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이슬람 혁명 완성으로 미국과 척을 진 이래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려 온 이란이 외제차와 아이폰 최신모델 수입 제한을 완화했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테헤란에선 애플의 아이폰16 프로 맥스를 16억 리알(약 270만 원)에 구매한 사례가 나왔다. 관세와 통신망 수수료 등 추가비용까지 포함하면 총 20억5000만 리알(약 350만 원)이 들었다고 한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5년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독소 조항을 문제 삼아 탈퇴하며 대(對)이란 제재를 복원하자 이란 측이 '저항 경제' 구축을 선언한 후 내렸던 조처를 되돌린 결과다. 2017년 외제차 수입 금지, 2023년 아이폰14 이후 모델의 수입 차단, 심지어 관광객이 소지한 것도 수입금지 모델일 경우 입국 후 한달 지나면 통신망 접속이 끊긴다.
이란 지배층인 고위 성직자들 권력은 한층 공고해졌다. 미 제제를 피해 중국에 자국산 원유를 판매하고 친위대 격인 혁명수비대(IRGC)가 이를 관할하면서 아야톨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 충성하는 부유층이 생겨난 반면, 평범한 사람들 생존은 갈수록 위협받게 됐다. 트럼프의 핵합의 탈퇴 이전 달러당 32만 리알이었던 환율이 10년 지난 현재 92만8500 리알까지 치솟았다.
중고 외제차와 아이폰 구형 모델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뛰었으며 안전과 품질 면에서 국제기준 미달인 국산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국민들 불만이 들끓었다. 통화가치 하락으로 저축이 증발함에 따라 금·부동산 등 현물 보유나 암호화폐 사모으기가 더 심해졌다. 2022년 히잡 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의문사를 계기로 대규모 반체제 시위가 벌어진 것, 작년 대선 당시 예상을 깨고 유일한 개혁성향 후보였던 마수드 페제시키안 현 대통령이 당선된 것 역시 이런 상황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일부 플랫폼에 대한 제재 해제나 아이폰 수입 허용은 정부가 신속하면서도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뭔가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방법이지만 상류층 외엔 혜택의 실감이 적다. 이란 경제의 중장기적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훨씬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4일 서명한 행정명령에서 이란의 원유 수출을 '0'으로 만들 태세를 천명했다. AP통신은 "만약 (이러한 방안이) 시행된다면 이란을 완전히 망가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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