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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대통령의 식사정치
‘밥상이 정치다’ 밥에 진심인 윤석열과 ‘대통령의 식사정치’
‘곰탕→짬뽕→김치찌게→피자’…윤석열 식사에 주목
소통과 협치엔 ‘오찬회동’ 메뉴 따라 메시지 각각
역대 대통령 식사 키워드 ‘혼밥’, ‘먹방왕’, ‘밥상토론’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4-01 00:07:00
 
▲ 언론의 주목을 받는 대통령의 식사는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돼 왔다. (위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 문재인 19대 대통령(2017~), 박근혜 18대 대통령(2013~2017), 이명박 17대 대통령(2008~2013), 노무현 16대 대통령(2003~2008)의 식사 모습. [뉴시스·노무현재단]
 
대통령의 식사에는 정치가 담겨 있다. 대통령이 누구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정치적 의도와 메시지가 달리 읽히기 때문이다. 선거철마다 후보자들은 서민적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전통시장 방문 후 하나같이 어묵꼬치를 먹는 모습이 포착되며 친서민적 행보를 보였고,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도 그들의 밥상에는 다양한 정치적인 견해와 해석이 뒤를 이었다. ‘밥상의 정치학’이란 용어가 그럴듯하게 들린 까닭이다.
정치인은 보통 소통과 협치를 하겠다면서 식사를 하지만, 해석은 결과론적 이야기로 재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정치권 정세 비평이 식사자리에서 대통령 귀에 흘러들어 갔어도 이를 묵살하면 다시 불통의 자리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았다. 식사를 어떻게 하느냐가 대통령의 품격과 신뢰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 기능을 해온 셈이다.
 
요즘 눈길을 끌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식사정치’ 행보부터 문재인 대통령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근 20년 역대 대통령들의 ‘식사 정치’를 짚어봤다.
“혼밥 없다” 김치찌개, 꼬리곰탕 먹으며 친서민 행보 尹당선인
최근 윤 당선인의 ‘점심메뉴’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대통령이 되면 혼밥 하지 않겠다”라는 공약을 냈던 윤 당선인은 대선 이후 연일 인수위원회 인근의 식당에서 측근과 함께한 식사를 공개해왔다 ‘혼밥 논란’을 겪은 문재인 대통령과 차별화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온라인상에서는 윤 당선인이 방문했던 식당 리스트가 SNS상에 공유되며 ‘윤석열 맛집’ 지도가 생길 정도다. 하루 6끼도 거뜬히 소화할 정도의 대식가로 알려진 윤 당선인이 측근들과 함께한 남대문 꼬리곰탕(14일), 경북 울진 짬뽕, 통의동 김치찌개(16일)와 피자(17일), 통의동 육개장(18일)을 즐겼다는 소식이 연일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윤 당선인은 매일 메뉴와 식사 파트너를 바꿨는데, 관련해 들려 온 현안에 대한 식견과 해석도 남다르다. 윤 당선인이 식당을 오가며 시민과 접촉이 이어졌고 이에 따른 친서민 프렌들리 행보까지 거론되고 있다. 남대문시장 냉면의 추억, 울진 산불 피해 당시 소방관들에게 무료 짬뽕을 나눠줬던 중식당, 김치찌개 매니아 대통령 당선인의 호쾌한 만찬과 후문까지 여러 얘기가 가득하다. 
 
 23일 통의동 집무실 앞 천막 기자실을 방문해 “그 집 김치찌개가 시원하다”며 “청사를 마련해서 가면 내가 하루 저녁 구내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끓여 줄 테니 같이 한 번 먹자”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3월 당선 직후 ‘혼밥 안 할 것’이라는 대선공약을 지키면서도 국민 속으로 들어간다는 취지하에 측근 및 관계자와 오찬 회동 장면을 언론에 공개하며 본격 ‘식사정치’에 시동을 걸었다. ©스카이데일리
 
윤 당선인에 대한 갖가지 음식 에피소드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민트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선호하는 ‘민초단’ 중 한 명이었단 소식과 SNS상에는 거주지인 서초동 인근 맛집 리스트가 전해졌다. 윤 당선인은 술과 함께할 수 있는 국물 종류를 자주 먹는다는 이야기와 가장 좋아하는 술은 국민 폭탄주인 ‘소맥’(소주+맥주)으로 지방 근무 시절에는 1주일에 소맥 100잔을 마신다는 소문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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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를 9수로 패스한 만큼, 자취를 오래 한 윤 당선인은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어 보인다. 복수의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김치찌개, 파스타, 볶음밥, 두부전골, 계란말이 등을 손수 선보이며 ‘밥상에 진심인 마음’을 마음껏 뽐냈다.
 
김은혜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16일 이 같은 공개 식사 행보에 대해 “국민이 있는 현장 속으로 가서 실제 눈을 맞추고 어루만지는 행보”라고 설명하며 윤 당선인의 ‘서민프렌들리 행보’를 다시금 강조했다. 이는 같은 당이던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이던 인수위 기간 동안 주로 비공개 행보로 식사한 것과는 상반된 것으로 일각에선 6·1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공개된 식사를 즐기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혼밥’ 논란에도 소통·협치에는 ‘묻지마 오찬회동’ 한 역대 대통령
문 대통령의 ‘식사정치’도 취임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 청와대 수석들과 커피를 마시며 산책을 했다. 청와대 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3000원짜리 점심을 먹는 모습도 화제를 모았다. 
 
