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가 반도체를 넘어 구리와 산업가스, 전력설비 등 AI 인프라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그동안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이 대표 수혜주로 꼽혔다면 최근에는 데이터센터를 짓고 가동하는 데 필요한 소재와 전력 인프라 기업의 이익 전망까지 함께 올라가는 모습이다.
하나증권은 6일 발표한 ‘국내외 주간 이익 동향 체크’에서 미국 기업들의 최근 1주 이익 리비전은 +0.05, 1개월 기준 +0.11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실적 리비전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기업의 향후 주당순이익(EPS) 등 실적 추정치를 얼마나 올리거나 내렸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플러스면 이익 전망 상향, 마이너스면 하향을 뜻한다.
특히 10월 첫째 주 북미 시장에서는 소재 업종이 두드러졌다. 소재 업종의 1주 이익 리비전은 +0.18로 정보기술(IT) +0.09와 에너지 +0.08을 모두 웃돌았다. 하나증권은 직전 주 에너지가 실적 전망 상향을 주도했던 것과 달리 이번 주에는 소재가 가장 큰 폭의 상향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북미 소재 대형주의 이익전망 상향 기여도에 따르면 Freeport-McMoRan의 구리 관련 기여가 48%, 산업가스 업체 Linde가 26%를 차지했다. 두 기업을 합하면 74%다. 구리는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각종 전기설비를 구축할 때 필요한 핵심 소재다. 산업가스도 첨단 제조공정과 반도체 생산에 폭넓게 쓰인다. 하나증권은 AI 생태계가 확장되면서 구리와 산업가스 등 소재 분야의 실적 전망 상향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고 봤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증가 전망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올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2025년 약 485TWh에서 2030년 약 950TWh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AI 중심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같은 기간 약 3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투자 온기 전력설비까지
AI 투자 효과는 산업재와 전력설비 기업에서도 나타났다. 글로벌 산업복합기업 업종의 1주 이익 리비전은 +0.18, 1개월 기준 +0.34를 기록했다. Mitsubishi Heavy Industries는 +0.92, Siemens Energy는 +0.88, 3M은 +0.45, Hitachi는 +0.34를 나타냈다.
하나증권은 전력기기와 발전설비의 수주잔고 확대가 관련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 상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원전과 가스터빈 수주를 기반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이익 리비전이 +4.43%를 기록해 이머징마켓 커버리지 기업 가운데 4위에 올랐다.
국내 산업재도 실적 개선 기대가 두드러졌다. 두산에너빌리티에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이 +3.20%, 삼성물산이 +2.32%를 기록했다. 한국 산업재 업종의 이익 리비전은 +0.27%로 정보기술 업종의 -0.13%를 상당 부분 상쇄했다.
하나증권은 한국 산업재의 이익 전망 상향이 정보기술 업종의 하향분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과 가스터빈 수주를 기반으로 실적 전망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반도체 수요를 넘어 전력기기와 발전설비, 냉각시설 등 데이터센터 기반시설로 확산하면서 국내 산업재 기업에도 수혜 기대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반도체 업종의 이익 개선 흐름도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업종은 최근 1주 +0.05%, 1개월 +0.24%를 기록했다. 특히 마이크론의 이익 리비전이 +10.3으로 크게 올랐다. Synopsys +3.73, Tokyo Electron +3.11, MediaTek +2.24, AMD +1.40, Broadcom +1.02, Nvidia +0.96 등 주요 기업들도 플러스를 기록했다.
실제 AI 인프라 투자 규모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 통신사 로이터는 5일 골드만삭스의 전망을 인용해 미국 데이터센터 용량이 올해 말 64GW에서 2027년 말 90GW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도했다. 전력 확보 문제가 데이터센터 건설의 제약 요인으로 떠오르면서 AI 투자 경쟁의 초점도 반도체 생산능력에서 전력 공급능력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증권은 마이크론이 사실상 글로벌 반도체 업종의 이익 전망 상향을 주도했다면서 마이크론의 최근 실적이 메모리 사이클을 재확인하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최근 흐름에서 주목할 대목은 AI 수혜가 반도체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증권은 AI 생태계가 확장하면서 구리와 산업가스 등 소재 분야의 이익 전망 상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봤다. 반도체와 서버 투자에서 시작한 AI 투자 사이클이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소재와 전력기기, 발전설비로 확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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