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여야 합의를 중시해야 한다’는 국회 선진화법정신을 무시하고 ‘다수당 입법 독재’로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있다. 국회법상 숙의(熟議) 제도인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하기 위해 상임위원회 표결에 민주당 출신의 ‘무늬만 무소속’ 의원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편법 운영이 가능한 국회 상임위가 전체 18곳 중 최소 10곳이다. 꼼수와 편법을 가리지 않는 민주당이 전체주의 정당을 닮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18개 상임위 중 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이고, 친민주당 성향 무소속 또는 정의당·기본소득당 의원이 포함된 상임위는 10개에 달했다. 이 두 가지 조건이 갖춰지면 여야 이견을 조정하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안건조정위가 무력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통과한 ‘방송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1일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과방위 소위에서 단독 처리한 방송법에 대한 안건조정위 구성을 요구했다. 안건조정위는 제1교섭단체(다수당)와 그 밖의 소속 의원이 3대 3 동수로 구성되고, 위원 4명의 찬성으로 법안을 의결한다. 다수당의 입법 독재를 막기 위한 장치다.
그런데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안건조정위에 민주당 조승래·정필모·윤영찬 의원, 국민의힘 박성중·윤두현 의원 그리고 민주당 출신 무소속 박완주 의원이 들어가도록 했다. 여야 3대 3 동수가 아니라 사실상 ‘민주당 4표 대 국민의힘 2표’로 만든 것이다. 민주당은 이어 국민의힘 요구로 안건조정위가 오후 2시30분쯤 열리자 수적 우위로 밀어붙여 오후 5시20분쯤 방송법을 의결했다. 법적으로 보장된 ‘90일 활동 기간’을 2시간50분 만에 끝내버린 것이다. 국회법은 여야 이견을 충분히 숙의하라는 취지로 안건조정위 활동 기간을 최장 90일로 규정하고 있다.
과방위처럼 민주당이 ‘무늬만 무소속’을 동원할 수 있는 상임위는 정무위·교육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예산결산특별위까지 5곳이다. 이들 상임위는 ‘민주당 상임위원장+민주당 출신 무소속 위원’으로 구성됐다. 국민의힘이 안건조정위 구성을 요구하더라도 민주당 상임위원장이 민주당 출신 무소속을 내세워 얼마든지 무력화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야권이 유리한 상임위도 5곳이다. ‘민주당 상임위원장+정의당·기본소득당 위원’으로 구성된 상임위다. 문화체육관광위·보건복지위·환경노동위·국토위·여성가족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불법 파업을 보호하는 ‘노란봉투법’ 처리 과정에서 안건조정위가 구성되면 민주당 전해철 환노위원장이 정의당 이은미 의원을 조정위원으로 밀어 넣을 개연성이 크다.
민주당의 안건조정위 무력화는 한두 번이 아니다. 4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안건조정위를 구성할 때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법안에 반대하자 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을 감행해 무소속이 됐다. 후원금 횡령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된 무소속 윤미향 의원은 상임위를 넘나들며 ‘법안 처리 해결사’ 노릇을 했다. 윤 의원은 지난해 8월 환노위에서 탄소중립기본법을, 올 9월에는 농해수위 소속으로 옮겨 양곡관리법 개정안 일방 처리에 조력했다. 국토교통위에서 국민의힘은 “파업 중인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 영구화는 민주노총 청부 입법”이라는 입장이지만 민주당 독주를 막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후 카드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공개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실제 민주당의 ‘다수 폭주’가 이어진다면 줄줄이 거부권이 행사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여야가 국회에서 풀어야할 사안이 국회와 대통령의 직접 대치 상황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협치를 내던지고 의석수에만 의존하는 꼼수는 결국 정치 파국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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