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이어도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힘을 길러 줘야죠”
책을타고날다는 저소득·한부모 가정 등 다양한 문제의 상황 속에서 심리·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학습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독서’라는 콘텐츠를 매개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 비영리 민간단체다. 2012년경 단체 출범 초창기부터 활동하던 고정이 대표는 책을타고날다의 3번째 대표다. 그는 책이 가진 힘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나타냈다.
“책을타고날다를 창립한 첫 대표는 그림책을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받았던 시기가 있었다고 해요. 책은 우리 아이들이 경험하지 못한 수많은 요소를 간결하면서도 발달 단계에 맞게 전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죠. 그래서 초창기부터 십시일반 돈을 모아 작은 도서관을 만들게 됐는데, 그것이 단체의 시작이었어요.”
“하지만 도서관이라고 하는 것은 여러 환경이 뒷받침되는 비교적 여유 있는 사람이 찾아오는 곳이었죠. 정작 도움이 꼭 필요한 저소득층 아이들은 도서관을 찾아올 여유나 힘, 환경이 뒤따르지 않아 좀처럼 도서관을 찾지 않았죠. 찾아오지 않는 아이들을 찾으려면 우리가 직접 책을 들고 아이들을 찾아가는 게 필요했어요. 이들이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힘만 길러도 열악한 가정 환경 속에서도 정신적으로 건강한 성인이 될 거라 믿었거든요.”
책을타고날다는 독서 심리 상담과 문해 교육 등 두 가지 콘텐츠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우선 독서 심리 상담의 경우 주로 그림책을 읽어 주며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주거나 지지해 줌으로써 아이들의 심리적·정서적 안정을 돕는 활동이다. 문해 교육의 경우 학교 적응 자체가 되지 않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학습 능력을 먼저 끌어 올리고 심리 상담을 진행하는 식이다.
세부적으로 유아단계의 아이들은 심리정서 및 생활교육을 바탕으로 한 그림책 멘토링을 진행한다. 이어 초등학교 중·저학년의 경우는 어휘력 향상을 위한 문해 교육과 책놀이를 병행하고, 고학년에 올라가면 주체적 책읽기를 위한 독서 질 향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각 단계는 아동청소년 협의회 등과 연계해 진행된다.
“저소득층 아이들은 가정 내에서 돌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학습 자체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다시 말해 외부 자극을 계속해서 받으면서 성장해야 되는데 이 같은 자극이 없어 또래 대비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친구들의 경우 문해 교육 등으로 학습 능력을 조금 더 올려 주면 스스로 자부심도 갖고 자심감도 생겨서 학교 생활이 편해지죠. 독서 심리 상담은 그 이후에 할 수 있고요.”
“마음의 문 닫는 아이들… 조금만 북돋아 주면 잘하는데 안타깝죠”
임선아 활동강사는 책을타고날다에서 약 7년째 활동하며 수업에 나갈 때마다 마음 한평이 불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겐 코로나19의 피해가 더욱 컸다고 설명하며, 단체를 찾는 아이들이 열악한 가정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수업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저소득 가정은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았어요.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을 하지 않으니 외부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한 가정이 내부로 다 숨어 버린 거죠. 실제로 코로나19 이후에 가정폭력 신고가 많이 늘어났어요.”
“최근엔 코로나19가 얼추 지나갔음에도 활동을 따라오기 힘들어 하는 아이들도 늘어나는 것 같아요. 예컨대 1시간가량의 수업을 시작하기 무섭게 드러누운 채 ‘안 할래요’ ‘싫어요’ 하는 아이들 말이죠. 또 아예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아이들도 있어요. 말을 하지 않거나, 주변 환경이나 자극에 무관심하기도 하죠. 아무래도 아이들의 마음의 문이 닫힌 거라 봐요.”
“놀라운 점은 이렇게 산만했던 아이들 중에도 활동을 몇 차례 진행하면 알려주는 그대로 전부 알아들을 만큼 영특한 친구들이 많아요. 조금만 불을 지펴 주면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아이들인데 관심을 가져줄 사람이 없다니 수업을 진행하는 제 입장으로선 너무 안타까웠죠.”
남궁하 활동강사는 안타까운 아이들도 많지만 활동을 잘 따라와 줘서 고마운 아이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어 아이들 한 명 한 명 너무 소중한 인연이지만 생생하게 기억나는 한 아이가 있다고 소개했다. 남 강사는 그 아이의 첫 인상은 마치 애니메이션 ‘타잔’에 등장하는 ‘모글리’ 같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 그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일 때부터 약 2년간 만났던 아이가 있었죠. 학습 능력이 결여된 것은 물론 생활적인 면에서도 돌봄의 손길이 전무(全無)한 수준이라 아이 위생상태도 너무 안 좋았어요. 게다가 학교 및 어머니와의 소통도 잘 이뤄지지 않아 지역아동센터에서 대부분 아이를 돌보는 상황이었죠. 한 아이당 평균 24회차 만나는 게 보통인데 이 아이의 경우 연장에 연장을 거듭해 50번 이상 수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시간이 한참 흘러 올해 한번은 다른 선생님께서 저희 도서관에 한 아이를 데리고 오셨어요. 제가 이름을 물어봤더니 그 ‘모글리’가 어엿한 6학년이 돼서 다시 온 것이 아니겠어요. 저는 몰라보게 달라진 그 아이를 첫눈에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 아인 저를 곧바로 알아봐 줘서 감사했어요. 뿌듯함도 많이 느꼈지요. 다만 안타까운 건 그 아이의 동생을 올해 만나고 있는데 그 가정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죠.”
“책은 숙제가 아닌 놀이… 부모부터 ‘책읽기 실천’ 어떠세요?”
이어 남 강사는 아이의 정서적·교육적 차원에서 늘 책을 가까이 두라고 조언한다. 심지어 아이뿐 아니라 부모 본인들도 성인을 위한 그림책 등 다양한 주제로 책을 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강사 역시 그림책 읽기가 부모를 통해 가정 내 문화로 안착되고, 아이도 책읽기를 놀이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강사는 “가정에서 책을 놀이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책을 어디까지 읽었니?’ ‘무슨 내용이니?’하는 식으로 따지는 것이 아니라 집에 있는 책을 모두 꺼내 책 쌓기 놀이를 하거나, 책 표지에 동물이 가장 많은 책을 골라 오는 식의 놀이를 통해 일단 책을 가까이 두게 하는 것이 어떨까 해요. 또한 책을 읽어 줄 때도 엄마보다는 아빠가 자기 전에 편안한 목소리로 읽어 주는 게 더욱 효율적일 거라 봐요. 남성의 중저음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줄뿐 아니라 아이들이 책 내용을 가장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죠.”
고 대표는 현재까지 책을타고날다가 10년을 달려왔지만, 앞으로 10년을 더 달리기 위해서는 열정만으론 부족하다고 전했다. 앞으로는 단체가 경제력을 갖추면서도, 여러 독서심리상담 단체가 생겨나고 이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아이들을 돕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는 것이다.
“현재 35명의 후원자가 있지만, 매년 아이들을 어떻게든 더 만나기 위해선 경제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에요. 앞으로는 단체 구성원들과 함께 구체적으로 이런 고민을 해 나가야겠죠.”
“현재는 서울시 도봉구에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최근 노원구 및 동대문구에서 활동과 관련한 여러 문의가 오고 있어요. 학부모님들도 책을타고날다와 같은 단체를 만들고 싶다며 연락을 주시곤 하죠. 열심히 활동해서 다른 단체들과 소통을 통해 세상에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없길 바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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