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9월 19일 전라북도 군산시 대명동 사창가 일명 ‘쉬파리골목’의 한 건물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2층 출입계단 옆 배전판에 누전이 일어난 것이다. 이 사고로 3층짜리 건물 2층에 있던 여성 5명이 사망했다. 건물에 환기구나 비상구는 없었다. 창문에는 쇠창살이 설치돼 있었다. 통로는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을 만큼 좁았다. 화재는 20여분 만에 신속하게 진압됐지만 불길과 연기를 피하기 힘들었다. 이어 지난 2002년 1월 29일 군산시 개복동의 한 유흥업소에서도 카드단말기 누전으로 인한 불이 났다. 이 화재로 성매매 여성 14명이 사망했다. 이곳의 화재도 대명동 유흥업소 화재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인신매매로 끌여온 여성들은 감금돼 있었고 5분여 만에 진화된 화재에도 화마를 피하지 못한 성매매 여성들은 사망했다. 이 사건들은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스카이데일리가 13년이 흐른 성매매특별법의 도화선이 된 군산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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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과 2002년 전북 군산에서 잇따라 발생한 성매매업소 화재사건은 성매매특별법이 탄생한 배경이 됐다. 군산시 일부 주민들은 “성매매가 이제 사라졌다”고 언급했지만 화재가 일어났던 유흥가에서는 저가 매춘이 여전한 것은 물론 새롭게 조성된 군산 최대 유흥가인 나운동(사진)에서는 룸살롱 성매매가 성행하고 있었다. [그래픽=박희라] ⓒ스카이데일리
[전북 군산=이성은 기자] “하느님 저에게 단 한 번 기회를 주신다면 성실하게 옛 일을 뉘우치며 살겠습니다. 도와주세요. 이젠 지쳐가고 있어요. 이러다 삶의 의미조차 잃어버릴까 두렵습니다. 산다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 줄은 알았지만 이건 아닙니다”
대명동 화재사고 당시 사망한 임 모(당시 20세) 씨가 화재가 일어나기 2개월여 전인 2000년 6월 29일 작성한 일기 중 일부다. 사고 후 17년이 지난 대명동 내 성매매업소들은 상당수 사라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 명맥만큼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화마에 휩싸여도 남아 있는 유흥업소…“노래하다 옆방서 성매매 가능” 호객
대명동 양키시장 뒤편의 유흥가 골목길은 낮 시간에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여성들과 술을 마시고 그 자리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는 이른바 ‘방석집’들이 밀집된 곳이었다.
지금은 상당수가 방치된 상태였다. 마치 폐가와 같은 모습의 대다수 가게들은 집기들이 쌓여 있거나 비어있는 채 방치됐다. 과거 화재가 일어난 곳 역시 한의원이 들어선 건물로 바뀐 상태였다. 현재 대명동 일대에는 불과 5개 안팎의 유흥주점만 남은 상태였다.
20년 이상 군산에 살았다는 인근 주민 A씨는 “이곳은 희한하게 한 명이 가도 24만원이고 두 명이 가도 24만원이다”며 “그래서 어떤 이들은 택시를 타고 이곳을 찾아와 혼자 들어가기 어색하다며 택시기사와 함께 들어가기도 한다. 어차피 같은 값이니 말이다”고 말했다.
▲ 화재가 났던 대명동 일대 성매매업소들은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다. 과거 영업이 이뤄졌던 상당수 업소들 입구에는 ‘매매’ 중임을 알리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 가로등마저 적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일부 업소들이 저가 성매매 등으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스카이데일리
이어 그는 “대명동에는 이상하게 노동자들이 일을 마친 뒤 술 한 잔 할 수 있는 대폿집은 없고 방석집 같은 곳들만 있다”면서 “현재도 어업에 일하는 분들이 만선으로 돈을 벌거나 산업공단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성과급이라도 받는 날에는 이곳을 찾아 많은 돈을 쓰기도 한다”고 전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각. 방석집 밀집지를 찾았다. 인적은 드물었다. 빈 거리를 채운 것은 화려한 간판 조명뿐이었다. 주차돼 있던 한 차량에서 한 남성이 내렸다. 어색하게 거리를 거닐던 기자를 본 것이었다. 인적이 드물었기에 그의 발걸음이 향한 곳이 기자임은 명확했다.
다가 온 그가 꺼낸 말은 “아가씨들하고 술 한 잔 하지 않겠느냐”였다. 호객꾼이었다. 그는 “혼자 놀면 현금 20만원 카드 25만원, 둘이 노시면 24만원이다”며 “맥주는 4병 들어오고 노래방 기기도 있으니 옷 벗고 질펀하게 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놀다 옆방에서 관계를 가질 수 있다”며 직접적으로 성매매를 언급했다.
업소 밖에서의 성매매는 힘들다고 전했다. 시간당 30만원 혹은 하룻밤 100만원의 별도 금액을 지불하지 않는 이상 가게 바깥에서의 관계는 힘들다는 것이었다. 불필요한 지출 없이 가게 내에서 성매매를 하길 권하는 모습이었다.
