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지표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 조선업 지원 등의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와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 등은 10개월 연속 동반 하락하고 있다. 일선 산업현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 주요 제조업 중심지역은 핵심 산업의 붕괴로 지역경제마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조선업·자동차 중심 지역인 전남 목포, 영암, 전북 군산 등은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경제 부흥의 디딤돌 역할을 했던 대구와 경북 구미 지역 역시 섬유, 자동차 산업의 부진으로 인해 과거 영광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서해안 벨트의 핵심 지역인 평택과 당진 등은 철강, 휴대폰 사업의 부진으로 활력을 잃은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조차 IMF 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는 상황이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제2의 IMF가 온다’로 선정하고 우리나라 제조업 거점 지역을 방문해 현재 상황을 현장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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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이철규·박광신 부장, 조성우·강주현 기자] 영남 지방은 우리나라의 위대한 경제사를 논할 때 빼먹지 않고 거론되는 핵심 지역이다. 제조업 메카로 자리매김하며 국가경제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대규모 산업단지가 자리한 경상북도 대구시와 구미시는 그 중에서도 핵심 지역으로 손꼽힌다. 이곳에 세워진 수많은 공장에는 산업역군들이 흘린 구슬땀이 지금도 고스란히 배어있다. 쉴새없이 돌아가는 공장들 덕분에 지역경제 또한 활기를 띠었었다.
그러나 찬란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오늘날 대구·구미의 지역경제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대·내외적인 악재로 어렵사리 돌아가던 공장들이 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 상승,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 친노동 정책의 여파로 문을 닫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공장의 위기로 지역경제까지 위태로워지자 지역민들은 정부의 현실성 없는 정책 때문에 도시 전체가 도탄에 빠졌다며 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들해져가는 대한민국 섬유산업의 메카…경기침체 부추기는 정부정책에 한숨만
대구시는 과거 60~70년대 우리나라 섬유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며 빠르게 성장한 곳이다. 섬유산업을 기반으로 형성된 산업단지에 자동차부품, 금속, 기계 등 다양한 직군의 기업들도 생겨나면서 영남지역의 대표 공업도시로 발돋움했다. 대구시 내에는 성서공업단지, 검단공업단지, 제3공업단지, 비산염색공단, 서대구공업단지 등 5개의 산업단지가 조성돼 있다.
대구의 영광은 최근 들어 점차 시들해지는 모습이다. 섬유산업의 쇠퇴와 더불어 국내 자동차 산업까지 휘청이면서 지역경제가 크게 휘청이고 있다. 여기에 정부정책은 지역경제 침체에 기름을 붓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원가상승이 불가피해지면서 공장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대기업 하청 공장이 특히 많은 이곳 특성상 정부 정책으로 인한 원가상승은 타 지역에 비해 피해 정도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문을 닫는 공장이 늘면서 일자리가 줄어 지역경제 침체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찾은 성서공업단지와 제3공업단지 등에서는 최근 대구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대구 최대공업 단지인 성서공업단지는 한창 바빠야 할 이른 오후시간임에도 공단은 분주함 대신 적막한 분위기가 풍겼다. 인적도 드물었다. 문이 굳게 닫힌 공장 또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삼삼오오 모인 근로자들의 얼굴엔 어두운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제3공업단지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기계와 쓰레기 더미 등이 방치된 공장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공장 관계자로부터 어려운 공단 상황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과거 대구는 섬유산업을 중심으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최근엔 일감이 줄고 경기까지 어려워져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떠나고 있다”며 “지역경제가 망가지고 있음에도 대통령은 우리나라 국민보다 북한에 신경 쓰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고 토로했다.
산업단지의 위기는 고스란히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졌다. 스카이데일리가 찾은 대구패션주얼리특구에서는 어려운 지역경제 상황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곳은 서울 종로3가 등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귀금속 거리 중 한 곳이다.
