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힘들고 어렵다는 이유로 사업을 포기하기엔 아까운 부분이 많아요. 고난을 겪고 나서 돌이켜보니 재기할 수 있는 방법은 늘 있더라고요. 망해서 창피하다고 움츠러들면 결국 병만 쌓이고 힘들어져요. 실패를 절대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또 주변 지인들한테 잘해놓으세요. 나중에 위기에 빠질 때 도와줄지 모르기 때문이죠. 만일 주변에 친구가 없더라도 자기 자신을 믿고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지세요.”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산업이 뜨고 있다. 지구온난화, 환경오염 등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해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김민호 대표도 ‘블루윙모터스’를 2019년 설립해 사회·경제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블루윙모터스는 기존 유류 오토바이를 전기 오토바이로 전환하는 회사다. 이륜차의 엔진, 연료탱크, 주유구 뒷바퀴를 제거하고 컨트롤러, 모터, 탈착식 배터리를 장착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또한 충전소도 구축해 친환경 소형 스쿠터 모빌리티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한다.
이렇게만 보면 평범한 스타트업 또는 기업인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김민호 대표의 인생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파란만장했다. 스카이데일리는 노원구에 위치한 블루윙모터스 사무실을 방문해 김민호 대표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끌’로 모은 4억원… 투자로 모두 잃고 친구집·고시원 전전
2000년대 초반, 당시 20대였던 김민호 대표는 또래들보다 한발 앞서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대학생들이 구직난에 허덕이며 취업 준비에 열을 올릴 때 그는 이미 사회에서 높은 연봉과 미래를 보장 받은 청년이었다. 그렇기에 언제나 자신감이 넘쳤으며 주변 사람들을 챙기며 지인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전도유망했던 그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바로 잘못된 투자에 손을 댄 것이다.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상가 관련 투자업에 그는 지금까지 벌었던 돈과 자산, 심지어는 제2금융권 대출까지 끌어 모으며 집어넣었다. 결과는 대 실패였다. 남은 것은 4억원의 빚이었다.
“주택담보대출까지 받아 투자금을 마련했어요. 투자 실패로 이자를 갚지 못하게 되자 담보로 잡힌 아파트마저 잃게 됐죠. 쫄딱 망한 뒤 거주할 곳도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됐어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젊은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일마저 닥치고 나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처음 겪는 고난이었어요. 다행히 제 사정을 알고 있는 후배가 고맙게도 자기 집에 들어와 같이 살지 않겠냐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줬어요. 그때부터 남의 집에 들어가 살기 시작했죠.”
당시 김 대표는 무인민원발급기, 커피전문점 등이 융복합된 ‘서드박스’라는 상가 사업에 전 재산을 걸었다. 지하철 역사마다 이 상가를 설치하면 매달 500만원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말에 혹해서였다. 하지만 사업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해당 업체의 내부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그 뒤 김 대표는 투자금을 모두 잃었을 뿐만 아니라 본인 명의로 된 휴대폰, 인터넷 등을 개통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빈털터리가 된 채 후배 집에 가서 지냈어요. 그런데 거기도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등 경제적으로 안 좋아져서 다시 나와야 했죠. 정말 어디에도 갈 데가 없었어요. 주변 지인들한테 돈을 빌려서 처음으로 고시원에 들어갔어요. 월세가 45만~50만원 정도였는데 부담스럽더라고요. 매달 방세를 마련하는 게 힘들었죠. 그래도 친구들의 도움을 받고 계속 버티긴 했어요.”
바닥까지 떨어졌던 그에게 한 줄기 빛이 찾아왔다. 바로 제안·공모사업이다. 그는 공연사업으로 2012년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과거 광고기획 관련 일을 하며 터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였다.
“기대하지 않고 공연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는데 덜컥 채택됐어요. 이후 ‘토이시어터’란 공연사업을 시작했어요. 제안·공모사업에 처음 발을 디딘 순간이었죠. 다음 해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H-온드림’에도 참여해 큰 금액의 지원을 받게 됐죠. 1억원 정도였어요. 지원금을 통해 공연사업을 진행하며 재기의 시동을 걸었죠.”
힘들 때 의지가 됐던 것은 친구들이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투자 실패까지 겪고 나니 친척과 지인들은 그를 떠나고 없었다. 다만 절친한 친구들은 달랐다. 옆에 남아 그를 지켜줬다. 앞서 말한 대로 무일푼이 됐을 때 집을 내어준 것도 친구들이었다.
“예전에는 친구들이 저를 따랐어요. 돈을 벌고 모아서 친구들한테 잘 썼거든요. 제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인성이 나쁘지 않아서 친구들로부터 신의를 얻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상황이 바뀌었을 때 예전에 제가 도움을 줬던 친구들이 이번엔 저를 진심을 다해 도와줬고 그 도움으로 버티게 된 거 같아요.”
