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소리’는 소리하는 대학생들이 모여서 바닥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판소리를 표현해보자는 마음으로 팀을 결성하게 됐어요. 현재는 2기 멤버들이 ‘바닥소리’를 이어가고 있죠. 저희가 만드는 창작극은 역사적으로 잊지 말아야 할 주제들을 판소리로 표현하고 있어요. 정지혜, 박희원, 김부영, 김은경, 이승민, 강나현, 양혜원, 조정규 등 소리꾼 8명으로 구성돼 있는 판소리팀은 저희가 국내 최초이죠.”
대학로 혜화동에 위치한 공연 연습실에서 만난 ‘판소리공장 바닥소리’ 대표 3인방은 국내 유일무이한 판소리 공연팀으로서의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2시간 남짓의 인터뷰 내내 단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자신들이 사랑하는 판소리 이야기와 ‘바닥소리’ 팀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정지혜 대표(35)가 단체 소개부터 시작했다.
“‘판소리 공장 바닥소리’는 2002년에 국악인 최용석, 영화 ‘소리꾼’ 조정래 감독과 국악인 박애리 등이 함께 만든 전문공연예술단체예요. 창작소리극과 판소리, 민요 등의 창작 작업, 공연 제작, 국악 교육 콘텐츠 제작, 음반 제작, 순회공연 등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죠. 단순히 전통을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통을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만들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잊힌 과거의 기억까지도 소리로 표현하고 있어요.”
올해로 창단한 지 19년 된 예술단체 ‘판소리 공장 바닥소리’… 판소리의 대중화에 앞장서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에서 9년째 활동하고 있는 정 대표는 ‘바닥소리’는 다양한 공연에서 연기는 물론 극 창작, 작곡 등도 모두 단원들의 노력을 통해서 탄생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예정된 공연이 취소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많이 속상하지만 서로 마음을 합쳐 함께 활동하고 있는 단원들 덕분에 단체가 유지될 수 있었다면서 멤버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제가 현재 팀에서 대표로서 책임지려고 하는 부분이 많고 단체의 여러 활동을 맡아서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서 다양한 인생경험을 하고 있죠. 20대 때 막내로 들어와서 지금까지 9년가량 활동하고 있어요. 하지만 팀은 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멤버가 들어오면서 더 젊어지고 공연 스타일도 신선해졌죠. 서로 기다려주는 모습이 늘 감사하고 또 부족한 저에게 격려해주고 잘 따라와주는 ‘바닥소리’ 멤버들에게 이 기회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
2017년 추담전국국악경연대회 일반부 종합대상과 2019년 동아국악콩쿠르 일반부 동상을 수상한 ‘판소리공장 바닥소리’ 대표 소리꾼인 강나현 씨(27)는 ‘바닥소리’에서 활동한 지 4년 차다. 그는 바닥소리 멤버로서 활동하게 된 것이 가장 잘 한 일이고 무대에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소리를 통해 많은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일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저희는 사회 밑바닥에 있는 이야기,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이야기를 가지고 판소리를 하면서 이 시대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전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많은 관객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죠. 지난번 공연한 ‘닭들의 꿈 날다’에서는 어린이 관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했어요. 지난해에는 정말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쁜 때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공연이 취소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어서 사실 재정적으로도 많이 걱정되죠.”
‘바닥소리’ 남자 멤버이자 팀에서 막내를 맡고 있는 20대 젊은 소리꾼 조정규 씨(25)는 2014년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 판소리 장원과 2015년 추담전국국악경연대회 일반부 종합대상, 2018년 온나라 국악경연대회 판소리 금상을 수상한 인재다. 지난해 ‘바닥소리’ 멤버로 합류한 조 씨는 내년에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그 역시 현재 상황이 풀려 멤버들과 함께 행복한 공연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판소리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제가 생각하는 판소리의 매력은 하면 할수록 재밌고 여전히 배울 점이 많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소리를 들려준다는 점이에요. 또 저희 공연은 소리뿐만 아니라 연기와 무용까지 볼거리가 많죠. 저의 역할 중에서는 ‘가시리’에서 맡았던 ‘좌’라는 역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정 대표님 상대역이어서 저는 공연을 잘하기 위해서 소리도 연습하고 연기공부도 하고 무술을 겸비하는 무용도 연습했었죠.”
