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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철회

낡은집 사는 서민 두 번 죽인 ‘박원순의 희망고문’

여의도·용산 개발 발표 후 7주 만에 철회…주민들 “정치인 거짓말 신물나”

유은주기자(dwdwdw0720@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08-31 16: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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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7월부터 한 달 간 서울 강북구 삼양동 옵탑방에 입주해 화제를 모았다. 옥탑방 살이를 마친 그는 강남북 균형 발전을 위한 이른바 ‘옥탑방 구상’을 발표했다. 강·남북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해 지지부진했던 비(比) 강남권 도시철도 사업을 2022년 이전에 조기 착공하고 빈집 1천호를 매입해 청년·신혼부부 주택으로 만드는 등 강북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대적으로 개발 소외감을 느껴왔던 강북지역 시민들은 크게 환영했다. 이와 달리, 최근 여의도·용산 시민들 사이에서는 박 시장을 향한 원성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박 시장이 직접 발표한 여의도·용산 일대 통합개발 계획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여의도·용산 일대를 찾아 개발계획 보류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 등을 취재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한 서울시민들의 원망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여의도·용산 일대 노후된 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는 원주민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최근 박 시장이 부동산 가격을 잡기위해 개발계획을 전면 보류시킨 탓이다. 사진은 용산구 이촌동 시범아파트 전경 ⓒ스카이데일리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 철회로 인한 후폭풍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와·용산을 통째로 개발하겠다던 기존의 발표를 뒤집자 해당 지역 원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낙후된 건물로 인한 지역 슬럼화 현상을 우려하는 한편, 재산 피해 가능성도 언급했다.
 
박 시장은 지난달 10일 싱가포르 출장 중 여의도를 신도시급으로 재개발하고 서울역과 용산역 사이 철로를 덮어 쇼핑센터와 공원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7주 후 돌연 계획 철회 의사를 밝혔다. 부동산 가격 안정화가 이유였다. 박 시장의 개발에 계획 발표에 한껏 고무됐던 부동산업계와 여의도·용산일대 원주민들은 못마땅하다는 반응 일색이다.
 
손바닥 뒤집듯 계획 번복…지친 원주민들 “죽기 전엔 개발 되려나”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는 지어진 지 수십년 째 되는 아파트 단지가 유독 많다.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시범아파트는 지어진지 40년이 넘었지만 재건축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노후 아파트다. 이곳 주민들은 건물 노후로 각종 불편은 물론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
 
시범아파트가 처음 지어졌을 당시부터 살고 있다는 입주민 권순진(여·80·가명)씨는 “하도 개발을 한다는 말만 하고 안 하니 이제는 반쯤 포기한 상태다”며 “녹물이 나오고, 젊은 엄마들은 유모차 하나도 편하게 못 끌고 다닐 정도로 시설이 낙후됐는데 개발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주변 아파트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의도에 위치한 은하아파트 주민 신형자(여·79가명)씨는 “건물 노후도가 심해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얼마 전에 박원순 시장의 개발 이야기를 듣고 일말의 희망을 품었었다”며 “그런데 돌연 취소한다고 하니 이랬다가 저랬다가 시민들 상대로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시장이 생각도 없이 말을 내뱉고 지키지도 않으니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의도와 함께 7주 만에 개발 희망이 사라져버린 용산 지역 거주민들 역시 낙후된 환경으로 인한 피로감을 표출하긴 마찬가지였다. 특히 낙후된 주택·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한강로3가 40번지(이촌동)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경우 상당히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촌동 대림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장문숙(여·74·가명)는 “박원순 시장은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이 아니라 이촌동 노후주택에서 한 번 지내봤어야 했다”며 “건물들이 쓰러져가기 직전이라 시민들이 버젓이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개발을 손 놓아 버린다고 하면 도대체 어쩌자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개발 계획을 발표하기에 웬일로 일을 제대로 하나 했더니 역시나였다”며 “말을 바로 바꾸는 것을 보고 더 싫어졌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몇 년 전 만해도 직접 이곳에 찾아와 주민설명회를 열며 곧 개발해줄 것처럼 굴더니 재선에 성공한 후 곧장 이렇게 말을 바꾸는 것 보니 박 시장도 결국엔 정치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꼬집었다.
 