과거 영남지역 시민들은 물론 멀리는 충청도민들까지 찾았던 곳으로 이름 높았던 곳이지만 현재는 과거의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침체된 분위기가 역력했다. 거리를 오고가던 지역 상인들이 서로에게 “요새 장사 잘 되느냐”며 주고받는 인사말이 현 대구 지역경제의 현실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황해범 대구패션주얼리특구 상인회장은 “대구패션주얼리특구가 한창 잘 나갈 때에 비해 현재 매출액은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상황이다”며 “지역경기가 침체된 데다 최저임금까지 갑작스레 크게 올라 상인들이 종업원까지 감축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는 섬유산업, 자동차부품 등을 중심으로 발전된 곳인데 해당 산업이 침체한 상태라 지역경제가 어렵고 자연스레 사치품인 귀금속에 대한 소비가 줄어 대구패션주얼리특구도 침체기에 들어선 상황이다”며 “최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대구를 찾아 지역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청취했지만 별다른 답변은 주지 않고 떠나 아쉬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경제단체 등도 대구경기가 어려움에 빠져 있다고 분석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대구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최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부진에 빠지며 대구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 금속 등의 업체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상승으로 원가상승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지만 이곳에 위치한 기업들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라 쉽게 탈출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대 규모 내륙공업단지 구미…찬란한 과거 뒤로 한 채 빈 공장부지 수두룩
과거 우리나라가 성장가도를 달릴 당시 구미는 최대 수혜지로 꼽히던 도시 중 한곳이었다. 구미엔 국가산업단지란 이름으로 5개의 산업단지가 조성돼 있다. 국내 최대 규모 내륙공업단지로 꼽히는 이곳에는 전자, 기계, 섬유 등의 제조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삼성, LG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 공장과 더불어 이들의 하청업체들이 이곳에 터전을 잡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구미는 과거의 위상을 서서히 잃어갔다. 구미상공회의소 관계자에 따르면 구미 산업단지에 위치한 삼성, LG 등의 공장에선 현재 제품을 양산해내지 않고 한정된 물량만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그나마도 이곳 공장들이 생산해 내는 제품들은 주력 상품이 아닌 과거 세대 혹은 프리미엄 라인 상품 등인 까닭에 물량 자체도 많지 않다.
자연스레 일감이 줄었고 대기업에 부품 등을 공급하던 중소기업들도 문을 닫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다 보니 지역인재들은 타 지역으로 향했다. 구미 산업단지는 탈출구 없는 하락의 길을 걷게 됐다. 지금도 적잖은 공장들이 문을 닫은 채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넓은 공장부지만 덩그러니 남은 곳도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최근 구미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새롭게 조성됐지만 대부분의 부지가 미분양으로 남은 점은 오늘날 구미경제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현상으로 꼽힌다. 공장부지 곳곳엔 공장 대신 공장임대와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과 전단지 등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 제조업의 중심지 중 한 곳이라 보기엔 부족함이 많다는 게 이곳 지역민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구미산업단지 한 관계자는 “구미 내 공장부지 등의 땅값은 십수 년 전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그마저도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며 “기업들에게 구미가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라는 점을 방증하는 현상으로 구미산업단지는 사실상 쇠퇴만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는 의견을 밝혔다.
구미산업단지는 향후 전망도 어두운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월 25일부터 3월 11일까지 구미상공회의소가 지역 내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전망치는 84에 불과했다. 기업경기전망치는 기업들의 현장체감경기를 수치화 한 것으로 100을 넘기면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음을 의미하며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지역 체감경기 역시 최악을 달리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구미를 방문했을 당시 기차역과 버스터미널 앞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한 택시를 잡아 탄 후 기사에게 구미 경기에 대해 묻자 한 숨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예전에 구미가 호황을 누릴 당시 거짓말 조금 보태면 택시는 물론이고 장사가 안 되는 곳이 없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기업들은 물론이고 사람들도 다 빠져나가며 지역 경기가 말도 안 되게 나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며 “지금 힘들더라도 나중엔 잘 될 거라는 희망이 있으면 그나마 버틸 수 있겠지만 현재 구미 경기에 탈출구가 안보이니 많은 지역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민들의 원성은 정부를 향하는 분위기다. 지역민들은 국가경기가 부진하며 지역경제마저 쇠퇴기에 접어든 상황에 대해 전문가 등은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후 추진했던 경제정책들이 적잖은 부작용을 나타내며 경기침체에 일조한 만큼 현 기조를 유지했다간 과거 외환위기와 같은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상황이다.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는데 정부는 기업들의 역량을 믿고 이들이 전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며 “현재 정부는 기업들의 행동에 제약을 두고 간섭을 일삼고 있는데 이는 과거 60~70년대 경제개발 단계에서 적합할지 몰라도 오늘날 세계 일류 기업이 즐비한 우리나라 경제 상황엔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 기업들은 전 세계 기업들과 경쟁할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정부가 최저시급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의 정책으로 발목을 잡으며 경쟁에서 뒤처지게 만들고 있다”며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음에도 정부가 반성하지 않고 현재의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면 제2의 외환위기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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