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삼성그룹과 완전히 결별한다. 삼성그룹은 완성차 사업에 뛰어든 지 26년 만에 해당 사업에서 손을 떼게 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의 2대 주주인 삼성카드는 삼성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보유 중인 르노삼성차 지분 19.9%를 매각하기로 했다.
앞서 삼성카드는 르노삼성차 지분 매각을 위해 국내외 사모펀드 운용사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에게 매각 개요가 담긴 투자설명서를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4월 당시 삼성카드가 르노삼성차 지분을 취득한 금액은 876억원이었다. 21년이 지난 올해 삼성카드는 반기보고서를 통해 해당 지분의 장부가액을 2492억원으로 평가했다.
그간 업계는 르노와 삼성의 결별을 정해진 수순으로 봐 왔다. 르노삼성차와 삼성그룹 간 ‘삼성’ 상표 계약은 지난해 8월 이미 종료됐다. 양측이 상표 계약 종료에 따른 2년의 유예 기간을 갖기로 결정한 가운데 르노삼성차가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경우 내년 하반기부터는 르노삼성차에서 ‘삼성’이라는 상표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다.
여기에 삼성그룹이 르노삼성차의 지분을 정리하겠다는 입장까지 내놓으면서 르노와 삼성은 완전히 결별하게 됐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매각 주관사가 최근 예상 투자자를 물색하기 시작했다”며 “최종 매각 예상 시점을 말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1995년 완성차 사업에 처음 진출했다. 그러나 1998년 IMF 외환 위기가 닥치며 삼성자동차의 경영 상황은 빠르게 악화됐다.
그러다 2000년 르노그룹의 자회사 르노BV가 삼성카드와 합작 투자 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로 삼성자동차를 인수했다. 르노삼성차는 당시 삼성전자·삼성물산과 10년 단위로 ‘삼성’ 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하고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해에 매출의 0.8%를 상표권 사용료로 지급키로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표권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이 르노삼성차로 하여금 점차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국내 소비자의 수입차 선호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신차를 출시하면서 경쟁에서 밀려난 르노삼성차의 실적이 큰 폭으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닛산과의 위탁 생산 계약이 끝나고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의 수출이 부진한 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796억원의 적자를 냈다. 2012년 이후 8년 만에 영업손실을 낸 것이다. 악화되는 경영난 속에 르노삼성차는 올해 초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르노삼성차는 연간 400억~500억원 가량의 상표권 사용료를 내가며 ‘삼성’ 상표를 사용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생겨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에서도 주요 완성차 업체와 전장 사업에서 협업하기 위해서는 르노삼성차와 결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은 2018년 하만인터내셔널을 인수한 이후 전장 사업 확대에 속도를 올려 왔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 등에서도 현대자동차그룹 등 완성차 업계와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르노삼성차의 실적 부진으로 삼성카드가 받고 있는 배당금이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것도 지분 매각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차가 지난해 적자를 내면서 삼성카드와 삼성전자·삼성물산 등은 배당금과 상표권 사용료를 한푼도 받지 못했다.
여기에 3년 연속 파업 리스크를 겪고 있는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에 삼성그룹은 르노삼성차와 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 삼성 브랜드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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