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은 어제보다는 오늘이 낫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좋은 형국이다. 꾸준한 연구·개발(R&D) 성과를 바탕으로 의약품과 기술수출이 늘면서 장기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엔데믹(일상적 유행) 이후 의약품 수요 증가가 둔화되면서 올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외적 성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최근 5년간 의약품 생산·수출 우상향… 업계 내 전망도 ‘기대감’
키움증권이 주관한 2024 제약바이오 산업 전망 설문조사(관련 업계 종사자 85명 조사) 결과 올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응답자 비율이 46%로 가장 높았다. 긍정적인 전망 요인으로는 가장 많은 응답자가 기술수출 증가를 꼽았다. 이 외에도 임상 데이터 발표·원활한 자금 조달 등을 선택했다. 업계에서 관심도 높은 치료제로는 당뇨·비만과 뇌질환 분야를 들었다. 가장 주목하는 신약 모달리티(치료를 위한 접근 방법)로는 ‘항체 약물 접합제’(ADC)와 ‘표적 단백질 분해’(TPD) 기술 등을 주목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혁신성장리서치팀장은 “올해 제약바이오 산업 전망이 밝아졌다”며 “지난해 설문조사와 비교해 올해 제약바이오 산업이 긍정적인 전망 우세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또 “분위기를 이어가려면 활발한 기술수출 증가와 우수한 임상 데이터 발표 소식이 잦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밝은 전망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통계가 중요한 이유는 방향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제약바이오 업종은 신약을 개발하는데 10~15년의 세월이 필요하며 개량신약 개발 기간은 보통 5년의 시간의 필요한 인내심의 산업이다.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지난해 말 발간한 보고서에서 국내 바이오산업 전체 매출이 △2023년(약 24조8500억 원)) △2024년 약 27조1200억 원 △2025년(약 30조3000억 원) △2026년(약 34조7000억 원) △2027년(약 40조8400억 원)으로 연평균 약 13.2%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식품의약품 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생산액은 △2018년(21조1100억 원) △2019년(22조3100억 원) △2020년(24조5700억 원) △2021년(25조4900억 원) △2022년(28조9500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해 연평균 8.22% 성장했다.
국내 의약품 수요 뿐 아니라 수출 역시 증가했다. 국산 의약품의 품질 향상과 해외시장 개척으로 수출액이 △2018년(5조1400억 원) △2019년(6조600억 원) △2020년(9조9600억 원) △2021년(11조3600억 원) △2022년(10조4600억 원)으로 연평균 19.41% 증가했다.
시장규모는 △2018년(23조1200억 원) △2019년(24조3100억 원) △2020년(23조1700억 원) △2021년(25조3900억 원) △2022년(29조8600억 원)으로 연평균 6.61% 성장했다.
올해 제약바이오 산업은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한 상황이어서 백신과 치료제가 이끈 폭발적인 성장세는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상황이어서 65세 이상 인구를 중심으로 의약품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약품비가 2018년 7조3027억 원에서 2022년 10조5058억 원으로 증가했다. 총약품비에서 65세 이상 인구 약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0.9%(2018년)에서 45.6%(2022년)로 늘었다.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 바이오 업계는 20건을 기술수출해 비공개 계약을 제외하고 약 7조9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달성했다. 2022년에는 16건(약 6조3000억 원)을 기술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기술수출 흐름은 올해도 비슷할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을 보이는 것은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R&D 능력을 점차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대외 신인도 상승과 글로벌 투자 증가
국내 부동산 PF 위기와 고금리로 자금 시장이 녹록치 않은 가운데 8일(현지 시간)부터 11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4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JPM2024·JP Morgan Healthcare Conference)에서도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됐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JPM2024 기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코리아 나이트 @JPM 2024’(한국의밤) 네트워킹 행사에 500명 이상이 참석해 국내 바이오 기업에 대한 부쩍 늘어난 관심을 반영했다. 참석 인원의 절반 가량이 해외 기업과 투자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JPM2024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9일과 10일 메인트랙에 서면서 한국 바이오 기업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실감하게 했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성과를 거두면서 글로벌 상위 제약사들과 서구권의 전유물이었던 글로벌 의약품 생태계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인수·합병(M&A)과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외부 투자로 R&D 파이프라인 확보에 집중했다. 향후 5년 간 이어질 특허만료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또 특허만료로 줄어드는 수익성을 보충할만한 내부 R&D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빅파마를 중심으로 이러한 흐름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빈 배럴(Subin Baral) EY(언스트 앤 영·Ernst & Young) 글로벌 생명과학 딜 리더는 유러피언파마슈티컬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미충족 수요를 고려할 때 종양학이 2024년에도 계속해서 거래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중추신경계(CNS) 분야에서는 미충족 수요가 높으며 약물 개발과 관련해 긍정적인 결과가 많이 나왔다”면서 CNS 질환 치료제가 거래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어 “비만 치료제 분야에서도 지속적인 거래 활동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다른 컨설팅기업인 KPMG는 최근 바이오업계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KPMG에 따르면 올해 인수할 대상의 유형을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1위가 △후기 단계 자산(70%)을 언급했다. 이어 △초기 단계의 혁신적인 자산(55%) △상업화 단계의 자산(45%) △기술 또는 디지털 유형 자산(40%) △다양성을 위한 기업 전체 인수(35%) △혁신적인 플랫폼을 갖춘 매출 전 단계의 바이오테크 기업 전체 인수(30%)가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말 강한 흐름을 보였던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 주가가 상반기에 지지부진 하다면 신약 R&D에서 성과를 거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을 눈여겨 볼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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