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규모만 수조원에 달하는 재벌그룹 내에서 자금을 담당하는 ‘재무 책임자’의 역할과 권한은 막강하다. 소위 그룹의 살림꾼으로 불리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그룹 내 2인자의 자리까지 올라가는 사례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돈’을 관리하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굳이 2인자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CFO들은 그에 준하는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 지금도 재계에는 총수 혹은 그룹의 2인자에 버금가는 능력과 권한을 지닌 CFO들이 여럿 존재한다. 이봉철 롯데그룹 경영혁신실 팀장(부사장), 정택근 GS 대표이사 부회장, 이재경 두산 대표이사 부회장, 정도현 LG전자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신동빈 시대 이끈 주역…지배구조 개선 총대 맨 롯데그룹 부채관리의 달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등 그룹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룹 안팎에서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문제 삼는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5년 형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으로 인한 ‘형제의 난’과 지난해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 등으로 검찰수사를 받으며 급격히 나빠진 그룹의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결과이기도 했다.
지난 2015년 8월 신동빈 회장은 ‘롯데 지배구조 개선 TF팀’을 발족해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롯데 지배구조 개선 TF팀’은 표면적으로는 지배구조 개편을 주도하는 부서로 비춰졌지만 실상은 기존 신격호 총괄회장에서 신동빈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로 바꾸는 역할을 도맡은 곳으로 평가됐다.
복잡하기로 유명한 롯데그룹의 계열사 지분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대수술 작업을 맡은 TF팀의 수장은 현 롯데그룹 경영혁신실 재무혁신팀을 이끌고 있는 이봉철 부사장이다. 경영혁신실은 롯데그룹 콘트롤타워인 정책본부가 축소·개편되면서 바뀐 이름이다.
이 부사장에게 그룹의 미래명운이 달려있는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것은 그를 신뢰하는 신 회장의 의중이 깊이 반영된 결과로 알려졌다. 특히 최측근으로 꼽히던 고 이인원 부회장과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사장) 등을 배제하고 이 부사장에게 모든 것을 맡긴 것은 고위 임원 간에 권력구도의 변화가 발생했음을 나타내는 현상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아 주목됐다.
당시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인사라는 지적에 롯데그룹 측은 법부와 재무를 맡고 있는 부서는 정책본부 중에서도 지원실이며 이곳의 수장은 이봉철 부사장이기 때문에 그가 ‘최적의 인사’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이 역시 신 회장의 입장이나 다름없다는 시각이 많았다.
1986년 호텔롯데에 입사하며 롯데그룹과 인연을 맺은 이 부사장은 2009년 롯데쇼핑 상무, 2012년 롯데손해보험 대표이사 전무를 거친 뒤 2014년부터 그룹의 콘트롤타워로 불리는 정책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2015년부터는 롯데쇼핑 부사장과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 TF팀장에 이어 올해부터는 경영혁신실 재무혁신팀장도 겸직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롯데그룹을 대표하는 ‘재무통’으로 불린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국내외 20여건의 M&A를 성사시킨데 반해 낮은 부채비율을 보이며 자금을 적절하게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덕분에 이 부사장의 그룹 내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이 부사장은 최근 3년간 만해도 KT렌탈, 삼성정밀화학, 삼성SDI케미칼 사업부문 등 약 5조원대의 M&A를 주도했다. 롯데그룹의 총괄 CFO 역할을 도맡고 있는 이 부사장에게 ‘부채관리의 달인’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 배경이다.
롯데그룹의 대표 재무통인 이 부사장은 서울의 중심 중구 황학동에 위치한 롯데캐슬베네치아의 한 호실을 2006년 매입해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 부사장 소유호 실은 전용면적 114.9㎡(약 35평), 공급면적 151㎡(약 46평) 등의 규모다. 현재 시세는 약 6억8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GS그룹 지주사 대표이사 등극한 ‘왕실세 재무통’ 눈길
지난 2005년 LG그룹 계열분리 이후 GS그룹 소속이 됐다. 이후 그는 GS글로벌 대표이사(사장)을 거쳐 지난 2015년 GS 대표이사(사장)에 등극했다. 정 부회장은 GS글로벌 경영을 이끌 당시 오랜 종합상사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GS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게 하는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경영 능력을 인정 받았다.
재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GS그룹 내 TK(대구·경남)출신, 특히 경남고 인맥이 실세라인으로 불리고 있다. 총수인 허 회장과 더불어 문재인 대통령 또한 경남고 출신이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덕분에 정 부회장을 둘러싼 ‘GS그룹 실세설’에는 더욱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정 부회장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한양아파트의 한 호실을 지난 2003년 부인과 공동명의로 매입해 소유하고 있다. 해당 호실은 전용면적 149,59㎡(약 42평), 공급면적 161.26㎡(약 49평) 등의 규모다. 현재 시세는 약 10억5000만원이라는 게 인근 부동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장수그룹 두산의 장수 CEO…오너 일가 부동산 매입 통해 ‘가신’ 입증
전임 그룹총수인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을 오랜 기간 보좌해 온 그는 현 총수인 박정원 회장과 함께 지주사 두산의 경영을 이끌고 있다. 이 부회장이 두산에서 첫 대표이사 직함을 단 것은 2001년이다. 무려 16년째 대표이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이 부회장은 1978년 동산토건(현·두산건설)에 입사한 뒤 두산음료, OB맥주 등을 거쳐 1998년 그룹 기획조정실 자금담당 상무이사 자리에 올랐다.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그룹 안살람을 도맡았다. 2000년 지주사 두산의 전략기획본부 CFO 부사장을 맡으며 박용만 전 회장을 도와 그룹의 체질개선을 도왔다.
이 부회장은 당시 식음료 등 소비재 위주사업에 치우치던 두산그룹을 중공업 중심의 그룹으로 변화시킨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현직 CFO들에게도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12년 모 매체에서 실시한 ‘현직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국내외 CFO’ 설문조사에서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두산그룹 오너 일가의 신임은 부동산 소유 현황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 부회장은 두산그룹 오너 일가 중 한 명인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으로부터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현대이스트빌 한 호실을 매입해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 전용면적 224.09㎡ (약 68평) 된 해당 호실의 현재 시세는 약 14억원이다.
30년 외길 재무경제 전문가 ‘LG그룹 살림꾼’ 급부상
재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한 기업에서 오랜 기간 근무해 고위 임원에 오른 인물을 일컬어 흔히들 신라시대 골품제 중 최고 신분이었던 ‘성골’로 표현하곤 한다. LG그룹 내에서는 정도현 사장이 대표적인 성골로 평가된다. 동시에 정통 ‘LG맨’으로 불리기도 한다.
LG그룹의 살림꾼으로 불리는 정 사장은 1983년 LG그룹의 콘트롤타워격인 기획조정실에 입사했다. 이후 LG 구조조정본부, LG재경팀 팀장, LG전자 CFO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5년부터 LG전자 경영지원총괄 및 CFO를 겸하는 등 10년 넘게 LG그룹의 대표 CFO로 활약하고 있다.
이런 정 사장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반포자이 아파트 한 호실을 단독으로 소유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는 GS건설에서 준공한 고급 아파트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해당 호실의 규모는 공급면적 199.8㎡(약 60평), 전용면적 165.05㎡(약 50평) 등이다. 현재 시세는 약 23억7000만원에 형성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은주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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