뿌리치고 지나치려는 기자를 그는 재차 붙잡았다. “20대 여성은 없지만 비교적 젊은 30대들이 있다”며 끈질기게 기자를 설득했다. 못 이기는 척 그를 따라나섰다. 업소에 들어서자 2층에 위치한 한 방을 안내했다. 이어 5명의 여성이 차례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내 그는 표정을 바꾸며 “정 마음에 안 들면 20대 러시아 아가씨를 불러줄 수 있다. 전화 한 통이면 금방 오는 친구들이다. 시간당 20만원만 지불하면 된다”고 끈질기게 호객을 멈추지 않았다.
여전히 성매매영업이 펼쳐지는 대명동과 달리 또 다른 참사의 현장이었던 개복동은 명맥조차 잇지 못했다. 화재현장은 공터로 방치돼 있었다. 이곳 주민은 “군산에는 유흥업소에서 화재가 일어나는 일이 잦았다”며 “논란이 된 후 군산에는 사실 상 성매매 업소들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고 전했다.
없다던 성매매 ‘나운동’ 유흥업소 밀집지선 더 성행…“번화한 유흥가 유일”
취재 중 만난 일단의 군산시민들은 “군산 내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는 업소들을 찾기 힘들다”는 말들을 했다. 하지만 그건 분명히 아니었다. 업소가 줄어든데 따른 시민들의 막연한 반응이라는 느낌이 왔다.
두 번의 화재사건으로 인해 기존 밀집지가 사양길에 접어들긴 했지만 성매매가 가능했고, 또한 그 시점에 맞춰 신흥 유흥업소 밀집지까지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곳이 있기도 했다.
▲ 대명동 일대 남아 있는 이른바 ‘방석집’들은 2000년대 영업방식대로 여전히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호객꾼의 손에 이끌려 들어간 업소는 테이블이 있는 방에서 술을 마신 뒤 또 다른 방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는 구조였다. 사진은 성매매 여성들이 각자 자기소개를 하는 모습이다. ⓒ스카이데일리
군산시 나운동은 군산 내 최대 유흥업소 밀집지였다. 부곡3·4길을 중심으로 각종 룸·가요주점·노래홀·뮤직홀·노래타운 등이 자리했으며 이를 중심으로 모텔들이 빼곡했다. 안마방 역시 두 곳이나 자리했다. “성매매가 가능한 곳을 찾기 힘들다”는 시민들의 말은 그야말로 무색했다.
이곳에 있는 룸·가요주점은 일반적인 룸살롱과 같았다. 노래홀·뮤직홀·노래타운 등은 노래바를 가리킨다. 나운동 룸살롱의 경우 2·30대 여성들이 상주하면서 접객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노래바의 경우 30대 이상의 여성 접객원들이 보도차량을 타고 다니면서 다수 업소를 방문하는 형식으로 근무한다.
초저녁에는 오히려 썰렁했다. 이곳 한 관계자는 “이곳은 평일에는 밤 12시를 넘어 사람이 많고 주말에는 초저녁부터 손님들이 몰리는 편”이라면서 “대부분 1·2차를 하고 온 손님들이 어느 정도 술에 취해 2·3차 장소로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거리를 돌아다니며 살펴보던 중 시동을 건 채 도로에 임시 주차하는 차량들이 눈에 띄었다. 이 차량들에는 한 남성이 운전석에 앉아 대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차량에는 모텔이나 노래바에서 나온 여성들이 탑승하기도 했다. 불법 성매매 보도차량인 듯 보였다.
업소 문 앞에 나와 호객행위를 하던 한 노래바 관계자는 “혼자 노실 거라면 14만원”이라면서 “맥주 10병에 안주 들어오고 아가씨와 함께 1시간 보내시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대 아가씨는 따로 연락을 통해 알아봐야 하고 주로 30대 여성들이 있다”고 전했다.
▲ 군산시 나운동에는 각종 1종 유흥업소들이 즐비했다. 간판들은 어지러울 정도로 밝은 빛을 내면서 군산시내 유명 성매매·유흥업소 지역이던 대명동 일대의 명맥을 잇고 있었다. 사진은 노래바가 모인 나운동 골목길과 룸살롱 내부 ⓒ스카이데일리
한 룸살롱을 방문하자 대뜸 “일단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다”면서 기자를 방으로 데려 갔다. 잠시 기다린 뒤 관리인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2시간에 술값이 25만원이고 양주가 들어온다”면서 “맥주는 서비스로 넣어줄 수 있고 아가씨들은 2·30대로 이곳에 상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룸살롱 업소를 방문하자 호텔처럼 1층에 프론트데스크를 두고 있었다. 그곳에도 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여성이었다. 그는 “다른 곳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애프터까지 원하시느냐”고 말해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점을 암시했다.
이어 그는 “아가씨 TC(Table Charge)는 10만원이고 애프터는 별도로 17만원”이라면서 “40대 여성은 전혀 없고 20대 후반 여성들만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서울처럼 특별한 이벤트 등은 없고 서비스는 다소 평범한 편”이라고 했다.
군산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군산시에는 유흥업소들이 화재도 자주 일어나는 등 사고도 많아 유흥업 분위기가 많이 사라지고 침체됐다”면서 “현재 나운동 일대 업소들이 거의 유일하게 번화한 유흥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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