▲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40번지 일대와 효창공원역 일대는 낙후된 주택들이 밀집해 있다. 지척에 용산역·신용산역 인근에 고층빌딩들이 들어선 것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인다. 사진은 이촌동 쪽에서 바라본 용산역 방향 ⓒ스카이데일리
 
용산구에 거주하는 대다수의 시민들은 낙후된 지역의 슬럼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촌동 교회 앞에서 만난 3명의 60대 여성들은 “10년 넘게 묶어 놓으니 개발을 못해 건물은 계속 낙후되고 도로도 좁아 소방차조차 들어올 수 없다”며 “바로 옆이 지하철역인데 이렇게까지 개발이 안 된 곳은 여기밖에 없을 것이다”고 입을 모았다.
 
퇴원하는 아이를 마중 나온 김미소(여·37·가명) 씨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선 당연히 개발이 되는 게 좋다”며 “밤에는 다소 위험하게 느껴질 정도로 도로가 좁고 어두운데 자칫 우범지대가 될까 무섭다”고 말했다.
 
규제를 위한 규제…부동산 전문가들 “가격은 가격대로 올리고 서민에겐 실망감 선사”
 
부동산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박원순 시장의 개발 철회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개발을 보류한다고 해서 부동산 시세가 내려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시범아파트 상가 내 B부동산 관계자는 “개발계획 발표 이후 문의 전화가 상당히 많이 걸려오긴 했지만 여긴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상태다”며 “(박 시장의)개발 계획과 별개로 기대심리에 집을 팔려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개발을 철회한다고 해서 시세가 내려갈 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가 강제로 부동산 가격을 규제하려고 하는 것이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여의도 시범아파트 전경 ⓒ스카이데일리
 
여의도 리버타워 오피스텔 내 A부동산 관계자도 개발을 막고 규제를 가하는 행위가 시장 안정화에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규제를 풀어줘야 잡을 수 있다”며 “낙후된 주택·아파트 개발을 통해 공급을 계속해서 늘려줘 공급을 해결하면 가격은 저절로 내려가게 돼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 개발 논의가 이뤄질 시기에는 기대심리에 시세가 오르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며 “어차피 말도 안 되게 오른 가격은 시간이 지나면 거품이 꺼질 텐데 시장에 맡기지 않고 규제를 위한 규제를 하다 보니 오히려 사람들의 기대심리만 높아져 부작용만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용산 지역 역시 오래 전부터 개발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정부가 잡으려는 부동산 가격과 무관하게 이미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중론이다. 용산전자상가 인근 K부동산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를 하니 사람들이 오히려 ‘가격이 오를 건가 보다’하는 심리를 갖고 더 덤비는 것이다”며 “억지로 개발을 막아 누르면 결국 용수철처럼 가격이 튀어 오를 텐데 규제로 인해 결국 원주민들만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촌동 J부동산 관계자는 “개발에 대한 기대심리로 수요가 꾸준해 부동산 시세는 계속 오르테지만 은행·병원 등의 기본적인 시설들이 빠져나가 결국 원주민들의 생활 여건만 날로 악화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개발 희망을 품고 버티던 주민들도 결국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만 몰려 시세 상승이 더욱 가파른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일선 부동산 관계자들 외에 부동산 전문가들 역시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이 번복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박원순 시장의 개발 계획 발표는 여의도 인근에 자리한 마포·영등포·당산·신길 지역의 시세 상승까지 부추겼다”고 꼬집었다.
 
이어 “박 시장이 너무 섣불리 중앙정부와의 합의도 없이 개발 계획을 내놓는 바람에 그동안 정부의 규제가 허사로 만들 정도로 부동산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며 “이번 개발 계획 번복은 결국 부동산 가격만 올려놓고 서민들에게는 실망감만 안겨준 꼴이다”고 비판했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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