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K그룹의 경영화두는 ‘딥 체인지(Deep Change)’다. 사업구조의 근본적 혁신을 꾀해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SK그룹 수장 최태원 회장은 혁신의 시작점을 일하는 방식에서부터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로는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가족 친화적 근무환경 조성 등을 제시하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다.
가정에 충실한 근무환경 입학전후 男직원도 90일 휴가…휴가만큼은 자유롭게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입학자녀 돌봄 휴직 제도’를 시행 중이다.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직원의 성별과 관계없이 최장 90일의 무급휴직 사용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골자다. 기존 육아휴직과는 별개며 휴직기간은 무급이지만 재직기간으로는 인정된다.
초등학교 입학 시기는 자녀의 학교생활 적응과 부모와 자녀 간 원만한 관계형성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서 직원들이 온전히 가정과 자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도입했다는 게 SK텔레콤 측의 설명이다.
SK텔레콤은 ‘임신기 단축근무’도 확대 시행 중이다. 당초 임신초기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만 사용가능했던 단축근무를 임신기간 전체로 확대했다. 임신 중인 여성 직원들은 임신 직후부터 출산 전까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하며 1일 6시간만 근무한다. 근무 외 시간을 늘려 출산준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결혼 후 오랫동안 자녀를 갖지 못하는 ‘난임’ 직원에게는 의료시술 등을 위한 별도의 유급휴가를 최장 10개월간 부여한다. 휴가 기간 동안 기본급의 100%가 지급된다. 아울러 육아휴직 기간도 2년으로 늘렸다. 법정 육아휴직 기간인 1년보다 2배 많은 기간이다. 아직까지 재계에서도 보기 드문 정책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육아휴직 자동전환제도’를 시행 중이다.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1년을 별개로 산정하지 않고 출산과 동시에 1년 3개월의 휴가를 자동으로 부여해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했다.
특정 시기에만 맞춘 휴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혼 직원들에게는 자유로운 휴가를 바탕으로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내도록 배려했고, 미혼인 직원들에게는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기개발 시간과 충분한 휴식시간 등이 보장될 때 업무효율 또한 높아진다는 인식에서 내린 결정이다.
SK그룹 주요 계열사에서는 ‘즐겁고 신나는 일터를 만들자’는 취지로 ‘빅 브레이크(Big Break)’란 이름의 휴가가 부여된다. 휴가기간은 최대 2주에 달한다.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최고경영인들부터 해당 휴가 제도를 솔선수범한다는 후문이다. 상사의 결재 없이 휴가를 쓸 수 있는 ‘휴가 셀프 승인제도’ 또한 일부계열사에 한해 시행 중이다. 직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사유기재란도 없앴다.
일과 삶의 조화 ‘워라밸’ 문화 확산…인재육성에도 적극
SK그룹은 최근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워라밸’을 지켜주기 위한 노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워라밸’이란 ‘일(Work·워크)과 삶(Life·라이프) 간에 균형(Balace·밸런스)’을 의미하는 말로 각 영단어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직원들이 오전 7시부터 10시 사이에 출근을, 오후 4시부터 7시 사이에 퇴근을 각각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SK텔레콤의 경우 2주 단위로 총 80시간 범위 내에서 직원 스스로 근무시간을 설계할 수 있게 하는 자율선택근무제를 이달부터 시행 중이다.
해당 체계는 회사가 근무시간을 통제하는 일률·관리적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율적 근무를 존중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매달 셋째 주 금요일에는 오후 3시 퇴근을 원칙으로 하는 ‘슈퍼 프라이데이’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부터 일부 직군을 대상으로만 시행해 온 유연근무제를 전사로 확대해 실시 중이다. 직원들은 1일 4시간 이상 주 40시간 근무라는 기본 틀 안에서 개인적 신체리듬·생활패턴·업무상황 등을 고려해 업무집중을 높인다.
SK그룹 안팎에서는 주요 계열사를 포함해 그룹 차원에서 직원들 삶의 질의 향상에 고민하는 배경으로 SK그룹의 인재경영 정신을 꼽는 시각이 많다. SK그룹 창업주 시절부터 ‘사람을 키우듯 나무를 키우고, 나무를 키우듯 사람을 키워 나라에 보답한다’는 인재보국(人才報國) 정신을 경영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는 대표적인 활동이 ‘신입사원과의 대화’다. 故최종원 선대회장 때 도입된 이후 지금의 최태원 회장 체제에서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 활동은 그룹의 경영철학을 누구보다 잘 아는 최고경영진이 직접 신입사원들과 소통하며 변화하는 세대를 익히고 또 그들에게 그룹의 전통을 심는 시간이다.
채용 후에는 핵심인재 육성을 위해 다양한 역량강화 및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도입해 ‘일을 통한 육성’에도 방점을 두고 있다. 구성원 스스로가 역량을 강화하고 경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회사는 구체적인 직무체계를 제시하고 직무이동의 기회를 제공한다.
단순히 직무를 넘어서 인문학·예술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통해 구성원 스스로의 역량개발을 익히게끔 하는 돕자는 취지다. 우수인력을 선발해 해외 및 국내 유수의 대학의 MBA 및 석사과정에서 수학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개인의 삶과 일에 관한 자율성을 강조한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새 시대의 인재는 패기와 함께 삶과 일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능력을 갖춘 이들이다”면서 “이를 통해 생명력 넘치는 기업을 만들고 궁극적으로 세상의 행복을 키우고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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