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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이제 ‘추격의 시대’를 넘어 ‘추월의 시대’를 맞고 있다. 또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하며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나아가고 있다”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K+벤처: 제2벤처붐 성과와 미래’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날 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2017년 3개에 불과했던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기업)이 15개로 5배 늘었다”며 “기업 가치 1000억원 이상 예비 유니콘도 357개에 이를 정도로 두텁게 성장했다”고 긍정 평가했다.
이렇듯 문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만 보면 국내 벤처 기업들은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국내 벤처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저조하다는 인식을 지우기 어렵다.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의 글로벌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국가별 유니콘 기업 배출과 투자 생태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 여파에도 불구하고 올해 1~7월 전 세계적으로 291개 기업이 유니콘으로 등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 기업이 58.1%(169개)로 가장 많았다. 중국은 8.9%(26개)로 2위였다. 그러나 한국 기업은 마켓컬리 단 1개에 불과했다.
올해 신규 진입한 기업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779개의 유니콘이 존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이 388개로 선두를 달렸고 뒤이어 △중국 157개 △인도 36개 △영국 31개 △이스라엘 18개 순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유니콘 기업은 1.4%(11개)에 그쳤다.
미국·중국은 핀테크와 인터넷 소프트웨어·서비스, 전자상거래, 인공지능(AI), 헬스 등 톱5 산업 분야 유니콘의 62.8%(332개)를 보유해 미래 유망 산업에 잘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은 AI와 인터넷 소프트웨어·서비스 산업 분야 진출이 전무했다. IT 강국이라 주창해 온 우리나라가 맞는지조차 의문스러운 지경이다.
국내 벤처 기업들이 AI와 인터넷 소프트웨어·서비스 산업 분야에 진출하지 않는 배경에는 우리나라가 규제 강국이라는 현실이 지목된다. 세계 각국에선 규제를 풀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벤처 기업들이 첫 발을 떼기도 전에 할 수 없도록 막는 규제가 지나치게 많다.
이는 스타트업 투자 유치 규모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과 중국은 전 세계 투자 금액의 72.8% 이상을 유치했다. 그러나 한국은 고작 1.5%를 유치했다.
이를 두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2020 기술수준평과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점 과학기술 경쟁력은 중국에 따라 잡혔다”며 “우리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을 추월하기는커녕 중국에 추월당한 게 현실이고 팩트다”고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시장과 민간이 주도하는 제2벤처붐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창업 생태계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은 국내 벤처 기업에게 호재다.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정부의 마중물 역할이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 안주해선 유니콘 기업을 키워내는 것은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더 많은 유니콘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초기뿐만 아니라 중·후기 투자를 대대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국내 대기업 자본이 벤처 투자에 활용될 수 있도록 기업 주도형 벤처 캐피탈(CVC)을 늘리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추월의 시대를 맞아 선도형 경제로 나아가고 있다는 문 대통령의 말이 허공 속 외침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나라의 유니콘 정책은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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