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 정책의 스텝이 꼬이고 있다. 얼마 전 서울 강남권에 자리한 한 재건축 단지의 일반분양가가 공시지가 현실화 영향으로 역대 최고가로 승인됐다. 일반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도입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지만 또 다른 정책에 의해 있으나마나 한 정책으로 전락해 버렸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택지비(감정평가액), 건축비, 가산비를 더한 금액으로 심사하고 택지비 감정평가는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초로 한다.
부동산업계 안팎에선 공시지가 현실화, 분양가상한제 모두를 문재인정부가 추진했다는 점에서 제 발등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분양가 승인을 계기로 일대 지역 부동산의 마지노선이 상승하는 결과가 나타나면서 정부의 무분별한 정책이 집값 안정화는 커녕 오히려 집값을 올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민간주택 일반분양가 끌어 올린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일대 부동산 시세도 동반 상승
주택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청은 분양가상한제 대상인 반포동 소재 아파트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아파트 재건축)’의 일반분양가격을 3.3㎡(약 1평)당 5668만원으로 승인했다. 택지비 4204만원, 기본형건축비 798만원, 가산비 666만원 등이이다. 일찌감치 5200만~5600만원 선에 책정될 것이라던 조합 측의 예상이 적중한 셈이다.
이번에 책정된 분양가는 역대 최고 금액이다. 앞서 분양가 관리를 해온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산정한 일반분양가인 4891만원 보다 15.9% 높다. 정부는 그동안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면 HUG가 매긴 가격보다 5~10% 낮아질 것이라 밝혔으나 역대 가장 높은 분양가가 승인되며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반대로 분양가상한제 시행 전 일반분양 승인을 신청해 적용을 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HUG가 책정한 분양가에 반발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택한 조합의 선택은 ‘신의 한수’가 됐다.
국토부는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다. ‘분양가상한제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고분양가 심사는 제도의 목적과 심사방식이 달라 직접 비교는 적절하지 않으며 공시지가 현실화율 제고로 인해 분양가 상승을 초래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특히 택지 감정평가가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초로 산정하되 객관적인 시장가치를 감안해 보정하므로 공시지가 현실화율과 택지비 감정평가액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피력했다.
국토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업계 안팎에선 이번 최고 분양가 기록은 정부의 무리한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의 영향 때문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과거 신반포1차(현 아크로리버파크) 재건축 사업을 주도했던 한형기 전 조합장은 “택지비 감정평가를 책정할 때 객관적인 시장가치를 감안해 보정한다지만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초로 산정하기 때문에 공시지가를 현실화한 영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시지가 현실화와 분양가상한제가 병행되며 이런 결과가 나온 셈이다”며 “정책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 조합장은 “이번에 책정된 금액이면 적어도 강남 내에선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재건축 사업을 미루는 단지가 많지 않을 것이다”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있지만 정부 덕분에 분양가가 예상보다 높게 책정되니 사업을 미룰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고 예상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반분양가가 최고가를 찍었다는 것은 토지비(택지비)가 올랐다는 의미고 토지비가 상승했다는 것은 공시지가가 뛰었다는 것이다”며 “공시지가 현실화와 더불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많이 뛰어 분양가도 올랐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해석이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감정평가는 복수로 진행하고 한국부동산원에서 검증하게 돼 있다. 이 때 부동산원은 대부분 그대로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해명자료에서 언급한 ‘보정’을 진행해 공시지가와 감정평가액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원베일리’가 쏘아 올린 최고가 신호탄…강남 재건축 아파트 줄줄이 기록경신 전망
부동산 업계에서는 원베일리 사례를 계기로 재건축 아파트의 몸값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리스크를 안고 재건축을 하더라도 공시지가가 올라 사업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시장에서는 서초구청이 분양가를 승인했다고 보도된 이달 10일 이후 재건축 아파트 물건이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평당 2억 시대가 머지 않았다는 시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실 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자리한 ‘개포주공 7단지(1983년도 준공)’ 전용면적 53.46㎡(약 16평) 호실은 이달 14일 18억원(11층)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11월 21일 10층이 17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5000만원이 올랐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자리한 ‘한양1차(1977년 준공)’ 전용면적 78.05㎡(약 24평) 호실은 이달 12일 25억9000만원(3층)에 팔렸다. 이 역시 신고가다. 지난해 12월 23일 22억원(6층)에서 이달 8일 25억원(9층)에 3억원 올라 거래된 이후 한 번 더 가격이 상승했다. 인근에 위치한 ‘압구정현대 8차(1980년 준공)’ 전용면적 163.67㎡(약 49평) 호실도 이달 12일 신고가인 37억원(2층)에 거래됐다. 직전 실거래가와 비교해 7억원이 훌쩍 뛰었다.
서초구에 위치한 ‘반포주공 1단지(1973년 준공)’ 전용면적 106.26㎡(약 32평) 호실은 원베일리가 3.3㎡(약 1평)당 일반 분양가를 5600만원 넘은 가격으로 승인 받은 이후인 이달 12일 41억5000만원(3층)에 거래됐다. 신고가로 지난해 11월 17일 거래가 35억5000만원(5층) 대비 무려 6억원이 올랐다.
재건축 아파트 시세 상승은 강남 외 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 소재 ‘목동신시가지13(1987년 준공)’ 전용면적 122.30㎡(약 37평) 호실은 이달 13일 최초로 20억원(4층)대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지난해 12월 8일 19억6000만원(5층)에 팔린 것과 비교해 4000만원이 올랐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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