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3기 신도시’에 대한 실망 여론이 급확산 되고 있다. 충분한 공급을 통해 집값을 잡겠다는 취지와 달리 세부적 내용을 담은 공급계획엔 수요자들에 대한 배려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분양가가 저렴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향후 시세차익 시현마저 원천 봉쇄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3기 신도시 주택을 통해 얻은 시세차익을 공공을 통해 징수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정부가 영혼까지 끌어서 주택을 매입하는 이른바 ‘영끌 매입’을 자제하고 3기 신도시 청약 일정을 기다리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줬던 만큼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완전히 속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사유재산에 대한 지나친 간섭에 대해 명백한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미 일부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정부를 믿은 자신들이 잘못한 것이라고 한탄하며 서둘러 서울 주택 매입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3기 신도시 분양가 공개…예상 보다 비싼 시세에 “누가 사냐” 실망
문재인정부는 취임 이후 집값이 계속해서 불안 조짐을 보이자 2018년 9월 3기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3기 신도시 사업은 서울 도심까지 30분 안팎으로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에 신규택지를 조성해 수요를 분산시키겠다는 취지였다. 정부는 서울과 비교해도 보육·교육 등의 기반시설을 뒤떨어지지 않게 조성해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겠다고 자신했다.
이후 경기도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고양 창릉, 부천 대장, 광명·시흥 등의 지역에 신도시 조성 계획을 순차적으로 발표했다. 그 과정에서 서울 도심 고밀도 개발 정책도 동시 추진하며 신도시 조성을 기다리는 수요자들을 붙잡아뒀다.
정부의 계획은 일단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3기 신도시 등 정부의 공급대책을 대기수요가 빠르게 생겨났다. 지난해에는 급격하게 늘어난 청약 대기 수요로 인해 서울 및 수도권에서 전셋값은 계속 상승하고 매물이 사라지는 전세난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청약 대기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부푼 기대감에 고통을 감수했다.
그런데 오는 7월 사전청약을 앞두고 3기 신도시 사전청약 홈페이지 개설 등 베일에 가려져 있던 3기 신도시에 대한 정보가 하나둘씩 나오면서 분위기는 반전되기 시작했다. 청약 대기자들이 가장 궁금해 했던 분양가 관련 내용도 공개됐는데 예상 보다 분양가가 저렴하지 않고 대출상품도 강제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지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시세차익마저 정부가 강제로 징수한다는 조건마저 내걸려 청약 대기자들의 공분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3기 신도시에 대해 분양가는 주변 시세의 70~80% 수준으로 책정한다는 계획을 내비친 상태다. 3기 신도시 주변 지역의 집값은 이미 크게 오른 상태로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등 인기 지역의 경우 주변 시세가 이미 9억원을 넘거나 임박한 단지가 많은 상태다.
고양 창릉 지구에 인접한 고양 향동 호반베르디움 전용면적 84㎡의 경우 현재 호가는 11억5000만원까지 올라와 있다. 단순히 70%로 계산했을 때 분양가는 7억700만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남양주 왕숙지구와 인접한 아파트인 ‘다산자연앤 롯데캐슬’의 전용 84㎡의 경우 경우 매매호가는 10억5000만원이다. 현 시세대로라면 분양가는 7억3500만원 가량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앞으로 본청약까지 일정이 남아 있는 만큼 그동안의 지가 상승 등을 고려하면 분양가는 더욱 오를 가능성도 있다.
단순히 분양가만이 문제가 아니다. 3기 신도시 등 공급대책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주택 공급가격이 3억700만원을 넘으면 신혼희망타운 전용 대출 상품(모기지)을 의무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청약자의 자금 여력과 관계없이 분양가의 최소 30% 이상을 대출받아야 한다.
다소 비싼 가격에 분양을 받더라도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전매제한 기간 이후 주택을 매도할 때 주택 매각 금액에서 분양금액을 뺀 시세차익의 최소 10%에서 최대 50%까지(주택담보인정비율(LTV), 대출 기간, 자녀 수 등에 따라 다름)를 정산해 주택도시기금에 내야 한다는 조건 때문이다. 이 밖에 신혼부부 청약 면적이 대다수 소형 아파트로 구성 돼 있는 점도 수요자들의 불만요인 중 하나다.
3기 신도시 세부계획 공개 후 요동치는 민심…“지금이라도 서울집 사야겠다”
그동안 3기 신도시 청약을 기다려온 실수요자들은 3기 신도시 세부정보를 접한 크게 실망하고 있다. 실망을 넘어 체념·분노의 감정까지 드러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일부 청약 대기자들은 서둘러 서울 주택 매입에 나서기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업계 안팎에선 앞으로 3기 신도시 청약 대기자들의 서울 매입 러시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도 나온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유민정(30대) 씨는 “지난해 서울 집값이 고공행진하고 뉴스에서는 20·30세대가 ‘영끌’해서 주택을 마련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지금이라도 주택을 사야하나 고민이 많이 들었다”며 “하지만 정부가 주택 공급량이 과거 어떤 정부보다 많다고 언론플레이를 해댄 탓에 믿고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올해 들어 알려진 내용을 살펴보니 3기 신도시의 대다수가 임대주택인 데다 신혼부부 대상 주택 면적은 가장 큰 것이 중소형이었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이라도 집값이 오르기 전에 서울이나 서울 근교의 새 아파트를 사는 것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정부를 믿은 내 잘못이다”고 토로했다.
결혼 1년 차인 신혼부부 임정희(30대) 씨는 “3기 신도시의 세부적 내용을 보고 완전히 포기한 상태다”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국민평형인 84㎡의 경우의 분양 아파트는 8억원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가격이면 서울에 아파트를 구하지 누가 남양주, 하남 등 서울 외곽으로 밀려나가겠냐”며 “좌파 정부를 믿고 기다리는 우리 부부를 탓할 뿐이다. 집값은 절대 안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한탄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3기 신도시의 공급계획에 대해 주택 수요자들이 원하는 방향을 완전히 잘못 짚었다고 입을 모았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우리나라 주택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아파트는 임대아파트가 아닌 분양 아파트다”며 “이러한 인식이 오랜 기간에 걸쳐 한국인들의 머리속에 스며들어 있는데 임대 위주의 주택 시장으로 바꾸려고 하니 당연히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대주택 비율을 높이기만 하면 공공의 부담이 늘어나고 당연히 나머지 남아 있는 분양가는 비싸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주택 공급 숫자를 늘리는 데에만 집중을 하다보니까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배태용 기자 / 생각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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