문 대통령은 주말에는 기자들과 등산 이후 삼계탕을 즐겼다. 정무비서관들과 함께 경내를 산책하며 테이크아웃 커피를 먹는 모습도 시선을 끌었다. 이듬해9월19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 주민들이 자주 찾는다는 평양대동강수산식당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식사를 했고 평양시민들이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혼밥 홀대론’에 휘말리기도 했다. 2017년 12월15일 한·중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문 대통령이 3박4일 동안 즐긴 열 끼 가운데 단 두 끼만 중국 측 인사와 함께하고 나머진 혼자 먹었다는 사실이 온라인에 퍼진 게 이유였다. 정치권 일각에서 ‘대접받지 못한 방중’이라며 ‘의전 홀대’를 당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야권에선 이를 두고 “중국 한복판에서 국빈인 대통령이 찬밥 신세를 당하고 있다”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혼밥 논란’에서 피해나가기 어려웠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청와대 서양요리 담당을 했던 A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 식사습관에 대해 “혼자 먹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며“지방 출장도 식사는 대체로 혼자 하길 바랬다”고 했다. 청와대 요리연구가로 박 전 대통령 밥상 메뉴를 담당했던 김막업 요리연구가는 “대통령과 최순실씨와 함께 식사했다는 것은 엉터리. 대통령은 늘 혼자 식사를 한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초였던 2013년 ‘국회와 거리 좁히기’ 차원에서 여야 국회의원들과 식사 모임을 자주 가지며 본격 식사정치를 했다. 불통 이미지에서 벗어나 정치권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려 노력한 것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여야 의원들의 쓴소리를 국정 운영에 반영하지 않는 등 내용 면에선 불통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단적인 예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임명 문제로 2013년 4월12일 야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인사와 관련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윤 후보자를 장관직에 임명한 것이다.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실패를 뒤집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박 전 대통령은 만찬에서 “의원들을 만나니 이산가족을 만난 것처럼 기쁘다”고 했으나, 식사 자리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 “대통령과 여러 명이 마주 앉는 특성상 세세한 부분까지 지적하며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는 식의 후문이 들려왔다.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박근혜·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 [뉴시스·노무현재단]
  
가난했던 어린 시절 못 먹고 큰 것이 한이 됐다는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먹방 왕’이라는 애칭이 있을 만큼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 왕성한 식욕으로 유명했다. ‘서민이미지’ 대선 홍보로 이 후보는 사업가 이미지를 탈피하는데 성공했고 제1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이 된 후에도 MB는 국물과 흰 쌀밥에 기본 반찬만 있으면 남김없이 그릇을 비워 식사를 담당한 요리사들을 기쁘게 했다는 후문이 돌기도 했다. 
 
MB의 식탁은 정부의 정책과 메시지를 담은 민심이 담긴 밥상이었다. 2008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을 찾은 MB는 폭락한 배춧값에 상심한 상인들과 함께 해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영부인 김윤옥 여사는 대통령이 좋아하는 특별한 음식으로 뜨거운 쌀밥에 날달걀과 간장을 넣어 비벼 먹는 간장비빔밥을 꼽았다. 
 
김 여사 또한 한식세계화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2008년 말 MB는 “한식을 2017년까지 세계 5대 음식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했고 ‘한식세계화추진단’을 설립한 뒤 김 여사가 명예회장으로 활동했다. 한식세계화사업은 일명 ‘여사님 프로젝트’로 불릴 정도로 음식과 관련한 국책사업에 손수 나설 정도였다. 
 
2008년 ‘쇠고기 파동’을 의식했는지 MB는 같은 해 8월6일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는 한우 갈비구이와 미국산 쇠고기를 만찬 메뉴로 올렸다. 퇴임 후인 2014년 말에도 측근 인사들과 같은 메뉴로 송년 만찬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화두는 ‘밥상 토론’이다. 노 전 대통령 탄핵, 개헌, 남북정상회담 등 위기가 올 때마다 힘을 발휘한 토론을 했다. 2004년 국회 탄핵으로 직무정지 상태일 때도 측근들과 9번의 공식 오찬과 만찬을 가졌다. 
 
대통령기록관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의 입맛은 서민적이었다. 여러 해외 정상들과 회담하고 오찬이나 만찬을 할 때 호텔식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관저 주방의 요리사가 만든 가정식 요리를 즐겼다. 기본 상차림은 잡곡밥에 된장, 미역, 북어, 사골 곰국, 나물류, 국물김치 등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특별히 음식을 가리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대통령은 맑은 국물이 있는 담백한 음식을 선호했다. 특히 삼계탕을 즐겼다. 대기업 경영인들과 오찬 간담회를 청와대가 아닌 효자동의 한 삼계탕 음식점을 찾을 정도로 통념을 깬 식사자리를 즐겼다. 
 
노 전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은 밥상에서 자주 드러났는데, 주방에서 두 번 상 차리는 일이 없도록 누구라도 식사시간은 철저히 지킨다는 철칙을 지켰다. 일요일 아침은 간편식을 먹으며 주방 직원들을 쉬게 했다는 미담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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