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6-09-27 17:05
뉴스 > 연재기획
[유성호의 맛있는 동네산책] 놓치면 아까운 골목 맛집 “헤쳐 모여”
다녀온 식당 모두 소개 어려움 있어
분기 한 번 조각보처럼 모아서 소개
화려하진 않지만 맛·인심 넉넉한 곳
유성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4-30 06:31:17
▲ 유성호 맛 칼럼니스트
 
‘맛있는 동네산책’이란 테마를 갖고 음식점을 소개하다 보면 아쉽게도 빠뜨리고 가는 맛집이 있다. 이번 칼럼은 핸드폰 사진 앨범 속에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각종 맛집 정보를 헤쳐 모아 본다. 크고 화려한 식당은 아니지만 인심과 맛만큼은 결코 일류 레스토랑에 뒤지지 않는 곳들이다.
 
혜화동 로터리 소머리국밥 전문 ‘혜화솥가마’
 
필자가 운영 중인 역사인문단체 문화지평이 종로구 명륜동 아남아파트 상가에 새 둥지를 틀었다. 최근 서울시 실사를 받고 사무실 사용을 허락해 준 조윤호 한국축제방송 대표(한국축제포럼 부회장)와 혜화동 로터리 ‘혜화가마솥소머리국밥’에서 식사를 했다. 사골 베이스 칼국수로 유명한 혜화칼국수 이웃집이다.
 
▲ 혜화솥가마의 대표 메뉴인 소머리국밥과 콩국수(위). 직접 담근 김치·깍두기 맛이 깊다. 필자 제공
  
전에 여행사였던 곳인데 6개월 전에 식당으로 간판이 바뀌었다. 인근 동승동에서 50년 가까이 식당을 하다가 이리로 옮겼단다. 메뉴판을 보니 일찌감치 콩국수를 출시했다. 이날은 콩국수와 함께 대표 메뉴인 소머리국밥을 주문했다. 식당이 들어선 건물은 시인 조병화가 건물주였다.
 
2003년 유명을 달리한 시인은 1921년 경기 안성에서 태어나 경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고등사범학교 물리화학과를 수료했다. 1949년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으로 등단하고 경희대 문리대학장·인하대 문과대학장·대한민국예술원 회장·한국문인협회 이사장·한국시인협회장 등을 역임한 문단의 거목이었다. 평생 53권의 시집과 다수의 시선집을 남긴 그를 우리는 빵모자와 담배 파이프로 기억한다.
 
광고
건물 맞은편에 혜화파출소가 있다. 공교롭게도 조 대표가 이곳에서 경찰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근무 당시에 이곳을 들락거리는 조병화 시인이 자주 눈에 띄었다고 전해진다. 아마도 1층은 상가이고 위층은 집필실이었던 모양이다.
 
소머리국밥과 콩국수 모두 무난한 맛이다. 혜화가마솥의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는 새벽 6시부터 아침식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아침 메뉴로는 황태해장국과 사골떡만둣국을 추천한다. 물론 소머리국밥과 순대국밥도 된다. 여름에는 함흥냉면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김치와 깍두기에서 50년 가까운 외식업 내공이 깊게 느껴지는 곳이다.
 
드디어 재오픈한 ‘을지면옥’
 
▲ 종로구 낙원동에 재오픈한 ‘을지면옥’의 변함없는 평양냉면(왼쪽 위)과 수육(왼쪽 아래). 문전성시를 이룬 재개업 날 전경. [사진=이승훈 제공]
 
2022년 6월25일 재개발로 문을 닫았던 평양냉면 전문점 ‘을지면옥’이 종로 한복판인 낙원동에서 22개월 만인 22일 11시5분에 문을 열었다. 정식 오픈 시간은 11시30분이었으나 대기 손님이 몰리자 일찍 입장시켰다.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빠르면 4월경 시원한 냉면 육수를 맛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는데 정말로 맞아떨어졌다. 가격은 물냉면·비빔냉면·온면이 1만5000원이고 사리가 9000원이다. 비빔사리는 1만 원이고 소고기국밥이 1만3000원에 수육(200g)이 3만5000원, 편육(200g)은 3만 원으로 책정했다. 메뉴판에서 살짝 가려 놨지만 불고기는 200g에 5만6000원이란 다소 무거운 가격이다. 원산지 표시를 보면 메밀은 중국산을 사용하고 다른 식재료는 대부분 국내산을 사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첫날부터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노포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 주고 있다. 식사 시간 대엔 어김없이 장시간 대기를 해야 할 정도로 평양냉면 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맛과 분위기 등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 식객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봉천제일시장 어귀 두 맛집
 
▲ 정가네 매운 돼지갈비찜과 김치, 그리고 진순자김밥(아래 오른쪽). 필자 제공
 
오랜만에 서울대입구역에서 약속이 있었다. 역에서부터 봉천제일시장이 연결된 뒷골목은 10년 전에 참 자주 왔었다. 오랜만에 봉천시장도 둘러보고 단골이던 ‘원조정가네매운갈비찜’서 매운 돼지갈비찜을 먹었다.
 
밑반찬이 탄탄하고 곰탕·갈비탕·꼬리곰탕·수육·불고기·삼겹살 등 육식 메뉴에 강하다. 이들 메뉴들이 골고루 잘 팔린다. 5년 전 좌식에서 입식으로 바뀐 직후 찾았었는데 실로 오랜만의 방문이다.
 