조 씨는 ‘바닥소리’의 개성이 잘 드러난 작품 중 하나로 ‘제비씨의 크리스마스’를 소개했다. 이 작품은 제27회 서울어린이연극상 대상, 최고 인기상을 수상한 국악 뮤지컬이다. 판소리 ‘흥보가’속의 ‘제비노정기’를 바탕으로 내용을 구성하고 관객이 함께 노래하는 참여형 공연이라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공연이다. 또 다양한 악기들이 라이브로 들려주는 신나는 음악도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조 씨는 설명했다.
정 대표는 바닥소리의 대표 창작극인 ‘해녀탐정 홍설록’을 추천했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제주바다에서 펼쳐진 해녀들의 목숨을 건 항일운동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창작극이다. 아름다운 제주바다를 배경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추리소설 ‘셜록홈즈’를 한국식 이름인 홍설록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시킨 국악창작극이라는 설명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작품은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소설을 판소리를 통해 친근하게 접근한 작품이에요. 판소리와 민요, 국악 밴드의 생생한 라이브연주가 들어가 재미도 있고 역사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 의미도 있는 그런 공연을 만들어 보기 위해 노력했었죠. 관객들 반응이 좋아서 11월에 공연을 다시 하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매년 무대에 올리고 싶은 공연이기도 해요. 제주 해녀들이 어느 순간 탐정인 설록으로 변신해 미스터리 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추리극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죠. 우리나라 전통 음악인 판소리와 서양의 스토리를 접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제작했어요. 저희 단체에서 인기가 많은 공연이기도 하고 멤버들도 함께하면서 모두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죠.”
정 대표는 최근에 코로나로 인해 예정된 공연 일정이 연기된 작품인 ‘살암시민 살아진다’ 를 설명했다. 이 작품은 ‘제주 4·3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데 실제 인물인 김인근 할머니를 인터뷰하면서 들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직접 창작한 작품이다. 작품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김인근 할머니께서 공연을 보러 오셔서 많이 우시는 모습을 봤을 때는 마음이 울컥했다고 한다. 정 대표는 바닥소리가 공연을 통해 우리 민족의 역사적 아픔을 안고 있는 이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10월에 공연 예정인 ‘경성스케이터’라는 판소리 공연이 있어요. 무능한 아버지 김달진이 딸을 위해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는 도전기를 그린 작품으로 1936년 일제 치하에서 독일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3명의 조선인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김정연, 이성덕, 장우식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죠. 스포츠 경기를 소재로 한 최초의 창작 국악극인 셈인데 일제강점기 경성이 마치 눈에 보이듯 생생하게 소리꾼이 이야기극으로 무대 위에 펼쳐져요. 전통과 근대가 접점을 이루고 국악과 30년대 대중음악이 어우러지는 시기인 1930년대의 풍성한 음악적 질감을 직접 느낄 수 있어 먹먹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정 대표는 매년 바닥소리 페스티벌을 주최했는데 올해는 어린이들을 위한 창작극으로 ‘제비씨의 크리스마스’ ‘닭들의 꿈, 날다’를 공연했다면서 한 편의 작품을 준비하는 시간은 몇 달이 걸리지만 실제 공연은 주 2, 3회 정도로 짧은 부분이 아쉽다고 밝혔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로 인해 준비된 공연들이 취소되다 보니 재정적인 면에서 단원들도 힘들어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면서 공연을 연습하는 시간은 여전히 행복하다며 밝게 웃었다.
“현재 10월 28일 전북 남원에 위치한 국립 민속국악원에서 진행될 ‘경성 스케이터’와 11월 공연을 계획 중인 ‘전태일전’ 판소리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저희가 잘하는 전통 판소리를 대중에게 많이 알리기 위해 ‘바닥소리’ 유튜브 채널도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멤버들끼리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서 유튜브에 올릴 다양한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죠. 내년이면 ‘바닥소리’도 만들어진 지 20년이 되는데 더 좋은 공연을 준비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많은 사람이 ‘바닥소리’ 팀을 응원해주시고 준비하는 공연을 보러와 주시면 감사하겠죠.”
[정동현 기자/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