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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규제일변도·처벌일변도 정책기조가 국내 기업들을 해외로 내쫓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근로시간 규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도입 등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는 각종 정책이 기업의 생산비용을 확대를 유발하고 있어서다. 기업 입장에선 생존을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해외로 본사를 이전하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적인 추세인 ‘리쇼어링(Reshoring·해외에 진출한 기업이 본국으로 돌아오는것)’ 유도와 배치된다는 점에서 특히 심각한 문제로 지목된다. 현재 세계 각 국에서는 해외로 나간 자국 기업을 국내로 복귀시키기 위해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세수확대 및 일자리확대, 사회공헌 효과 극대화 등을 위함이다.
기업 유턴법 제정에도 6년간 대기업 리쇼어링 고작 1건…원인은 규제난립·과도한 비용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유턴법)이 제정됐다. 유턴법은 유턴 기업의 정의, 선정 방식, 유턴기업 지원 등 내용을 포함하는 21개 조문으로 구성됐다. 제정 후 2019년 12월, 2020년 12월 등 2차례에 걸쳐 개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유턴기업에게는 유턴법, 시행령 등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각종 지원·혜택이 이뤄진다. 큰 틀에서 분류해보면 △조세 감면 △금융 및 재정지원 △산업입지 우선지원, 국공유재산 임대 및 임대료 감면 △고용보조금 지급 등 인력 지원 △해외사업장 청산·양도·축소 관련 지원 등이 유턴기업에게 제공되는 지원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혜택에도 불구하고 국내 리쇼어링 실적은 해외 주요국에 비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에 따르면 유턴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4년 이후 지난해 8월까지 우리나라로 복귀한 유턴 기업 수는 총 80개사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의 리쇼어링 실적은 2014년 1년만 보더라도 340건에 달한다. 같은 해 일본의 리쇼어링 실적은 628건이었다.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대만도 2014년 46건의 리쇼어링 실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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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국내 유턴기업 80개사 중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대기업이 1곳에 불과하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대기업 복귀는 중견·중소기업 복귀보다 국내 경제 및 리쇼어링 활성화 기여하는 비중이 크다. 국내 리쇼어링 정책이 양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유일한 ‘유턴 대기업’은 2019년 국내로 복귀한 현대모비스다. 복귀 당시 현대모비스는 3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10만대에 해당하는 전기차 배터리시스템을 생산할 수 있는 친환경차 부품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여기에 현대모비스가 유턴하는 과정에서 5개 자동차 부품기업이 동반복귀하게 되면서 현대모비스의 국내 복귀는 총 3600억원 상당의 투자효과로 이어졌다. 2014년부터 2020년 9월까지 국내 복귀기업 전체 투자액 규모인 1조2477억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높은 비용과 각종 규제 등이 꼽혔다. 지난해 3월 산업통산자원부가 진행한 ‘해외진출기업 국내 복귀 미고려 사유’ 실태조사에서 응답률 1위 사유는 ‘생산비용 상승’(응답률 66.7%, 복수응답 가능)이었다. 2~3위는 ‘노동환경’(58.3%), ‘각종 규제’(33.3%) 등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6월 중소기업중앙회 실태조사에서도 미복귀 사유 1위는 ‘국내 높은 생산비용’(63.2%)이었다. ‘국내 각종 규제’도 9.9%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기업을 죄인 취급하는 정책기조가 문제…대선 앞두고 포퓰리즘 성격 반기업 법안 또 봇물”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기업인들도 리쇼어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생산비용 부담 등을 지목했다. 각종 비용을 부담하면서 국내에 복귀할 이유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들이 리쇼어링을 선택하는 이유는 리쇼어링에 따른 인센티브 외 다른 곳에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정부 인센티브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반응도 내비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인이라고 해서 하루 종일 경영만 하는 건 아니다. 일반화할 수 없겠지만 일상을 위해서라도 모국에 남아있는 게 기업인 입장에서도 좋다”며 “그럼에도 해외에 나가 사업장을 설립하는 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국내의 경우 인건비 부담이 크고 규제가 너무 많다. 특히 직원이 자의로 퇴사하는 경우에도 비용이 발생하는 데 중소기업에겐 만만찮은 부담이다”며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 국가에서는 해당 문제들을 비교적 쉽게 해소할 수 있다. 그래서 기업들이 해외에 사업장을 만드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반화할 순 없겠지만 해외로 나간 기업이 국내로 복귀하는 건 해당 지역에서 더 이상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거나 오너 개인적인 사유 등 모종의 이유가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지 정부의 인센티브 때문은 아니다”며 “리쇼어링 혜택을 이유로 국내에 복귀한다면 애초에 해외로 나가지도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근로시간 규제,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등 정부의 규제일변도 정책기조가 기업의 리쇼어링을 어렵게 만든다고 입을 모았다. 각종 규제가 기업경영의 발목을 잡는 가운데 비싼 인건비와 노동조합에 대한 부담 등 생산비용 유발요소가 리쇼어링에 대한 인센티브를 무의미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리쇼어링 인센티브 자체도 타 국가 대비 미흡하다고도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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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미국을 비롯해 해외 기업을 유치하려는 국가들은 땅을 거의 무상으로 빌려주거나 인건비, 세금 등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며 “기업을 유턴시키려 한다면 이보다 높은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기업을 적폐로 만들고 세금인상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로 돌아온 기업은 매우 높은 수준의 인건비와 함께 전투적인 노동조합을 감당해야 한다”며 “해외로 나간 기업이 해당 국가를 떠나더라도 또 다른 나라로 가지 굳이 국내로 돌아오려 하진 않을 것이다. 정부 정책 때문에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해진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해외 국가들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기업 유치에 나서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며 “국내기업 사업장이 해외에 자리 잡는다는 건 우리의 기술과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걸 의미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 박수나 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강조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각종 규제가 기업들이 국내 복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기업에게 일정수준 이상의 경영 자율성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는데 주 52시간 근무제를 필두로 한 여러 규제가 경영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다른 국가에 비해 리쇼어링 혜택이 크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 개선이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닌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법을 뜯어 고쳐야하는데 규제 해소는커녕 중대재해처벌법, 탄소중립법 등 각종 규제만 더해지고 있다”며 “대선 과정에서 노동이사제까지 논의되는 모습인데 이런 상황서 해외에 나간 기업들은 국내에 돌아올 이유를 찾기 힘들 것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만 구축된다면 리쇼어링 인센티브가 아니더라도 기업들의 국내 복귀는 활발해 질 것이다”며 “규제 일변도, 처벌 일변도 정책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리쇼어링 정책은 무의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도 “리쇼어링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국내 기업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기업이 국내에 남아있을 만한 유인이 충분하다면 해외 진출 기업도 자연스럽게 국내로 복귀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큰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해하기 힘든 공약이 난무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규제와 비용 부담이 상당한 상황서 근무시간 단축 논의 등은 리쇼어링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물론 국내에 있는 기업까지 해외로 나가게 만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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