코리아’와 만난 ‘이케아코리아’는 국내 대형마트 보다 못한 근로환경을 제시하는 끔찍한 혼종으로 전락했다.
[홍승의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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