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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학의 전라도에서] 현역가왕 노래 들으며 3·1절을 맞는다
정재학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3-01 22:45:00
 
▲ 정재학 시인·칼럼니스트
언젠가부터 전유진의 노래 들으며 깊은 밤 이명(耳鳴)을 이기고 잠들 수 있었다. 노래 제목은 ‘서울 가 살자’였고, 미스트롯2에서 올하트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맑고 청아한 가을하늘이 연상되는 전유진의 목소리에서 온갖 시름에 젖은 삶에 휴식을 줄 수 있었다.
 
‘현역가왕’이라는 경연 프로에서 다시 전유진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사이 훌쩍 성장한 모습이었다. 목소리도 변성기를 지나 안정된 듯, 지금 막 발효가 되어 익어가고 있었다. 오랫동안 참고 기다린 목소리였다.
 
전유진뿐만이 아니었다. 영혼을 짜내듯 온몸을 비틀며 흐느끼는 애절한 몸부림들이 있었고, 그의 이름을 기억할 수밖에 없는 감동에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였다.
 
트롯에 열정이 섞이고, 트롯에 혼이 입히면 이렇게도 아름다워진다는 것에 1월부터 2월까지 근 두 달동안 TV 앞을 떠날 수 없었다.
 
박혜신의 노래를 듣고, 그 옛 젊음 속 찻집에 찾아들기도 하였다. 진한 커피향과 갈색 커피 색깔을 함께 목소리에 싣는 가수는 박혜신이 처음이었다. 그녀의 가라앉은 목소리에서, 가을낙엽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저녁이 방금 시작된 어둠 속이었다.
 
마리아의 이국적(異國的)인 새로움에 가만가만 따라부르기도 하고, 세상 착한 유민지의 목소리에서 세상에 대한 적의(敵意)를 버릴 수 있었다.
 
린의 노래를 들으며 앙큼한 요염을 보다가, 노래를 마치고 쓰러지듯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던 그녀를 잊지 않기로 했다. 왕좌탈환전이었던가. 자꾸 순위가 내려가자 눈을 흘기던 린. 질투 많은 여인네의 솔직한 표정도 잊지 않기로 했다.
 
마이진의 속 깊이 내려가는 맑은 목소리와 한(恨)에 영광이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랐었다. 김다현의 ‘칭찬고래’는 이제부터 온나라 초등학교에 울려퍼질 것이다. 별사랑의 ‘미워도 다시 한번’에서 노래에 진심인 그녀의 삶에 손뼉을 쳤다.
 
김양을 축복하는 마음으로 그녀의 노래를 들었다. 이젠 부친을 여윈 슬픔에서 일어나 행복 가득한 인생이기를 빌어주기로 했다. 윤수현의 고운 얼굴에 반짝이는 아침이 찾아오기를, 강혜연과 두리에게도 그 열정만큼 뜨거운 축복이 있기를 빌어주기로 했다.
 
2024년 봄이 오기 전, 두 달을 현역가왕과 함께 겨울을 보냈다. 곧 일본 트롯가수들과 한일전을 치른다 한다. 이제 또 봄 한 철 동안 TV 앞에 있어야 한다. 태극기를 손에 들 필요는 없지만, 마음은 오늘 3·1절을 맞이하듯 항상 태극기를 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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