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건수 무조건 확대가 답 아냐…일본·영국 등 해외 사례 참고해야
정부는 지난 10월 29일 위드코로나 시행을 앞두고 하루 최대 53만건 수준이었던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역량을 65만건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백신패스제가 도입되면 일부 시설 출입·이용에 필요한 음성확인서 발급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백신 미접종자는 필요시 48시간 마다 새로 PCR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는 만큼 검사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거라는 예측에서다.
현재 국내에서는 코로나 검사 건수가 많을수록 확진자를 많이 걸러낼 수 있다는 단순한 계산법에 의해 코로나 방역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계산법은 다른 여러 변수를 감안하지 못한 비현실적 계산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와 건강보험 재정이 부담하는 무료 코로나 검사가 필요 이상으로 검사자 수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막대한 비용 대비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오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본처럼 검사비 유료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본의 경우 무증상자와 유증상자를 구분해 검사비를 차별화해서 적용하고 있다. 의사의 처방을 받은 유증상자는 지역과 병원에 따라 무료 혹은 소액의 검사비를, 무증상자의 경우 고액의 검사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일본 도쿄의 ‘코로나바이러스19 대책 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도쿄에서 발생한 확진자 수는 8월 13일 5908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9월 13일 1337명, 10월 13일 87명으로 급격한 감소를 보인 데 이어 10월 하순부터 12월 24일 현재까지 20~30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검사 비용이 발생하면 의심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망설일 수 있고, 무증상자나 경증 환자는 검사를 받지 않은 채 지역 사회 감염 확산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일본에서의 코로나 확진자 추이를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주로 유증상자 중에서도 증세가 심한 사람들이 검사를 받게 되는데, 이 경우 검사자 수 대비 확진자 수 즉 확진율이 높게 나와야 한다. 그러나 12월 도쿄의 평균 확진률은 한국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12월 1일~24일까지 도쿄의 평균 확진률은 0.3%인 반면, 한국은 12월 첫주 평균 확진율이 2.37%이고 이후 계속 늘어나 18일 전후로는 평균 2.71%를 기록하고 있다. (민간 통계 사이트 ‘코로나 라이브’ 자료. 질병관리청에서 제공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국내발생현황’ 통계표에는 확진 관련 각종 자료가 있으나 검사자 수 대비 확진자 수를 나타내는 ‘확진률’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제공하지 않고 있다.)
유증상자 중심 방역과 검사‧치료비 유료화 전환 시급

결과를 놓고 보면 코로나 검사를 유료화한 일본이 12월 기준 검사자 수와 확진자 수, 확진률이 모두 소강상태에 접어든 반면, 검사비가 무료인 한국은 검사자 수, 확진자 수, 확진률이 고공행진 중이다.
우리나라가 무료 검사를 실시하게 된 배경에는 여느 전염병처럼 유증상자를 검사.격리.치료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규모 선제적 검사를 실시하여 무증상 확진자들까지 찾아내 격리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반면, 일본은 유증상자 중심의 방역 정책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증상이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 무료로 코로나 검사를 시행한다. 따라서 무증상이거나 증상이 경미한 경우 의사가 검사를 권하지 않는다. 만일 그래도 본인이 검사하고 싶다면 자비를 들여서 해야한다.
일본 츠쿠바 대학에 재학 중인 박기훈 씨(가명‧24)는 “두통이 심해서 혹시 코로나19가 아닌가 의심이 들어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코로나 아닌 것 같다’면서 검사를 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일본에서는 발열, 기침 등 유증상자와 밀접접촉자 등은 국가 차원에서 무료로 검사받을 수 있으나 무증상자는 본인이 병원에 예약해서 자비로 검사받을 수 있다”면서 “검사비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적으면 1000~2000엔(약 1~2만원), 많게는 2만~3만엔(약 20만~31만원)을 받는 병원도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 검사비는 일본뿐 아니라 영국에서도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런던에서 유학 중인 이수연 씨(26)는 “영국은 우리나라처럼 보건소나 검사소 가서 무료로 검사하는 게 아니다”면서 “‘부츠(Boots)’라는 드럭스토어에 가서 검사 받으면 90파운드(약 14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 셀프 검사 키트를 구입할 수도 있는데 면봉과 키트 하나 들어있는 간단한 도구 세트가 처음엔 150파운드(약 23만원)도 했는데 그나마 지금은 좀 내려서 35~100파운드(5만~15만원) 정도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진자로 분류되면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무료로 처리되는 병원비도 미국에서는 거금의 치료비가 청구된다. 미시간 의대가 발행하는 ‘미시간 메드슨’은 10월 18일 미국의 보험회사들이 병원비 개인부담액을 올릴 거라고 전했다. 매체는 올해 코로나19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미국인은 수 천 달러(수 백만원)의 청구서를 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직장 혹은 개인 보험 가입자의 경우 약 3800달러(약 451만원),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메디케어(Medicare) 보험 가입자는 약 1500달러(약 178만원) 정도 청구될 것으로 보인다.
“확진자 나오면 전수조사하는 시스템이 확진자 폭증 불러”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 검사비 유료화에 대한 논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10월 27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단계적 일상 회복 과정에서 PCR 검사를 목적에 따라 부분 유료화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는 일상회복 1단계 ‘위드코로나’를 전제로 한 발언이기에 현재로서는 더 이상 논의의 진전이 없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스카이데일리의 문의에 “10월부터 검사비 유료 전환을 정부가 검토 중인데 언제 유료화될지, 또 유료화가 실제 이뤄질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고 답변했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방역 원칙이 전문가들의 의견보다는 정치권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는 우리도 일본의 경우처럼 증세가 심한 유증상자만 검사하는 것이 확진자수를 줄이고 국가재정의 낭비를 막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코로나 검사를 유료로 전환하게될 경우 개인방역에 신경쓰게돼 코로나19 확산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왕재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전 대한면역학회 회장)는 스카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방식이 맞고 그들이 제대로 하고 있다”면서 “원하는 사람만 PCR검사를 하게 하고 그것도 유료화 하면 확진자 수는 분명 급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 확진자 하나 나오면 전수 조사를 함으로써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것이다. 확진자 폭증은 검사수의 폭증과 관련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가 감염력은 커졌으나 치명율이 더 낮아진 것은 이제 완전히 풍토병 감기로 전환됐다는 좋은 소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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