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 주류 사회에서 ‘극우’ 취급 받아 온 자국중심주의 정당들이 무시 못할 세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9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에 따르면 전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첫 집회를 가진 ‘유럽을 위한 애국자들’은 근년 지지율 약진을 기록한 자신들의 세를 새삼 과시했다. 바로 헝가리 피데스당을 이끄는 오르반 빅토르 총리의 주도로 프랑스 국민연합(RN), 오스트리아 자유당(FPO), 체코 긍정당(ANO), 네덜란드 자유당(PVV) 등이 함께한 정치그룹이다. 작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세 번째 다수인 총 86석(전체 720석)을 확보했다.
이들의 등장은 서민·중산층 살리기 즉 ‘유럽판 트럼프주의’로 볼 수 있다. 자국중심주의 등장을 ‘극우’의 도발로만 간주해선 오늘날 유럽의 현실은 이해 불가능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선 구호를 차용한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 슬로건 아래 뭉친 이들은 트럼프의 재집권이 세계에 불러온 변화를 환영하며 이제 자신들의 시대가 왔다고 자신한다. 이런 현상의 배후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유럽, 특히 소련·동구권 공산주의 체제 붕괴 이래 지난 30여년의 유럽을 알 필요가 있다.
탈냉전 이래 ‘국경 없는 시대’ ‘친환경·평등·소수자 우선’ 등을 내건 정의로운 대의 속에 무너진 납세자들 삶을 되살리자는 것이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의 골자다. 안정적 생활이 가능한 일자리가 시급하며 그러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 각종 규제를 줄여야 한다. ‘자유로운 시장경제’에 그간 ‘분배 우선’의 반(反)시장적 견해 및 제도가 족쇄로 작용했으며, 아울러 반기독교적 가치관이 가정·교회·국가의 해체, 동성애를 정당화한 ‘성(性)해체’를 이끌었다는 게 이들 애국자들의 생각이다. 트럼프주의의 핵심이기도 하다.
유럽연합(EU) 내 대표적 친트럼프 정치인 오르반 총리는 “우리의 친구 트럼프, 트럼프 회오리바람이 불과 2주 만에 세상을 바꿨다”며 “이단아였던 우리가 이제 주류다. 오늘날 모든 사람이 우리를 미래로 여긴다”고 목소리 높였다. 프랑스 RN의 마린 르펜 하원 원내대표은 “밀레이(아르헨티나 대통령)·트럼프·오르반·멜로니(이탈리아 총리), 오스트리아의 동지들 등 우리가 선두”라며 현 상황을 르네상스에 비유했고 트럼프의 승리에 따른 세계적 격변을 “구대륙(유럽)에 대한 알람” “새 역사 속에 자기 위치를 정립하라는 촉구”로 표현하며 집권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EU의 친환경 정책 공격과 이슬람을 향한 불편함도 여과 없이 표출됐다. 르펜 대표가 “산업 붕괴를 가져온 미친 녹색협정(그린딜)을 멈추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하자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긍정당 대표 역시 “브뤼셀(EU)이 우리를 경제붕괴로 이끌었다”고 비판했다. 네덜란드 PVV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는 “불법이민에 모두 지쳤다. 스페인에도 범죄가 넘치나? 이슬람 이민자가 많나?” 묻더니 “여러분이야말로 이슬람을 물리치고 풍부한 기독교 유산을 수복한 최초의 국가였다”고 짚었다. 8~15세기에 걸쳐 이베리아반도 이슬람 세력을 몰아낸 ‘레콩키스타’(재정복) 역사를 가리킨 것이다.
이에 스페인 우선주의 정당인 복스(VOX)의 산티아고 아바스칼 대표가 “우리 스페인사람들은 이슬람에 맞서 유럽의 성벽이 된 조상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다시 그럴 준비가 돼 있다”며 동조했다. 참석자들은 여권 등 공식 행정문서 성별을 남·녀만 인정하기로 한 트럼프 정책도 적극 옹호했다. 폴란드 크시슈토프 보사크 대표가 “기독교와 전통적 가치를 수호하고 정상적인 가족 옹호”를 다짐했고, 포르투갈 셰가(CHEGA)의 안드레 벤투라 대표 또한 “성별은 남과 여 두 가지뿐” 입장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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