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군인연금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연금충당부채가 1000조원이 넘어선 데다 적자 행진이 이어지며 2019년 두 연금을 합친 적자가 3조원이 넘는다. 적자는 고스란히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현 정부가 무리하게 공무원을 늘린 탓에 앞으로 공무원·군인연금 재전건정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령화·저출산 여파로 세수감소가 불가피해 국가 재정건전성에도 심각한 타격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날로 쌓여가는 공무원·군인연금 적자…2060년 혈세 보전액 30조원 육박
기획재정부(기재부)가 발표한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는 1044조7000억원으로 2019년보다 100조5000억원(10.6%) 증가했다. 공무원연금에서 71조4000억원, 군인연금에서 29조1000억원이 각각 늘어났다. 2016년(752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4년 만에 약 350조원(38.8%) 급증했다.
연금충당부채는 향후 70년 간 공무원·군인연금 수급자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총액을 추정해 현재가치로 환산한 비용을 말한다. 가입자, 가입 기간, 금리, 임금·물가상승률 등의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된다. 연금충당부채는 연금 수입 상당 부분을 가입자(근로자)와 정부(고용주) 보험료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부채와 달리 전부 ‘나랏빚’이라 보긴 어렵지만 급격하게 늘어날 경우 결국엔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연금충당부채는 원칙적으로 재직자(공무원·군인)가 납부하는 기여금 등 연금보험료 수입으로 충당하므로 나라가 갚아야 할 국가채무와는 전혀 성격이 상하하다”면서 “다만 연금충당부채를 계산하는 이유는 미래 시점에 재정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에 대해 사전에 분석하고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다”고 해명한 바 있다.
문제는 공무원·군인연금 적자가 오래 전부터 발생해 이미 세금으로 보전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연금법상 적자 비용은 국가 세금으로 보전된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에 따르면 2019년 공무원·군인연금 적자를 메워주는 데 들어간 국고지원금은 각각 2조563억원, 1조5740억원 등에 달했다. 이 기간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이 각각 42조7498억원, 1조2201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과는 대비된다.
수급자 수를 고려하면 공무원·군인연금에 연 수천만원의 ‘혈세’가 투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2019년 기준 공무원연금 수급자(53만5922명)는 1인당 평균 383만6939원, 군인연금 수급자(9만5281명)는 1651만9558원의 세금을 각각 지원받았다.
혈세 투입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기재부가 발표한 ‘2020~2060년 장기 재정전망’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무원연금의 적자비율은 2020년 0.1%에서 2060년 0.6%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고령화에 따라 수급자 수는 증가하는 반면 인구감소 추세에 따라 가입자 수가 1946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서다. 예상 국고지원 규모는 2030년 6조8000억원, 2040년 12조2000억원, 2050년 17조2000억원, 2060년 21조4000억원 등으로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같은 기간 군인연금의 적자 비율도 0.09%에서 0.17%로 오를 것으로 관측됐다. 2030년 2조5000억원, 2040년 3조4000억원, 2050년 4조2000억원, 2060년 5조원 등의 세금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됐다. 가입자 수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반면 수급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결과다.
박명호 예정처 추계세제분석실장은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경우엔 적립금이 이미 소진돼 재정수지 적자는 보전금으로 충당하고 있다”며 “전망결과에서도 재정수지 적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도 재정개선을 위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고령화로 수급자는 늘고 운용수익률은 낮고…공무원·군인 연금 챙기다 나라곳간 거덜날 판
현재 공무원연금의 보험료율은 18%로 ‘4대 공적연금’에서 사학연금과 함께 가장 높다. 하지만 지출과 비교하면 수입 규모는 여전히 적은 편이다. 2019년 기준 공무원연금의 수입(보험료+퇴직수당 국가부담금 등)은 14조8537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3977억원(8.8%)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지출도 1조1734억원(5.4%)이 증가해 16조9100억원을 기록했다.
