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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가 본격적인 보험 영업에 나선다. 빅테크가 보험업에 뛰어드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보험업계가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형 보험사 상품이 강세인 국내 보험시장에서 테크핀 형태의 새로운 회사가 플랫폼 파워를 활용해 과연 어떤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 나아가 은행, 증권업 등에 진출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카카오가 보험시장에서 얼마나 혁신적인 행보를 보일지도 눈여겨 볼 관전 포인트다.
일각에서는 보험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전통적인 영업방식을 고수하는 기존 중소보험사의 입지가 축소되고 그 빈자리를 카카오페이보험 등 새로운 방식의 디지털보험사가 빠르게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 이유다. 카카오페이는 기존 보험사와 차별화될 수 있는 보험 상품 위주로 시장점유율을 조금씩 넓혀 나간다는 복안이다.
카카오페이 디지털보험 도전장
금융위원회는 올 4월 정례회의를 열고 ‘카카오페이손해보험’(카카오손보)의 보험업 영위를 허가했다. 이날 열린 정례회의에서 금융위원회는 카카오손보가 자본금 요건, 사업계획 타당성, 건전 경영요건 등을 모두 충족한다고 판단해 허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카카오손보의 자본금은 1000억원으로, 출자자는 카카오페이(60%)와 카카오(40%)다. 이로써 카카오페이는 보증보험과 재보험을 제외한 손해보험업 종목 전부를 취급할 수 있게 됐다. 신규 사업자가 디지털 보험사로 본허가를 획득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앞서 국내 디지털 보험사로는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과 캐롯손해보험이 있었다. 각각 교보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이 만든 자회사다. 카카오손보의 경우 국내 디지털 보험사로는 세 번째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디지털 보험사는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로 분류돼 전체 보험 계약과 수입 보험료의 90% 이상을 전화, 컴퓨터 통신 등을 통해 모집한다.
카카오손보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월 500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플랫폼이다. 카카오페이는 플랫폼과 연계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보험 상품을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우선 디지털 기반 미니보험에 주력하기로 했다.
카카오 플랫폼 서비스와 협업해 만들 상품으로는 △카카오키즈 어린이보험 △카카오모빌리티 택시안심·바이크·대리기사 보험 △카카오커머스 반송보험 등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수의 가입자가 예상되는 만큼 보험료도 저렴한 수준에서 책정될 전망이다.
금융당국 규제혁신 카카오손보 날개달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30일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불안정한 대내외 금융시장과 관련 보험사들에게 재무건전성 관리에 힘써줄 것을 당부하며 디지털 전환 및 빅테크의 보험시장 진출 가속화 기조에 맞춰 규제혁신을 준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생명보험사 10곳, 손해보험사 10곳의 CEO들이 참석한 ‘보험회사 CEO와의 간담회’에서 “최근 팬데믹, 원자재 수급 불안, 미국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결정 가능성 등 사회·경제의 굵직한 이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며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가파른 시장금리 상승 등이 보험회사의 자본 적정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최근 경제·금융 상황을 고려할 때 그 어느 때 보다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금감원장은 “빅테크의 보험시장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어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을 위한 규제 혁신도 준비해 나갈 것”이라며 “보험산업이 단순한 위험보장의 역할을 벗어나 국민의 건강한 삶을 케어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자리잡도록 헬스케어 및 요양서비스 확대를 위해 보험업계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금융위원회와 규제개선 논의를 지속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규제혁신 기조를 강조하고 나서자 카카오페이는 보험업 진출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카카오손보는 최근 전략협의체·준법감시인·선임계리사·인사지원실·성장지원실·사업관리담당·서비스실·플랫폼실·테크실 등 총 106명의 인력을 확보하며 본격적인 보험시장 입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전체 직원 중 30% 이상이 IT 인력인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9월 카카오손보가 출범했던 당시 직원 수는 30명에 불과했는데 1년도 채 안 된 사이에 조직이 급속도로 성장한 것이다.
반면 설계 과정이 까다롭고 손해율이 높은 자동차보험이나 장기보험 등은 당분간 상품 목록에서 제외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비스 면에서는 설계사가 필요없는 ‘원스톱 비대면상품 가입’, 보험사에 요청하는 서류 작업을 모바일로 해주는 ‘병원비 청구’ 등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손보가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는 ‘DIY 보험’, 플랫폼 연계 보험 등의 상품을 내놓으며 차별화된 상품들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를 통한 간편 가입, 플랫폼을 통한 간편 청구,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속한 보험금 지급 심사 등이 보험시장의 ‘게임체인저’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존 보험업계는 카카오손보 등장에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해보인다. 강력한 플랫폼을 활용해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높여 나갈 다크호스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정체된 국내 보험시장에 종합보험사를 지향하는 카카오페이보험이 등장함에 따라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며 “전통 보험사 입장에서는 시련과 위기”라고 풀이했다.
카카오손보는 조만간 첫 보험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출시예정인 상품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하기 어렵다”며 “일상 속 위험에서 사용자를 보호하는 생활밀착형 보험을 우선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보험시장은 장기보험과 높은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 보험상품 위주로 운영돼왔다”고 평가하며 “사용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보험의 혜택을 실질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보험으로 사용자들의 보험 경험을 혁신하겠다”고 역설했다.
그는 초기 사업 목표와 관련, “국내 최초 테크핀 주도 디지털손해보험사로 보험 사업 전반에 걸친 변화와 혁신을 만드는데 속도를 낼 계획”이라며 “특히 테크 인슈어런스 기반 보험의 새로운 트렌드와 혁신을 만들어 보험에 대한 인식 개선과 사각지대 해소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생활환경에 맞춘 다양한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며, 국내 최초 테크핀 주도로 보험의 문턱을 낮추고 사랑받는 금융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카카오페이는 자체적으로 보험사기 방지시스템을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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