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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가을은 근심의 계절, 한국 가을은 달콤한 계절
[김태산의 울림] 가을 감을 먹으려다 문뜩 떠올리는 남북한 체제 차이
사유 재산 인정되는 남한은 겨울철에도 딸기‧수박 생산 가능
비료‧농약 부족하고 집단농장 위주인 북녘에선 간부용만 생산
독재의 땅에서는 과일 한 알도 절대 제대로 생산할 수 없다
김태산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1-19 06:30:51
▲ 김태산 前체코주재북한무역 대표·남북함께국민연합 상임대표
감 따는 계절 가을이 왔다. 갑자기 웬 감 소리냐 하실 분도 있겠지만 나는 한반도의 과일 중에서 감을 제일 좋아한다. 물론 한국에서는 감 외에도 사과·배·포도·귤·무화과·밤·대추 등 수많은 과일이 나오지만 나는 감을 제일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한국에 온 후부터 가을 하면 푸른 하늘과 빨간 단풍을 먼저 생각하는 다른 사람과 달리 달달한 감을 먼저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의 가을은 감처럼 달콤한 계절이라고 말한다. 맛있는 감이 없다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가을 하늘과 가을 단풍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나는 감이 무르익는 가을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아마 나 혼자서 해마다 감을 30㎏ 이상씩 소비할 것이다. 그래 봤자 10㎏짜리 3박스다. 하루 나가서 일하면 1년 동안 실컷 사 먹을 만큼의 돈을 버는 땅이니 부담도 없다. 또 고마운 분들이 보내 주는 것도 많다.
 
북한에서 내가 한 달 노임 280원을 받아 장마당에 나가면 겨우 사과 다섯 알을 사고 30원이 남던 때와 비교하면, 하루 8시간 일해서 1년 내내 과일을 사 먹을 수 있는 한국이 바로 천국이다. 한국 국민은 이미 천국에 사는 셈이다.
 
북한엔 과일이 없으니까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이 와도 평범한 인민은 과일 한 알도 먹어 보지 못한다. 오히려 북한에서의 가을은 춥고 배고픈 이 겨울을 또 어찌 살아남을 것인가를 걱정하는 근심과 걱정의 계절이다. 그래서 나는 당당히 말한다. 한국은 생천국이고 북한은 생지옥이다. 인간이 살아서 맛보는 천국과 지옥이라는 뜻이다.
 
한국에 와서 처음에는 살이 딱딱한 단감은 안 먹고 홍시만 사 먹었다. 이제는 단감도 좋다. 그래서 한국의 가을은 정말 단맛 나는 계절이다. 내가 좋아하는 술 안주도 감 몇 알이면 더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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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풍족한 대한민국의 사람들은 당연한 걸 가지고 뭘 이리 수선을 떠나며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국 사람 중에는 자기들이 얼마나 좋은 땅에서 사는지 모르고 이 땅을 ‘헬(지옥)조선’이라고 헐뜯는 어리석은 자들이 있기에 이런 글을 쓴다.
 
사실 나는 북한의 무역 일꾼으로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많은 과일을 먹어 봤지만 정작 한반도에서 나는 감은 한국에 와서야 처음 먹어 봤다. 북한에서는 감을 구경도 못 했다. 물론 북한에도 감은 있다. 황해남도 연선 지대에서 조금 난다. 하지만 일반 백성이 감을 먹는 건 꿈도 못 꾼다. 이제는 평양에서도 감나무를 일부 재배하지만 정원의 관상용 정도다.
 
물론 탈북인 중엔 북한에서 감을 먹어 본 사람이 있겠지만 북한 주민 2300만 명 중에는 감을 보지도 못한 사람이 90%가 넘을 것이다. 북한의 대중적인 과일은 사과·배가 거의 전부다. 밤도 거의 없어서 추석 때는 장사꾼들이 중국에서 들여와야 제삿상에 겨우 몇 알 올린다.
 
대한민국 국민은 정말 복 받은 사람들이다. 한국 사람들은 한반도의 절반인 저 북한에서는 이 아름다운 가을철에도 과일 한 알 먹어 보기 힘들다고 하면 믿지 못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한국과 북한은 기후 차이가 크기 때문에 북녘엔 과일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아는 척을 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남북한의 기후 차이는 조금 알아도 북한이라는 사회를 너무 모르기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남북한의 모든 차이는 기후나 온도의 차이가 아니라 서로 다른 정치 체제가 빚어낸 불행한 결과라는 것부터 알아야 한다. 북한도 한국처럼 토지 개인화(사유화)를 허용하고 농산물 생산과 판매의 자유를 주었다면 주민이 저렇게 1년에 과일 한 알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거지 나라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에는 그 자유가 있었기에 농민이 스스로 각종 과일을 재배하여 동지 섣달에도 딸기·수박·바나나를 먹을 수 있는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진짜 기적을 이루어 낸 것이 아닌가. 북한에도 그런 자유가 있었다면 황해남도 지역에서 감 농사를 대대적으로 하여 얼마든지 감을 먹을 수 있었을 게 자명한 일이 아니가.
 
물론 북한도 집단농장마다 과수 작업반을 두어 포도나 배 과수원을 가꾸기는 한다. 그러나 비료와 농약이 턱없이 부족하고 농민이 자기 것처럼 가꾸지를 않으니 과수 재배란 사실 말뿐이고 간부용으로 조금 생산할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감 소리를 하다가 남북 간의 정치 문제로 넘어간 것은 우리가 항상 먹는 과일 한 알에도 자유가 깃들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즉 과일도 독재의 땅에서는 절대로 날 수가 없다는 그 평범하고도 위대한 진리를 배부른 한국 국민에게 알리고자 함이다.
 
하루빨리 북한에도 자유화의 따뜻한 바람이 불어서 사랑하는 나의 자식과 형제들도 달콤한 감을 원 없이 먹는 그날이 오기를 오늘도 하늘에 간절히 빈다.
 
다음은 2016년 휘문고 주관 제48회 희중문학상 시(詩) 부문 대상인 ‘월탄상’을 수상한 박상현 군의 ‘연시(軟枾)’ 전문이다. 고유어로는 연감인 연시는 ‘물렁하게 잘 익은 감’을 뜻한다.
 
“나는 또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당신 말 끝 초롬한 이슬처럼/ 꿀처럼 달근히 떨어지는 말투에/ 나는 또 넋을 놓아 버렸습니다// 눈에 잠겨 새하얀 옥상에/ 발자국을 삼기며 딛는 걸음과/ 뭉근한 그리움으로 내 밤은 또 하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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