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은 5000여 개의 유통업체, 하루 이용객 13만 명, 연간 유통물량 230만여 톤으로 수도권 먹거리의 50% 정도를 유통하고 있다. 농수산물의 경제적·사회적 유통비용을 절감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가격형성의 중추시장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1985년 농수산물의 유통근대화 달성을 목적으로 개장한 서울의 대표적인 농수산물 도매시장으로 상징적 가치가 높음을 인정받아 2013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가락시장의 노동자들의 근무환경 실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도매시장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안타까운 시선이 일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하역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7시간, 주 6일 근무는 물론 노조조합으로부터 갑(甲)질에 가까운 인권탄압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역노동자들이 이러한 처우를 받고 있는 이유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락시장에 있는 하역노동자들은 노조에 가입 후 일감을 받는 형태로 근무하고 있으며 특수노동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보호에서 벗어난 상황이다. 스카이데일리가 가락시장 하역노동자의 근무환경 실태와 이에 대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가락항운노조 등의 반응을 현장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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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락시장의 하역노동자 근무환경이 여전히 전근대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여론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가락시장에서 출하한 농산물을 하역하거나 낙찰된 물품을 배달하는 일을 하고 있는 하역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7시간 근무, 하루 휴게시간은 1시간 남짓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연차를 사용할 경우 다음날 3~6시간 추가 근무를 해야 하고 추가 수당은 지급되지 않는다고 폭로했다.
주목되는 사실은 하역노동자들을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내몬 이들이 바로 하역노동자들과 같은 신분의 노동조합이란 사실이다. 노동조합 집행부 측이 소속 조합원, 즉 하역노동자들을 상대로 이러한 행태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역노동자들은 노조 집행부를 통하지 않고서는 일을 할 수 없는 구조가 되다보니 지금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주장한다.
하루 평균 17시간, 주 90시간 일하는 하역노동자…인권 무시도 예삿일
농민들이 농산물을 생산하고 출하하면 산지유통인을 통해 농산물이 가락시장으로 이동한다. 도매법인은 전국에 흩어진 농수산물을 한 곳으로 모은 뒤 경매품목은 경매로 다수의 중도매인에게 분산시킨다. 경매에는 중도매인과 매매참가인이 참여한다.
중도매인은 여기서 구입한 농산물을 소매상이나 직판상인에게, 매매참가인은 곧바로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생산·출하자가 도매법인을 거치지 않고 직접 중도매인 또는 직판상인과 거래하는 경매예외품목도 존재한다.
하역노동자들은 생산·출하자가 출하한 농산물을 가락시장 내 경매장에 하역하고 경매에서 낙찰된 물품을 중도매인 등에게 배달하는 일을 맡는다. 가락시장 하역노동자들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단지 노조 가입을 통해 노동의 권리를 부여받는다. 6개 청과도매법인과 3개 하역노조가 하역비를 일괄협상하고 노조가 하역비를 지급받아 조합원에게 분배하는 방식이다.
사용자와 계약한 노동자의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단체교섭 또는 산별교섭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결국 하역노동자는 법의 테두리 밖에서 부당노동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물론 다른 노조나 인력업체 등도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아 하역업무를 할 순 있지만 그럴 경우 하역노조에서 이런저런 방해 작업을 하기 대문에 하역업체와의 계약에 이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사실상 하역노동자들은 하역노조를 통하지 않고선 일을 할 수 없는 환경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스카이데일리가 가락시장에서 만난 하역노동자들은 하역노조의 갑질에 가까운 행태 때문에 열악한 근무환경 노출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가락시장에서 5년간 하역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김기태(53·남) 씨는 “하역노동자들은 대부분 그 어떤 단체와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하고 있다”며 “작성을 했더라도 교부받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4대 보험은 당연히 가입돼 있지 않았고, 단지 노조에 가입한 후 노조로부터 일을 받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며 “대부분 하역노동자들은 하루에 15~17시간씩 주 6일을 근무하고 있고 대부분 야간근무를 하고 있어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지만 하루에 1시간 정도의 휴식시간만 부여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하역노동자 최병주(48·남) 씨는 “하루에 1시간 주워지는 휴식시간도 솔직히 편하게 쉴 수 없는 게 현실이다”며 “노조 팀장들은 하역노동자들이 15~20분 만에 식사를 마치고 일하도록 강요하고 말을 듣지 않을 경우 심한 욕설은 기본이고 인격모욕적인 발언도 서슴없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씨는 “하역노동자들은 육체노동자들이기 때문에 일하다 보면 몸이 아픈 날도 있고 때문에 연차를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며 “연차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하루를 쉬면 다음날 3~6시간 일찍 출근해 일해야 하고 더 일한다고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하역노동자들이 연차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근로기준법에 위배되지 않아”…노동조합 측 “개선에 노력하겠다”
지난해 말 비정규직 없는 송파행동단체 ‘송파유니온’의 조사에 따르면 가락시장 노동자들은 평균 1일 17시간, 주 90시간 일한다. 노동시간이 주 52시간을 초과한다고 응답한 노동자가 80.1%, 60시간을 초과한다고 응답한 노동자가 66.5% 등이었다. ‘휴게시간이 있으나 제대로 쉴 수 없다’고 응답한 사람도 32.8%, ‘휴게시간이 아예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13.7% 등이었다.
하역노동자들은 주 6일 근무에 내몰려 있지만 연차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1주 평균 휴일 수가 1일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86.8%였다. 연차휴가가 ‘없다’고 답한 사람도 84.7%였다. 근무형태는 야간근무 61.2%, 12시간 교대제 7.9%, 24시간 격일제 9.8% 등이었다. 하역노동자 대부분이 야간 및 새벽에 근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어 “하지만 가락시장 하역노동자들은 노조로부터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받고 작업시간에 따라 임금을 받기 때문에 충분히 근로자로 보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도매법인과 노조 간의 계약이 이뤄진 상황이기 때문에 두 곳 모두 하역노동자의 사용자로 보기 어려워 근로자는 있지만 책임을 지는 사용자가 없는 아이러니한 근로환경이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가락항운노조 관계자는 “노동조합도 조합원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인력이 수급되지 않으면 전국 각지에서 가락시장으로 오는 농산물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어렵다”며 “이에 따라 하역노동자들이 연차를 쓸 경우 어쩔 수 없이 패널티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는 노동조합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며 “이전에 서울시장을 만나서 가락시장의 실태에 대해 말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농수산물공사가 함께 하역노동자들과 가락시장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락시장을 개설하고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를 통해 관리하는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과 하역노동자들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할 때 시장관리자인 공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만한 권한이 없다”며 “하지만 하역노동자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고용구조를 바꾸고 원활한 시장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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