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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방안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된 가운데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놓은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이들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로 가격을 통제하려는 정부에 대응해 자신들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기존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들 외에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는 단지 조합원들의 반발도 사고 있다. 국토교통부(이하·국토부)에서 ‘30가구가 넘는 리모델링 사업장’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도록 하는 예외 조항을 만들 계획이 없다는 점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리모델링 역시 일반분양 물량이 30가구가 넘는다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리모델링 사업 추진 단지 조합원들은 개개인의 분담금 부담이 불가피하다며 정부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도시재생 일환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적극 권장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뒤통수를 맞은 겪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정부가 국민들을 기만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하라고 등 떠밀 땐 언제고 이제 와서 국민들 사유재산에 칼질이라니”
국토부가 발표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개선안에 따르면 전 자치구가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은 모든 지역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 받는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공동주택도 30가구 이상 일반분양 분이 나온다면 예외는 없다.
리모델링은 준공 15년 이후 아파트부터 추진 가능하며 지구단위구역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용적률 제한이 없다. 건폐율, 높이제한, 공개공지 확보, 조경 등 건축법 완화적용도 받는다. 소형 임대주택 건립, 초과이익 환수 등에서도 자유로워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재건축 사업의 대안으로 각광받아왔다. 현재도 추진위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사업장이 상당수 존재한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 따르면 현재 서울 내에서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장은 29곳에 달한다. 이 중에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인 일반분양 물량이 30가구 이상인 사업지도 여럿 포함돼 있다. △강남구 ‘대치2단지’ (일반분양 250가구 예정) △강남구 ‘대청아파트’ (일반분양 80가구 예정) △서초구 ‘잠원훼미리’ (일반분양 43가구 예정) △용산구 ‘이촌 현대’ (일반분양 97가구 예정)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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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현정] ⓒ스카이데일리 |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발표 이후 이들 사업장엔 비상이 걸렸다. 조합원들은 일반분양 물량의 분양가 하락으로 분담금 부담이 늘었다며 성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산피해가 불가피해졌다는 반응이다. 조합원들은 특히 정부가 리모델링 사업을 적극 권장해놓고 이제와서 사업성에 타격을 가하는 행위는 사실상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촌동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의 이근수 조합장은 “사업이 막바지에 왔지만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면 일반분양을 줄여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실제 조합원들 사이에선 법을 적용 받지 않는 29세대로 일반분양을 줄이고 대형평수로 짓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에서 리모델링을 촉진하는 정책을 펼쳐 오다 이렇게 분양가 상한제를 예외 없이 적용한다 하니 조합원 입장에선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리모델링은 내 집을 새로 고쳐 주거환경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일반분양분은 약간의 조합원 분담금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고 일축했다.
이 조합장은 “용산구 내 다른 리모델링 조합들은 조합설립 후 지지부진한 상황인데 이런 식으로 내 땅에서 내가 3억원 이상 분담금을 내고 리모델링을 진행하게 되면 누가 사업을 진행하려 하겠느냐”며 “더 이상의 재산권 침해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리모델링 사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개선안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초구 잠원동 소재 ‘잠원훼미리’ 리모델링 조합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곳은 올 상반기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잠원훼미리 아파트 김진숙 총무이사는 “우리 사업장은 일반분양은 43세대가 나온다”며 “우리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을 것으로 보여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재 투기과열지구 내 리모델링 조합에서 30가구 이상 일반분양물량을 공급한다면 재건축·재개발과 마찬가지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을 피할 수 없으며 예외조항은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사진은 서초구 잠원동 소재 ‘잠원훼미리’ 아파트 ⓒ스카이데일리
지난달 리모델링 조합이 설립된 서초구 잠원동 소재 ‘롯데캐슬 갤럭시1차’ 사업장에서도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곳 조합 관계자는 “우리는 아직 일반분양 세대를 결정하지 않았으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귀띔했다.
국민 재산권 침해 논란 확산에도 국토부 “분양가 상한제 예외조항 없다” 일축
다수의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사유재산 침해 논란 종식 등을 위해 리모델링 사업장에 대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를 두고 예외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김동환 교수는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거의 이익이 없는 사업이다”며 “리모델링 사업에서 일반분양분은 엄청난 돈을 벌어다 주는 것이 아니라 건설사와 조합이 사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게 하는 정도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외조항 없이 이대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한다면 누가 사업성도 없는 리모델링을 하겠냐”며 “이런 행태는 도시재생을 앞세워 리모델링을 권장했던 정부의 기존 정책과도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리모델링을 정부가 지속적으로 권하고 싶다면 예외 조항을 꼭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부동산학회 서진형 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이렇게 가면 리모델링 사업은 철저히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며 “예외조항이 없다면 그 많은 분담금을 내고 어느 대단지에서 사업을 진행하려 하겠나”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분양이 낮은 분양가로 나오면 또 조합원은 피보고 누군가가 이익을 가져가게 된다”며 “이대로 가다간 리모델링 사업도 법을 피하거나 아니면 멈출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조합원들의 반발과 전문가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기존의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공고히하고 있다. 특별히 예외 조항을 만들 계획이 없다는 반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장에 대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규정자체도 리모델링은 입주자 모집승인을 신청하는 단계부터 상한제를 적용받도록 돼 있었다”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지역 내 리모델링 사업장에서 30가구가 넘는 일반 분양분이 나온다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이다”고 말했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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