군인연금의 보험료율은 14%다. 2019년 군인연금의 수입은 1조8073억원으로 전년 대비 846억원(4.9%) 오르는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지출은 1439억원(4.3%) 늘어난 3조3647억원이었다. 증가율 수치는 비슷하지만 증가액은 공무원연금 지출에 비해 1.7배 이상 차이난다.
고령화에 따라 수급자가 늘어나는 것도 연금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공무원연금 수급자 수는 2030년 68만6000명에서 2090년 128만2000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2078년 이후엔 수급자 수가 가입자 수를 추월한다. 이에 따라 연금급여액은 2030년 22조2000억원에서 2090년 50조9000억원으로 연평균 1.7%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보험료 수입의 연평균증가율(0.5%)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군연연금 역시 마찬가지다. 수급자 수는 2030년 11만5000명에서 2090년 15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금급여액은 2030년 4조원에서 2090년 8조7000억원으로 연 평균 1.5% 늘어날 전망이다. 보험료수입의 연 평균증가율(0.7%)은 이보다 낮다.
저조한 운용수익률도 풀어야 할 숙제다. 공무원연금 최근 5년(2015~2019년) 수익률은 4%로 집계됐다. 은행 예·적금 금리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군인연금은 더 심각한 상태다. 같은 기간 수익률 1.88%를 올리는데 그쳤다. 이 기간 4대 공적연금 모두 부진하진 않았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은 각각 5.42%, 5%의 수익률을 올렸다.
벤치마크(BM)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5년간(2015~2019년) 공무원·군인연금의 국내 주식 수익률은 각각 5.52%, 4.44%였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1926.44(2015년 1월 2일)에서 2197.67(2019년 12월 30일)로 14.1%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도 21.0% 올랐다.
연금개혁 주도한 MB·朴 정부…文정부만 연금개혁 없이 공무원 증원 ‘엇박자’
연금적자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정부는 연금 개혁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박근혜정부는 2015년 공무원연금 보험료율을 7%에서 9%로 인상했고 연금지급율도 1.9%에서 1.7%로 낮췄다. 기존보다 ‘더 내고 덜 받는’ 개편이 이뤄진 것이다.
앞선 이명박정부는 군인연금에 손을 댔다. 보험금 납부액 기준을 보수월액(기본급·정근수당·정근수당가산금) 8.5%에서 기준소득월액(보수월액+가계지원비·명절휴가비·교통보조비·직급보조비·정액급식비·성과상여금)의 7.0%로 올렸다. 다만 연금 지급액은 그대로 유지했다.
실제로 보험료율을 올리면 연금 재정건전성이 확 달라진다. 예정처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의 보험료율이 1%p 올라가면 재정수지는 연 평균 1조원, 군인연금의 보험료율 4%p를 올리면 재정수지가 연 평균 5000억원 각각 개선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명호 실장은 “군인연금은 타 직역연금과 다르게 최근 연금개혁을 실시하지 않았으므로 기여금부담률 인상, 연금지급률 인하 등의 내용을 기본적으로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전금으로 적자를 이미 충당하고 있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재정수지 개선을 위해 일회성의 변화가 아닌 중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연금개혁에 관한 얘기가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공무원을 늘리는데 치중하고 있다. 단기간엔 보험료 수입이 증가해 재정건전성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지만 미래 수급자가 될 경우 연금 지급액이 늘어 적자 규모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적자는 전부 국민이 감당하게 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문재인정부 행정부 공무원(헌법기관 등 행정부 외 공무원 제외)의 수는 109만7747명으로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10일 이후 9만1602명이나 증가했다. 박근혜정부와 이명박정부 시절 각각 3만9918명, 1만134명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증가세다.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은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이후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구조가 형성됐지만 공무원이 급증한 것을 연금추계에 새로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연금개혁이 불가피하다”며 “정부 부담금 등 정부 차원의 지원과 공무원 수의 급격한 감소보다 집중·합리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해 제대로 된 연금 재정 혁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영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향후 국가의 사회보장적 측면에서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을 포함한 연금제도의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국민은 1차적으로 국민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2차적으로 직역연금에 가입하며 이후 자발적으로 개인연금에 가입하도록 연금구조를 다층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윤승준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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