전기 오토바이 전환 사업, 동남아 레퍼런스 쌓아 국내에 다시 들여올 것
2019년 블루윙모터스를 설립하기 전 김 대표는 여러 분야에서 일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후배의 소개로 해외건설 분야에서 일하기도 했다. 브루나이에서 건설사업을 하던 중 그는 배터리에 대해 알게 됐다. 이후 지인과 함께 배터리에 관해 공부하면서 EGS(인공지열발전) 가로등을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블루윙모터스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미세먼지 이슈는 전 세계인이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에요. 미세먼지의 주요 요인은 유류 전동차죠. 아시겠지만 오토바이가 무척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대기오염 지수 상위권을 다투고 있어요. 현재 우리나라도 배달 오토바이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죠. 배터리를 공부하다 보니까 유류 오토바이를 친환경적인 전기오토바이로 바꿀 순 없을지 고민하게 됐어요.”
“그런 가운데 컨트롤러 기술을 가진 오유찬 대표님을 만나게 됐어요. 유류 오토바이를 전기 오토바이로 바꿀 수 있을지 물어봤더니 오 대표님이 가능할 거 같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분과 공동으로 전기 오토바이 전환 기술을 개발하게 됐어요. 블루윙모터스가 드디어 설립된 순간이었죠.”
김 대표는 유류 오토바이를 전기 오토바이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나서 직접 테스트를 했다. 당시 그의 집은 서울대학교 근처였는데 경기도 광주에 있는 공장까지 3개월 동안 타고 다녔다. 스타트업 특성상 김 대표 말고는 테스트를 직접 할 사람이 없었다. 최선의 선택이었던 셈이다.
“한번은 번호판 없이 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경찰한테 잡혔어요. 경찰서에서 조사하던 중 담당 경찰관이 ‘무슨 사업을 하냐’고 물어서 전기 오토바이 사업을 한다고 했더니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해주셨죠. 조사를 마치고 그분이 ‘배달업체와 연관돼서 하면 좋지 않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분 친구의 아버님이 배달 관련 일을 하는데 소개를 해주겠다는 얘기였죠. 제 사업에 대해서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에 굉장히 기분이 좋았어요.”
다만 국내에선 전기 오토바이 전환 법규가 존재하지 않아 공식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 스타트업이라 ‘규제 샌드박스’ 혜택을 받기도 어렵다. 그래서 김 대표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동남아시아의 레퍼런스를 가지고 국내에 다시 들어와야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싱가포르에 진출해 관련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K-Global’이라는 프로그램 중에 ‘킥사’라는 업체를 통해 동남아에 진출할 수 있는 사업이 있어요. 그것을 통해 화상미팅을 진행했는데 동남아 현지에 있는 사람들이 제 사업에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반응이 미적지근했던 국내 VC(벤처캐피털)와 다른 분위기였죠. 현재 ‘킥사’와 공동 사업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어요. 올해 상반기까지 협의를 끝내고 동남아로 진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생각이에요.”
김 대표는 타 경쟁업체와 비교했을 때 블루윙모터스의 특장점으로 컨트롤러를 꼽았다. 컨트롤러란 오토바이의 모든 전기 장치를 제어할 수 있는 것이다. 박스 형태로 돼 있으며 배터리의 전력도 들어가고 전력을 나눠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 반대로 그 전기신호를 받아서 다시 전력에 보내주기도 한다.
“컨트롤러는 많이 나와 있지만 저희 핵심 기술은 밸런싱을 맞춰주는 칩이에요. 그걸 통해서 토크(torque) 능력과 주행거리를 확연하게 약 15% 향상시킬 수 있어요.”
끝으로 김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는 마음을 앞세우기 보다는 사전에 많은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인을 세울 때 알아야 할 용어와 비용, 자본금, 세무회계 등의 관련 지식을 갖춰야 사업을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된다는 의미다. 이러한 지식 없이 섣불리 사업에 뛰어들었다가는 인건비와 개발비, 운영비에 억눌려 결국 실패로 이어지는 과정을 겪기 십상이라고 그는 경험에서 우러난 소중한 조언을 들려줬다.
“사업은 절대 혼자 할 수 없어요. 예를 들어 팀을 구성해서 진행하는 방법이 좋을 거 같아요. 창업학교 같은 곳도 좋죠. 거길 통해서 사전에 경험하고 사업에 매칭해서 진행하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자금과 투자를 받기 위한 스킬도 필요해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 사전에 준비하고 진행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믿어요.”
[윤승준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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