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규제일변도 정책으로 전국에 걸쳐 부동산 침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가까스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서민들은 떨어지는 집값에 한 숨만 쉬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더욱 큰 부작용은 따로 있다. 한 지역 내에서도 집값 양극화 현상 심화되고 있는 점이 대표적이다. 집값 양극화 현상은 지역 전반에 걸쳐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는 등 부동산 침체 현상이 심화되는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지역 내에서 이른바 ‘강남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구 수성구와 대전 유성구, 광주 남구 등이 대표적이다. 통상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떨어지면 지방 부동산 시장 역시 시세가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지만 이들 지역은 집값이 급등하며 과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정책에 의해 인위적으로 발생한 집값 양극화 현상은 지역 주민들 간에 괴리감을 형성시키고 나아가 국론 분열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지방 부동산 양극화 현상’을 선정하고 관련 내용을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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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임현범 차장|문용균·나광국 기자]“대구시 내에서 수성구는 전통적인 부촌으로 각광받았어요. 특히 범어4동과 만촌3동은 학군이 좋아 자녀를 가진 부모들이 선호하는 지역이었죠. 최근에는 범어4동과 인접한 수성동3가 역시 뛰어난 주거·교육 인프라를 갖추면서 부상하고 있어요. 공공연하게 범어4동을 대구의 강남 혹은 압구정, 수성동3가를 대구의 청담동이라고 불러요. 대구시 내에서는 수성구와 타 지역 간의 집값 차이와 심리적·문화적 괴리감이 상당하죠”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이후 지방부동산 대다수가 침체의 늪에 빠졌지만 대구시 수성구의 경우 집값이 급등하는 등 오히려 정반대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수성구에 소재한 한 아파트의 경우 1년 새 시세가 무려 2배 가까이 오르는 등 급등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성구의 집값 상승세는 대구시 전체 집값이 하락하거나 보합세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집값 양극화 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의 여파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나타나면서 지방에서도 서울의 강남과 같은 핵심지역에 부가 집중되는 ‘강남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위가격 3억9750만원 수성구 아파트 지방 1위 등극…1년 새 2배 ‘초급등’
대다수 지방부동산이 침체에 시달리는 것과 달리 대구시는 오히려 반등하고 있다. 지난달 대구시 아파트 가격은 부산을 제치고 지방 1위 자리에 올랐다. 대구시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견인한 건 대구시 내에서도 전통부촌으로 불리는 수성구의 힘이 컸다는 분석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대구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2억6642만원이다. 수도권과 세종시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가장 높은 금액이다. 그동안 지방부동산 1위 자리를 차지했던 부산은 지난달 중위가격이 2억6167만원에 그치면서 대구에 밀렸다. 대구시 수성구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3억9750만원으로 지방 대도시 중 가장 높은 가격을 형성했다.
대구 부동산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긴 했지만 지역 내에서도 온도차는 극명하다. 부동산 매매가격지수를 살펴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수성구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8.9%에 달한 반면 달성군과 동구는 같은 기간 0.6% 오르는데 그쳤다.
큰 폭의 시세상승을 이룬 아파트 역시 수성구에 밀집돼 있다. 지난 1년간 대구에서 시세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수성구 만촌동에 소재한 한도아파트다. 당초 3.3㎡당 1278만 원에 불과했던 시세는 최근 3.3당㎡당 2495만 원까지 올랐다. 무려 95.23%에 달하는 연간상승률로 전국 1위에 달하는 기록이다.
한도아파트는 지난해 말 시공사를 선정한 만촌3동 재개발 구역 내에 자리하고 있다. 수성학군이라 불리는 뛰어난 교육여건을 갖춘 데다 재개발로 인한 신축아파트 시공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수성구 황금동에 위치한 우방2타운 아파트 역시 재건축·재개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1년 새 40% 가까이 시세가 올랐다. 지난달 14일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후 재건축 추진이 한창이다.
수성구 수성동3가에 위치한 수성코오롱하늘채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재개발 등 뚜렷한 호재가 없음에도 1년 새 시세가 34.22%가 올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3㎡당 1952만원이었던 수성코오롱하늘채의 시세는 최근 3.3㎡당 2620만원까지 오른 상태다.
만촌3동 인근에 위치한 한 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 수성구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상담문의가 끊이질 않았다”며 “한도아파트뿐 아니라 수성32 정비구역에 속해있는 빌라나 주택 매물을 구하기 위해 수요가 몰리면서 시세가 단기간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범어4동·수성3가, 교육·주거 인프라 힘입어 ‘대구의 강남·청담’ 등극
대구 내에서도 수성구 부동산이 급등하는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뛰어난 교육·주건 여건이 자리하고 있다. 범어4동과 만촌3동을 중심으로 주변에는 경북고, 경신고, 혜화여고, 영남공고, 대륜중·고등학교 등이 밀집돼 있다. 이곳은 이른바 ‘수성학군’으로 불린다.
범어4동과 만촌3동의 교학로나 달구벌대로, 범어로 등 대로변에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수정구청역과 만촌역을 잇는 커다란 대로변에는 대치동 학원가를 방불케 할 정도로 다양한 학원들이 밀집돼 있다.
9층 건물에 대입학원이 통째 들어서 있는가 하면 10층이 넘는 건물에 층마다 국어, 영어, 수학, 미술학원 등이 자리하고 있다. 학원을 제외하면 내과나 치과, 피부과, 한의원 등 병원이나 약국 등 의료시설 비중이 높은 편이다.
범어4동과 인접한 수성3가 역시 수성학군을 바탕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범어4동과 만촌3동이 중·고등학교가 몰려 있는 반면 수성3가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여럿 존재한다. 위치는 가깝지만 수성구 내에서도 범어4동·만촌3동과 수성3가 동네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는 게 인근 부동산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수성3가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수성구가 대구 내 다른 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뛰어난 교육여건과 주거환경을 갖추고 있는 건 사실이다”며 “수성3가는 주로 자녀가 어린 부부들이, 범어동이나 만촌동은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각각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수성3가 주변엔 영어유치원과 초등학교가 대거 몰려있고 범어동이나 만촌동은 중·고등학교가 몰려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수성구에 거주하는 분들은 대치동 부모 못지않게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 커뮤니티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커뮤니티도 상대적으로 자산이나 재력이 비슷한 수성구 거주민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수성구 거주민들에 대한 인식 자체가 크게 달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서울의 강남 거주민들에 대한 인식과 유사한 모습을 띄고 있다. 지난해 가장 큰 폭으로 시세가 오른 수성구 만촌동에 위치한 한도아파트 주변엔 택시 여러 대가 아파트상가 입구에 줄선 채 대기하는 모습이 연출되곤 한다.
정차 중이던 한 택시기사는 “낮 시간대에는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보다 여기서 기다리는 게 오히려 손님을 더 많이 태울 수 있다”며 “과거 압구정 현대아파트 앞에서도 이런 비슷한 모습이 연출됐다고 하는데 최근 수성구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적인 현상이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구 수성구와 같이 한 지역 내에서도 핵심지역만 시세가 오르는 현상이 앞으론 심화될 거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교수(부동산학과)는 “당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인해 거래가 위축돼 관망세로 접어들었지만 인구구조상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심화될 것이다”고 진단했다.
이어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서울과 수도권, 광역시 규모 정도의 도시를 제외하면 지방부동산은 수요가 줄면서 가격 하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지방부동산도 서울의 강남과 같이 특정 지역에 수요가 몰리면서 오르는 곳만 계속 오르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임현범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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