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철 SK케미칼·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가 과거와 달리 대외 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어 그 배경을 두고 재계 관심이 쏠린다. 김 대표는 최창원 부회장 중심의 SK디스커버리 그룹에서 핵심 인사로 자리매김한 이후 크고 작은 이슈에 대해 그룹 입장을 외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가습기살균제 사태 국정조사에서도 SK케미칼 대표로 출석한 바 있다.
16일 재계 등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올해 신년사 발표 당시 김철 사장 명의의 신년사는 별도로 내놓지 않았다. 김 사장과 공동 대표이사로 있는 전광현 사장만 신년사를 발표했다.
김 사장은 SK케미칼과 함께 SK디스커버리의 대표이사직을 수행 중이다.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 SK가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화학·바이오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 내 소규모 지주사다. ‘SK디스커버리 그룹’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 최창원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SK그룹에서 사실상 독립돼 별도의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김 사장은 최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SK디스커버리 그룹의 발전, 기업문화 재편 등에서 크고 작은 성과를 냈던 인물로 알려졌다. 23년째 SK그룹에서 일하고 있으며 입사 초기엔 SK이노베이션 전신 격인 SK 석유사업팀, SK에너지 등에서 근무했다.
최 부회장과 함께 일하기 시작한 건 2013년부터다. SK케미칼 수지사업본부 본부장직을 맡아 해외사업 등에서 성과를 냈다. 공로를 인정받아 이듬해 SK케미칼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당시 최 회장 구속으로 그룹 경영진 인사가 최소화 된 시기에 승진하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2018년엔 SK디스커버리 대표 자리에도 올랐다. SK케미칼에서의 성과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김 사장이 대표이사가 되기 전까지 SK디스커버리는 최 부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였다. 당시 인사로 김 사장은 명실공히 SK디스커버리 그룹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에도 그룹 전면에서 현안을 다뤄왔다. 크고 작은 이슈에 대한 그룹 입장을 외부에 전달하는 것도 김 사장의 역할이었다.
김 사장의 그룹 내 위상은 여전히 확고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SK디스커버리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주주들의 의사가 반영됐다곤 하나 사실상 그룹 수뇌부의 의사결정이 절대적인 만큼 김 사장에 대한 최 부회장의 두터운 신임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SK디스커버리는 최 부회장(40.18%) 등 최대주주·특수관계자 지분율이 45.11%인 회사다.
그런데 최근 들어 김 사장은 대외 활동을 최소화하면서 존재감을 지우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항소심을 앞두고 있는 만큼 스스로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후 재수사 과정에서 SK케미칼에 불리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김 사장이 이끌고 있는 SK케미칼은 수많은 사망자와 피해자를 낸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한 곳이다. 지난해 10월 기준 ‘가습기 메이트’ 제품에 대한 부상 등 피해 신고자만 800명이 넘는다.
살균제 사태와 관련한 첫 수사는 2016년 진행됐다. 당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열렸는데 김 사장은 증인으로 출석했다. 여기서 김 사장은 거짓 증언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증인 출석 당시 김 사장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의 안전성 실험결과를 제출하라는 국회의 요구에 자료를 찾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2019년 재수사 과정에서 SK케미칼은 특위 기간 당시 관련 보고서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열린 청문회에서도 김 사장은 관련 자료를 이미 갖고 있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다만 특위 활동 종료 후에는 문제를 고발할 수 없기 때문에 김 사장의 위증 혐의 등에 대한 처벌은 불가능하다.
가습기살균제 사태 재수사는 최근 1심 재판까지 마무리됐다. 1심 재판에선 SK케미칼 및 함께 사건에 연루된 애경산업, 이마트의 전직 임·직원에게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항소의사를 밝혔고 항소심 첫 재판은 다음달 18일이다.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1심 재판 후 가습기살균제 사태 피해자·유가족들은 각 기업을 규탄하는 시위를 진행했고 배·보상과 사과 등을 요구했다. 관련 소식이 알려지며 SK케미칼은 사회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여기에 살균제 사태로 실형을 선고받은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SK케미칼에 속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옥시는 가습기살균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제품을 출시·판매했고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해당 제품은 유해성이 입증됐다. 그런데 이 제품의 원료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으로 SK케미칼이 공급했다. 옥시에 대한 수사 당시 SK케미칼은 PHMG가 가습기살균제로 사용될 줄 모르고 납품했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재수사 과정에서 SK케미칼이 옥시에 PHMG를 추천하면서 분석자료에 독성 정보를 뺀 정황 등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판결이 뒤집어질 경우 SK디스커버리 그룹의 부담은 상당하다.
SK그룹 전반의 이미지 훼손은 물론 최근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 SK바이오사이언스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달 코스피에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투자설명서 중 투자위험요소 항목을 보면 가습기살균제 소송이 진행 중이며 소송 결과 SK케미칼이 금전채무를 이행해야 하는 경우 연대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적혀있다.
김 사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기념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기념식엔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박찬중 SK디스커버리 사장 등만 참석했다.
김 사장의 행보와 함께 그의 재력과 투자안목 등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김 사장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소재 알파리움 한 호실을 소유 중이다. 해당 호실의 면적은 공급면적 180.34㎡(약 56평), 전용면적 142.01㎡(약 43평) 등이다. 김 사장은 해당 호실을 2013년 매입했다. 알파리움 사용승인이 2015년 떨어졌다는 점에 비춰보면 분양 당시 호실 소유권을 사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알파리움 아파트는 일대에서 가장 인기있는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로 꼽힌다. 판교역 바로 옆에 위치한데다 판교 업무지구와도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단지 내 상가 등에 편의시설이 다수 들어서 있고 조망권과 녹지시설도 우수하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김 사장 소유 호실 시세는 약 28억원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김 사장 소유 호실과 동일 평형대 호실이 2016년 초 14억원대에 거래된 기록이 있다. 5년여 만에 시장가가 2배 상승한 셈이다. 최근 32억원에 동일평형대 호실이 매물로 나온 점도 눈길을 끈다. 이번 정부 들어 부동산 정책 실패가 반복된 점 등에 따라 김 사장 소유 호실 가치도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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