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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의 ‘식사 하실래요’

외식업계 ‘큰형’ 오진권 전 놀부 대표의 ‘비상(飛翔)’

가성비 좋은 <오리와 쭈꾸미>·<고기랑찌개랑>·<코너집>서 만난 이야기

스카이데일리 기자(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9-08-18 18: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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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칼럼니스트 유성호
오진권 전 놀부 대표를 오랜만에 다시 만난 것은 지난 봄 어느 모임에서다. 경기도 파주 심학산에서 하던 정육식당을 닫고 절치부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바가 있어 뵙고 싶었다. 트레이드마크 같은 가슴 옷섶에 선글라스를 걸치고 저 만치서 활짝 웃는다. 약속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정확성과 칠순을 앞둔 나이에도 불구하고 건강미가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마리스꼬, 사월의 보리밥, 저잣거리 등 놀부 이후 자생적인 브랜드로 기세 좋게 외식시장을 호령 할 때 오 전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물론 그의 명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유명세에 눌려 만남 청하기를 차일피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는 흔한 말로 우리나라 외식업계 신화적 존재라고 불린다. 입지전적 인물이란 수식어도 따라 붙는다. 어려운 가정환경과 가출, 베트남전 참전 육군 상사 출신, 1000억 대 매출을 올린 프랜차이즈 창업자, 그리고 세 번의 결혼과 이혼. 매사가 보통 사람들과는 결이 다른 삶을 살았다. 화려하고 행복해 보이지만 속상하고 고단한 시간도 많았다. 그럼에도 그는 좌절하지 않고 늘 재기를 도모했다.
 
1000억원 대 매출 브랜드 창업 신화 주인공
 
▲ 언밸런스 신발 패션을 선보이면서 시내를 활보하는 오진권 전 놀부 대표. 칠순을 바라보지만 여전히 외식업계 최고의 패셔니스트 중 한사람이다. [사진=필자제공]
 
오 전 대표의 삶이 궤적은 수많은 인터뷰 기사에 많이 실려 있다. 필자는 과거의 오 전 대표를 재소환하기보다 그와 최근 함께 다녔던 식당과 미래 비전을 나눠보려고 한다. 외식업 고수답게 오 전 대표는 뛰어난 직관력과 정확한 입맛을 가졌다. 외식 환경 변화에 대한 내성도 강해졌다. 사업을 접을 때마다 대가를 비싸게 치렀기 때문이다. 그런 그와 함께 식당을 다니면서 나눈 이야기는 음식칼럼니스트에게 큰 자산이 된다.
 
오 전 대표는 요즘도 주변 지인이 간곡히 부탁하면 컨설팅을 해준다. 성공신화를 계속 써내려가지 못한 자책으로 극구 마다하지만 외식업계에서는 찬란한 성공과 처절한 실패를 모두 겪은 오 전 대표의 경험을 높이 사고 있다. 최근에는 전라남도 장흥에 초대형 식당을 컨설팅 하기 위해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열정을 보였다. 또 지난 6월에는 후배 외식인들을 위해 강단에도 섰다. 누군가 오 전 대표의 강의를 ‘천국과 지옥을 오간 이야기’로 표현했다. 절묘한 표현이다.
 
오 전 대표가 요즘 한창 공을 들이는 것은 마지막으로 식당을 열었던 심학산에서의 화려한 재기다. 한강과 임진강이 합수하는 오두산 통일전망대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심학산 기슭에 대형 카페를 준비하고 있다. 투자자가 모든 것을 오 전 대표에게 맡겼다.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그는 커피 바리스타 과정과 제과제빵을 익히기 위해 학원을 다니는 등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마지막 비상(飛翔)을 위한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각오다.
 
방배동 <오리와 쭈꾸미>…부드러운 유황오리진흙구이 인기
       
▲ 방배동 <오리와 쭈꾸미>의 부드러운 유황오리진흙구이 [사진=필자제공]
 
하루는 오 전 대표로부터 동작구 방배동에 있는 <오리와 쭈꾸미>라는 식당으로 오란 기별을 받았다. 방배역 4번 출구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 지하1층을 내려가자니 낯익은 셰프들 사진이 걸려있다. 천준영, 이진환, 유장호 셰프다. 오 전 대표가 운영하던 마리스꼬에서 봤던 셰프들이다.
 
알고 보니 이 매장은 오 전 대표가 운영하던 것을 직원들에게 인계한 것이다. 지하 1층 400㎡(120평), 125석 규모의 넓고 쾌적한 공간이다. 유황오리진흙구이와 해신탕, 보쌈 등이 주력 메뉴다. 낮에는 쭈구미 정식 등 가벼운 점심메뉴도 인기가 많다. 이날 맛을 본 오리진흙구이는 부드러운데다가 속이 꽉 차 있어 4인이 배를 채우고도 남을 정도다. 밑반찬은 웬만한 한정식집 수준으로 깔린다.
 
