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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유세전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각 정당들과 무소속 후보들은 13일 0시를 기점으로 유세전을 마치고 같으날 오후 6시 투표종료 후 방송사들의 출구조사 발표와 최종집계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여 만에 실시되는 전국 단위 선거인만큼 선거 결과에 따라 2020년 총선 이전까지 정국 주도권의 향배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질 수 없는 선거 치르는 더불어민주당 vs 지도층 정치력 미흡에 무너진 자유한국당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기존 선거에 대한 통념을 뒤집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 간의 지지율 격차가 현격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민주당의 압승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한 지난 3월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곳의 판세를 점검했다. 당시 당선확실 11곳, 경합 4곳 (부산·울산·경남·제주), 열세 2곳(대구·경북) 등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야당이 악수(惡手)를 거듭하면서 선거 전날인 12일 현재 당선확실 14곳, 경합 2곳(대구·제주), 열세 1곳(경북) 등으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자유한국당은 선거전 초반 영남권 5곳과 충남에서의 승리를 장담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대구·경북 수성 마저 급급한 처지가 됐다. 자유한국당이 맥없이 무너진 이유로는 민심과 정국 흐름을 읽지 못한 당 지도부의 정치력 미달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남·북 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국민의 80%가 지지한 대형 이벤트에 대해 나머지 20%를 바라보는 ‘뺄셈 정치’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선거 막판 △이재명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의 ‘여배우 스캔들’과 ‘욕설이 담긴 이재명 음성파일’ △김경수 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의 ‘드루킹 댓글’ 의혹 등에 총력 가했지만 이 마저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이재명 음성파일’을 당 홈페이지에 게재하며 이 후보의 도덕성 공격에 나선 직후에도 여론조사에선 이재명 후보와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간의 지지율 변동은 1~2%에 그쳤다.
박지원 의원(민주평화당)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1세기 최대 이벤트인 북·미정상회담으로 세계의 모든 시선이 싱가포르에 집중돼 있다”며 “이 와중에 ‘이재명vs김부선’ 구도로 몰아간 한국당 전략은 히트지만 이미 지난날 다 걸러진 얘기라서 큰 변수 없이 이재명 승리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정태옥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가고 망하면 인천간다)’ 발언은 오히려 부천·인천 유권자들의 반감만 불러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박지원 의원은 “(정태옥 의원의 발언으로) 인천과 부천시민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고 집값을 걱정하고 있다”며 “민주당 승리를 위한 가장 큰 밥상을 갖다 올린 자유한국당은 참패할 것이다”고 진단했다.
김경수 후보의 ‘드루킹 댓글’ 의혹과 관련해서는 ‘특검 관철’이라는 성과를 도출해 내긴 했지만 이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이 과거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여론조작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역풍을 맞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한 방송에서 “자유한국당의 가장 큰 과제는 확장성이다”며 “고정지지층만으로 이번 선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준표 대표의 지원유세를 꺼려하는 자유한국당 후보들은) 홍 대표 이미지나 메시지가 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의 환경이 민주당에 유리하기도 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선거 전략도 큰 역할을 했다”며 “선거 초반 자유한국당이 ‘경제’ 이슈를 들고 나왔다면 힘든 싸움이 됐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당 지도부의 정치력 부재와 고집, 소속 의원들의 몸 사리기는 선거패배로 가는 지름길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재확인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정치공약·후보검증 제쳐두고 문재인 업혀가기에 급급한 민주당”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는 민주당 60년 역사상 최고의 호(好)조건에서 치른 선거로 평가되고 있다. 70%가 넘나드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물론이고 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는 ‘북·미정상회담’이란 대형 이벤트까지 개최된 덕분에 ‘지고 싶어도 질 수 없는 선거’라는 시각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판 섞인 시선도 일고 있다. 지방선거에 나선 민주당 소속 후보 대부분이 선거 운동 과정에서 ‘문재인 마케팅’에만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역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 10일 전북지역 한 기초단체장에 출마한 민주당 A후보는 “자신이 당선되면 문 대통령이 ‘지역발전위원회 위원(대통령직속위원회 위원)’ 자리를 약속했다”는 내용의 발언을 해 지역 유권자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당시 사건에 대해 ‘도 넘은 문재인 마케팅’이라는 시각이 주를 이뤘다.
당 지도부 또한 지원유세마다 문 대통령과 후보와의 각별한 인연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한 것은 물론, 지역 후보들은 TV토론회와 유세에서 ‘문재인’이란 이름을 수없이 쏟아냈다. 후보 홍보를 위한 문구에 ‘대통령 직통 도지사’m ‘문재인 대통령 핫라인’ 등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내용 또한 상당수 존재했다.
도가 지나친 ‘문재인 마케팅’과 관련해 A광역단체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B후보는 상대 후보를 향해 “문재인 마케팅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문재인’이란 인물에 기댄 ‘제2의 친박’ 선거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회 고위관계자는 “민주당 후보들은 정책은 뒷전이고 ‘문재인’이란 이름만 외치는 선거를 만들었다”며 “자신의 홍보물에 ‘문재인’이란 이름을 한자라도 더 넣을 하는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개인적 흠결이 있는 후보에 대해 사전검증이 철저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최근 C지역 한 시민단체는 이 곳 기초단체장에 출마한 민주당 D후보의 ‘여성공무원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을 제기한 단체는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중앙당이 정한 원칙을 도당이 무시하고 중앙당이 묵인했다는 것이다”며 “만약 성추행 사실을 알고도 합의서를 근거로 공천했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편승해 무조건 공천하면 된다는 오만과 방자함이 극에 달한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성토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세기의 담판이라는 미북정상회담에 가려 지방선거가 지방선거답게 이슈가 부각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기울어진 정치지형을 바로잡고 민생경제·서민경제를 회복시키는 계기가 돼야한다”고 피력한 바 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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