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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일회용품 정책 현장 혼란
‘갈팡질팡’ 일회용품 금지 정책에 일선 자영업자 ‘우왕좌왕’
24일부터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 금지… 1년간 계도기간 부여
“때 아닌 ‘봉투대란’ 맞게 생겼다… 불필요한 마찰도 만들어”
영세 자영업자, 계도기간 부여해도 몰랐다… 현장 혼선 가중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1-18 00:05:00
▲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고객이 일회용 봉투에 물건을 담아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폐기물이 급증하자 정부는 일회용품 감량을 위해 비닐봉투 및 종이컵·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일회용품을 판매 및 제공하다 적발될 경우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시행 과정에서의 혼란 방지를 위해 1년간의 계도기간을 뒀지만, 자영업자는 물론 업계 관계자들도 계도기간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거나 이미 시행된 줄 알고 있는 경우도 있어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24일부터 편의점서 비닐봉투 사용 금지… 백화점 앞 ‘우산비닐’도 사라진다
 
환경부는 8일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24일부터 편의점·식당 등에서 유상 판매되던 비닐봉지의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일회용 비닐봉투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카페와 식당 등에서 일회용 종이컵·비닐 식탁보·플라스틱 빨대 및 스틱 등도 사용할 수 없다.
 
이밖에 체육시설에서 무상판매를 못하게 하던 합성수지 재질의 응원용품 등은 24일 이후부터 사용이 제한되며, 백화점 등 대규모 점포 등에서 사용하던 우산을 감싸는 비닐 사용도 금지한다.
 
이에 따라 편의점·슈퍼마켓 등 종합소매업체와 제과점 등에서는 일회용 비닐봉투 대신 종이봉투와 쇼핑백을 사용하거나 B5 규격 또는 0.5ℓ 이하의 비닐봉투, 쓰레기 종량제봉투 등을 사용해야 한다.
 
환경표지 인증을 받은 생분해 플라스틱을 활용한 일회용품의 경우 인증이 만료되는 2024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2024년 이후 신청에 따라 기존 인증 기간을 연장하고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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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오동훈 기자] ⓒ스카이데일리
 
다만 정부는 현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당초 24일부터 해당 제도를 시행하기로 한 것에서 1년간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다. 계도기간 동안엔 소비자가 요구할 경우 기존 방침대로 유지되며 위반 시에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아울러 계도기간 중에는 소비자 요구나 사업장 상황으로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곤 금지사항을 반드시 준수하라고 환경부는 안내한다. 플라스틱 빨대 역시 국제적으로 금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종이·쌀·갈대 등 대체 재질의 빨대 사용을 우선으로 사용토록 하고, 추후 생분해 플라스틱 빨대도 허용 범위로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장은 아수라장… “급변하는 정책 탓에 손님과 불필요한 실랑이하게 생겼다”
 
하지만 혼란을 막겠다는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현장에선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편의점주 및 자영업자들 중 일부는 갑작스레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등 바뀐 정부의 방침 탓에 벌써부터 일회용품 사용에 익숙해진 소비자들과 불필요한 실랑이가 빈번해질 것이라며 때 아닌 ‘봉투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 용산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당초 계도기간 없이 제도가 시행된다는 예고가 떨어졌을 때, 기존 친환경 봉투의 발주가 막혀 스태프와 상의 끝에 손잡이가 달린 쓰레기종량제봉투를 제공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에 봉투값은 기존 100원에서 250원이 됐다.
 
이 점주는 “과거 친환경 봉투 사용을 독려하면서 매장 내에서 제공하는 비닐봉투가 전부 친환경봉투로 바뀌었을 당시에도 가격이 20원에서 100원으로 올라 불편함을 참지 못한 몇몇 손님이 불만을 토로해 여러 번 실랑이한 적 있다”면서 “가뜩이나 봉투값을 받을 때마다 불만을 표출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은데 이번 환경정책으로 봉투값을 또 올리게 된다면 손님들의 항의에 대응하느라 업무가 마비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계도기간을 둬서 아직은 기존에 사용하던 봉투를 제공해도 상관없지 않냐고 묻자 점주는 계도기간 자체에 대한 안내를 아직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초부터 기존 봉투 발주가 막힌 데다 보관하고 있던 물량도 11일에 다 소진했다”며 “이미 쓰레기종량제봉투를 200장 넘게 발주해 판매를 앞둔 상황인데 요 며칠 쓰레기봉투를 제공하다 다시 친환경봉투로 전환했을 경우엔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 12일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 24일부터 일회용 비닐봉투를 판매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스카이데일리
 
카페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인천 부평구에서 프렌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권희숙(52·가명) 씨는 일회용컵에 300원의 보증금을 부여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5월 시행한다고 예고한 이후 6개월 유예했는데, 플라스틱 빨대까지 계도기간을 두는 등 번복이 반복되면서 당장 피해는 없지만 ‘시한폭탄’과 다를 바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권씨는 “환경정책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장은 생계가 걸린 중대한 사항”이라며 “정부가 1년간 계도기간을 두고 있어 당장 플라스틱 사용엔 문제가 없지만,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과 맞물려 플라스틱 빨대까지 규제 대상이 된다면 영업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계도기간이 부여됐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자영업자도 있었다. 12일 서울시 도봉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박주환(가명·55)씨도 계도기간에 대한 지식이 전무(全無)한 상태였다. 박씨는 방문한 손님들에게 일일이 “24일부터는 이 봉투에 담아드리지 못한다”고 설명하며 물품을 담아주고 있었다.
 
계도기간이 생겨 1년간 현행대로 봉투 판매를 해도 된다고 하자 그는 “십년감수했다”면서 “우리 같은 영세 편의점들은 정책적 변화에 둔감한 편인데, 지인에게 24일부터 일회용 봉투를 판매할 수 없다는 얘기만 듣고 무용지물이 된 봉투 수백 장을 집으로 들고 가려 했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한편 정선화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다회용기와 같이 일회용품을 대체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 기반을 조성하는 등 국민 불편을 줄이면서 일회용품을 실효적으로 감량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지속적으로 다각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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