<오리와 쭈꾸미>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세 명의 셰프들은 남다른 경영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다름 아닌 ‘맛’에 대한 완성도다. 해산물과 육류 등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한 주 메뉴요리는 물론 밑반찬까지 디테일하게 맛을 관리한다. 그럼에도 오 전 대표는 현장에서 몇 가지 팁을 더 내 놓는다. 전 직원에 대한 애정이 한껏 느껴지는 부분이다.
  
파주 금촌 <고기랑찌개랑>…가성비 최고 육전을 만나다
          
▲ 파주 금촌 <고기랑찌개랑>의 가성비 좋은 육전 [사진=필자제공]
 
오 전 대표와 지난 11일에는 파주 금촌 5일장에서 만났다. 금촌장은 1·6일 장으로 규모가 작지 않고 활기가 넘친다. 장날만 되면 지역 언론인 출신인 김준회 기자가 바리스타로 변신한다. 장이 서는 금정로 한가운데 커피 머신과 테이블을 깔고 각종 커피음료와 레몬에이드 등을 판매하는 ‘장돌바리카페’(장카페)를 연다. 김 기자는 매달 금촌역 앞에서 적십자 사랑의 밥차 행사에도 바리스타봉사단과 참여해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커피를 제공한다.
 
한 여름철 장날엔 장카페 아이스커피가 인기가 좋다. 얼음은 한식집 <고기랑찌개랑> 냉동고를 이용한다. 김 기자에게 <고기랑찌개랑>은 고마운 존재다. 장날이면 좌판이 식당 앞을 죄다 가려도 이청길 사장은 외려 김 기자를 챙긴다. 파장을 하면 저녁 식사까지 먹여서 보낸다. 두 사람은 금촌초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장카페가 열릴 수 있었던 것도 이 사장의 배려 때문이다.
 
인심 좋은 음식점이라 맛도 좋을 것이란 기대감으로 메뉴판을 보니 육전이 눈에 띄었다. 가격이 1만원이라 놀랐다. 도토리묵도 1만원, 가성비가 좋은 집이다. 주력메뉴는 자연산버섯찌개와 고추장찌개다. 이 사장이 직접 산에서 채취한 버섯이 들어간다고 한다. 원래 축구를 했는데 다리를 다친 후 산을 타기 시작했다. 이 사장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데 도토리묵이 나왔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더니 빨갛게 잘 버무려진 도토리묵 맛이 좋았다.
 
이어 등장한 육전은 도저히 1만원짜리라고 믿기지 않는 맛과 양을 자랑했다. 오 전 대표는 “최고의 가성비다”라고 거의 외치다시피 했다. 다만 파 무침이 따라 나오질 않아 별도로 부탁을 했다. 팁을 준다면 가격을 약간 올려서 파 무침까지 준다면 더할 나위 없는 메뉴가 될 것 같다. 갑작스런 부탁에도 뚝딱 무쳐 나온 파 무침도 수준급이다. 이 사장 부인이 주방 음식을 책임지고 있다.
 
동대문 <코너집>…할머니의 손맛 담긴 노포
 
▲ 동대문 <코너집>의 ‘홍어무침+머리고기’ 조합 [사진=필자제공]
 
한 번은 하늘이 맑았지만 비가 올 거란 예보가 있는 날이었다. 오 전 대표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인근 <코너집>이란 곳에서 지인들과 낮부터 막걸리 상을 봤다며 불렀다. 하늘을 보니 도저히 비가 올 날씨 같진 않았다. <코너집> 간판에는 ‘35년 전통’이라 써 붙어 있다. 간판을 한지 몇 해가 됐으니 40년 가까지 된 노포인 셈이다.
 
모르는 식당에 가서 실패하지 않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주인에게 물어보거나 인터넷을 통한 정보다. 그 보다 직관적으로 실패하지 않을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은 메뉴판 제일 상단 음식을 시키면 된다. 가장 자신 있게 잘하는 주력 메뉴란 의미에서 제일 앞에 세운 것이다.
 
<코너집>은 ‘제육+두부+김치볶음’이란 메뉴가 가장 상단에 있다. 펼쳐진 상을 보니 ‘홍어무침+머리고기’다. 조금 더 비싼 것을 팔아주려는 마음이 읽혔다. <코너집>은 60~70대 할머니 사장과 종업원이 운영하는 옛날 맛집이다.
 
막걸리를 몇 순배 돌리니 갑자기 문 밖에 어둑해지면서 굵은 빗방울이 보도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초여름 더위가 시작될 6월 중순 무렵 소나기라 금세 공기를 식혔다. 술자리를 정리할 때쯤 거짓말처럼 비가 갰다. 비갠 하늘은 푸르름이 지배했다. 언밸런스 신발 패션으로 나온 오 전 대표 얼굴이 밝다. 봄에 뵀을 때 보다 자신감이 훨씬 더 엿보였다. ‘재기의 엔진’에 시동을 걸어 한참 달궈 놓은 상태기 때문에 날아오르기만 하면 된다. 그의 비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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