매콤하고 달달한 돼지갈비찜은 변함없이 이 식당의 대표 메뉴다. 오후 느지막한 시간임에도 끊임없이 손님이 들고난다. 이 식당의 가장 큰 강점은 김치 맛에 있다. 특히 파김치와 배추김치 맛이 일품이다. 고춧가루가 비교적 많이 들어갔지만 맵지 않고 익은 정도도 알맞다. 직접 담가서 밑반찬으로 제공하고 별도로 팔기도 한다. 김치 맛만큼은 자부한다는 의미다.
 
봉천제일시장 어귀에는 진순자김밥 본점이 있다. 원래 있던 곳에서 바로 앞으로 이사를 하면서 프랜차이즈 사업도 시작해서 요즘은 이곳저곳에서 가맹점 간판이 눈에 띈다. 계란을 프라이팬에 반쯤 익힌 뒤 김밥을 올려 겉을 돌돌 마는 것이 특징이다. 김밥 속은 분홍소시지·단무지·부추로 단순하다. 대신 이 집만의 비법이 담긴 무짠지가 따로 제공된다.
 
성북 종암동 머리 고기 맛있는 ‘경자식당’
  
▲ 성북구 종암동 ‘경자식당’의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 머리 고기와 순댓국·닭볶음탕·오징어볶음. 필자 제공
 
성북구 종암동 모랫말근린공원 근처 ‘경자식당’은 닭볶음탕·순댓국·머리 고기가 상당한 수준을 자랑한다. 모랫말은 종암동에 있던 마을로 정릉천이 마을 한가운데를 흘러 상류 쪽에서 쓸려 내려온 모래가 쌓인 동네다.
 
닭볶음탕은 동네 사람들 사랑을 듬뿍 받는 대표 메뉴다. 2·3인용으로 가격도 합리적으로 책정했다. 매일 직접 삶는 머리 고기와 육수로 만든 순댓국은 뒷골목 식당이란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맛이다. 엄나무닭곰탕·얼큰닭해장국 등 닭 요리도 잘하고 제육볶음·오징어볶음 등 볶음 요리도 인기다.
 
날이 더워지면 열무김치와 콩국수 메뉴도 등장한다. 전형적인 동네 맛집이지만 서서히 소문이 나면서 멀리서도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필자 역시 한 시간 이상 걸리지만 이 동네 사는 후배와 가끔 찾는 곳이다. 필자에겐 안주 맛집이다.
 
정릉천변 숨은 맛집 ‘바람난오리궁뎅이’
 
▲ ‘바람난오리궁뎅이’의 대표 메뉴.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양념오리와 오리로스·부추콩나물무침·강황아이스크림. 필자 제공
 
가정집을 개조해 식당을 만들었다. 일행과 대기하던 곳과 식사했던 곳은 옛집의 앞마당과 뒷마당이다. 여기에 지붕을 얹어 공간을 만들었다. 덕분에 테이블 수가 많이 늘었다. 예전 식당을 인수해 22년째란다. 오리를 전문으로 한 건 18년째다.
 
양념오리가 베스트다. 함께 넣어 볶는 부추와 숙주 인심이 좋다. 또 곁들이는 부추콩나물무침도 수준급이다. 음식 간이 세지 않고 밸런스가 좋다. 치즈와 계란은 특별함은 없지만 비주얼에 도움을 준다. 9명에서 오리 두 마리·밥 3개를 볶고 술도 몇 병 마셨는데 1인당 2만 원이 채 안 나오는 가성비 좋은 곳이다. 강황아이스크림으로 깔끔한 입가심은 필수다.
 
한라산 소주와 고등어회 조합 좋은 ‘한라산’
 
▲ 강서구에 위치한 ‘한라산’의 고등어활어회(위 왼쪽)와 꽃게 라면(위 오른쪽). 필자 제공
 
가양역과 양천항교역 중간 지점에 있는 ‘한라산’은 고등어활어회 전문점이다. 기대를 크게 안 했는데 결과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곳이다. 횟감도 살짝 선어 식감이어서 개인적으로 좋았다. 함께 나오는 미나리초무침 맛은 예술적 경지다. 고등어회를 맛나게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무르익는 사이 마무리 꽃게 라면이 등장했다. 특유의 시원한 맛이 하나의 요리로 손색없다.
 
초저녁부터 손님이 많은 이유가 충분한 곳이다. 막걸리 콜키지(corkage·음식점 등에서 요금을 받고 손님이 가져온 술이나 음료수에 잔을 제공해 주는 서비스)도 양해해 준 사려 깊은 주인이 인상적이었다. 역시 맛집은 동네 사는 현지인한테 물어보면 승률이 높다. 
   
후원하기
  • 정기 후원
  • 일반 후원
  •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는 공공성에 기반해 독자가 만들어 가는 언론을 지향합니다. 정기 또는 일반 후원시 맞춤형 뉴스, 독자에게 할당하는 지면 서비스, 동행하는 홍보, 유상증자시 참여기회 제공(법인에 한함)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댓글 : 0
방문수(PC&모바일)
오늘(실시간) 98,930 ▶
어제 135,094 ▶
최근 7일 ▶
대한민국 명사들
대면 기회를 가져보세요.
팬클럽 가기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방배천로2안길 82(방배동 463-18) 청송빌딩 3,4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종합일간지 등록번호 : 서울시 가50131,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민경두, 편집국장 : 주경준, 사업자 번호 : 214-88-81099 후원계좌 : 158-910019-39504(하나은행)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진강
본지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서약사로서 신문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