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도입 검토 중인 부동산 보유세 인상안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취지와는 정 반대의 결과가 예상된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다주택자의 세부담을 높여 집값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와 달리 보유세가 인상되면 오히려 대출이자 갚기에도 벅찬 서민들의 세금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출범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이하·재정특위)는 오는 6월 말까지 보유세 인상안 발표를 공식화했다. 보유세는 종합부동산세(이하·종부세)와 재산세로 구성돼 있다. 재산세는 모든 주택이나 토지에 부과되고 종부세는 기준 시가 6억원(1가구 1주택자는 9억원)이 넘는 경우에만 부과된다.
보유세가 부동산 소유자라면 누구나 납부해야 하는 세금으로 인식되는 배경이다. 정부는 부동산을 갖고만 있어도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보유세 인상으로 다주택자들이 기존에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매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자 규제에 애꿎은 서민만 피해…“가계경제 초토화 시킬 셈 인가요”
그런데 정작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정부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보유세 인상이 다주택자보다 1주택자 및 서민에게 직격타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보유세 인상은 가뜩이나 주택담보대출 이자로 허덕이는 서민가계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일제히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전월 대비 0.02%p 오른 3.47%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예고한 상태다. 대부분의 주택담보대출 이용자들이 변동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이자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대출이자 부담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보유세까지 인상되면 가계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1주택자인 이지은(38·여) 씨는 “대출 없이 집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보유세가 인상되면 그렇지 않아도 대출이자 갚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세금부담까지 가중되기 때문에 가계경제가 휘청일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정작 다주택자들은 보유세 인상에 대해 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유세가 인상되더라도 임대료나 월세 등으로 충분히 보전 가능하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반포자이명성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방문하는 다주택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보유세 인상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며 “어차피 내야할 세금인데 조금 오르더라도 임대료 등을 통해 충분히 보전이 된다는 이유에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를 반영하듯 신규 임대사업자 등록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임대주택을 등록한 사업자는 연 2000만원 이하의 임대소득에 대한 임대소득세·건보료 인하 혜택을 받는다. 8년 이상 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장기보유특별공제율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에만 6938명이 신규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약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서울, 그 중에서도 강남4구 지역(서초·강남·송파·강동)에서 임대사업자 등록이 가장 많았다.
서울 강남구에 소재한 문승조 위례역푸르지오 공인중개사 대표는 “강남지역 다주택자들은 양도소득세 중과 이전에 이미 세제혜택을 받는 임대 주택사업자 등록을 시도했다”며 “보유세 몇 백 만원이 부담돼 기존에 갖고 있던 집을 파는 일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30년 이상 서초구에 거주 중인 이인애(63·여) 씨는 “이미 수년 전 부터 각종 세금을 부과하며 다주택자에게 압박을 가했지만 보유세 때문에 집을 판다는 사람은 못봤다”며 “주변 다주택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정권이 끝날 때까지 절대 안 팔겠다는 얘기가 빈번하게 들린다”고 귀띔했다.
과열된 부동산시장 진정 분위기…“득 보다 실 많은 보유세 인상 재고해야”
대다수의 전문가들도 정부가 보유세 인상안을 섣불리 꺼내들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각종 부동산규제로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든 상황에서 보유세 인상을 단행하는 건 가계부담은 물론 경제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5월 셋째주 전국 주간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매매가격은 0.05% 하락했다. 전반적인 신규 공급물량 증가와 금리 상승 추세로 관망세가 확대됐다.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을 제외하고 몇 주 동안 거래물량과 매매가격은 위축됐다. 이미 시장안정화라는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배효진 세무사는 “보유세 인상이 장기적으로 잘 정착한다면 찬성이지만 안정세에 접어든 현재 부동산 시장에 도입하는 게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다”며 “주택담보대출 이자부담과 세금부담까지 늘어나는 만큼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한 서민들은 더 힘들어 진다”고 말했다.
김은진 부동산 114 리서치 팀장은 “보유세 인상이 다주택자를 압박할 수도 있겠지만 1주택자도 종부세, 재산세가 인상되면 세금을 더 내야하기 때문에 상대적인 부담감은 오히려 더욱 크게 느끼게 된다”며 “세금 인상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한 후 차등을 두고 점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세 인상은 돈이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부의 재분배를 위해 시행하는 취지가 무색하게도 오히려 집 하나만 갖고 있는 서민의 부담만 키울 가능성이 크다”며 “보유세는 인상은 조세형평 원칙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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