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입법폭주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최근에는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언론중재법’ 강행처리를 시도하고 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언론·출판·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가 쏟아지고 있지만 여당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유엔은 물론이고 여권 내부에서조차 헌법가치를 위협하는 행위라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가짜뉴스’ 핑계 앞세워 언론 재갈물리기 시도…권력 최후의 견제장치 유명무실 우려
언론중재법 논란은 올해 6월 정청래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1명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시작됐다. 이 개정안은 제30조의2를 신설해 “언론사가 악의적으로 인격권을 침해한 행위가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3배 이내에서 손해배상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후 여당 단독으로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거쳐 8월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시켰다.
이헌(60)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한변) 부회장은 여권의 무리한 입법에 대해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SNS나 유튜브를 통해 가짜뉴스가 양산되고 이에 오도된 국민들이 있을 수 있지만 정보통신망법과 같은 기존 법률로 규율이 가능하다”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자율적으로 규제를 하자는 경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여권이 언론중재법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여권의 기성언론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언론 중에서 자기 진영에 대해 비판적이고 반대하는 언론이 타도 대상이고 규제하겠다는 ‘진영 논리’에 입각한 생각이 언론중재법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며 “소위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사람들, 그 과정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 헌신했노라 얘기했던 사람들, 표현의 자유 규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사람들이 이제와 이런 규제를 한다는 게 바로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 부회장은 “어떤 뉴스를 가짜뉴스로 규정해 소송을 걸어버리겠다고 하면 (기사 작성자들이) 형사처벌을 걱정하게 만드는 ‘칠링 이펙트’를 준다”며 “이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문제로 (이러한 위축효과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절대로 (일어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칠링 이펙트(chilling effect)’란 표현행위를 이유로 사람에게 제재를 가하면 그 사람뿐만 아니라 옆 사람과 조직까지도 냉각돼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권력에 비판적인 보도에 대해 남발된 소송이나 징계 때문에 언론인들이 갖게 되는 위축효과가 대표적인 예다.
이 부회장은 이번 개정안이 세계적인 추세와는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형사처벌 받게 하는 (상황을) 막는 법안을 만드는 게 전 세계적인 입법 방향이다”라면서 “오히려 거꾸로 전 세계 자유주의 국가 어디에도 없는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입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수정헌법 제1조에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입법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연방대법원 등의 판례에 의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돼 있다. 다만 이를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안티슬랩(전략적 봉쇄 소송 방지·Anti-SLAPP)’ 조항이 규정돼있다.
‘입막음용 소송’이라 불리는 ‘전략적 봉쇄 소송’(SLAPP·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은 비용·정신적 압박을 가해 언론사와 기자들의 비판을 위축시기 위한 목적으로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2019년 기준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한 29개주에서 안티슬랩 조항을 두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목적의 소송을 법원이 조기에 각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부회장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법무부하고 대법원에서 전략적 봉쇄 소송에 대한 방지 법안을 만들겠다고 했고 민변도 제대로 만들어야 된다고 했다”면서 “그런 법안을 발의했던 인물(국회의원)이 이제 와서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입법을 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중재법 발의 전부터 재갈물리기 시도…명예훼손 혐의 씌워 법정구속
여론 일각에서는 언론중재법이 발의되기 이전부터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족쇄가 채워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명예훼손을 징역 등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형으로 처벌하는데 대해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우종창 전 월간조선 기자가 법정구속된 사건이다. 우 전 기자는 2018년 3월 그가 개설한 유튜브 채널 ‘우종창의 거짓과 진실’을 통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장이었던 김세윤 부장판사와 청와대 인근 한식당에서 식사를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에게 취재 협조를 요청했으나 답변은 받지 못했다며 더 구체적인 정보를 모으기 위해 제보 사실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2019년 2월 조국 전 수석은 ‘명백한 허위사실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우 전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1심에서 검찰 측은 우 전 기자에게 징역 10개월을 구형했고 법원에서는 지난해 7월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그를 법정구속 했다. 이와 관련해 이헌 부회장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1964년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판결을 통해 비판하는 언론에 ‘현실적 악의’가 있었다는 걸 입증할 책임은 권력을 가진 공직자한테 있다”라며 “공적인 인물의 경우 아니면 아니라고 반박하고 형사와 민사소송을 통해 제재를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우 전 기자가 구속되자 국제 언론인 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RSF)는 성명을 내고 그를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SF는 “우 씨의 석방 요구가 그의 주장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며 사실관계 검증 부재를 지지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라면서도 “한국법이 자유를 박탈하는 형으로 명예훼손을 처벌하는 사실에 반대하며 이는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보도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자들이 증거를 공개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사실관계를 보도했다는 사실로 인해 징역형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우 전 기자는 2심에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감형됐고 현재 재판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일련의 사건에 대해 우 전 기자는 “내가 잠시 감옥을 갔다 온 것은 부수적인 사건이고 이 모든 것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비롯된 것이다”라며 “대법원에서 아직 판단이 진행 중이어서 대법원 최종 판결이 떨어질 때 자세히 말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북한 주민에 진실 알리는 노력 막는 것도 표현의 자유 침해”
언론중재법 이외에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으로 꼽히는 게 바로 ‘대북전단금지법’으로 불리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이다. 지난해 6월 북한의 ‘실질적 2인자’인 김여정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대북 전단을 맹비난하자 여당은 법안 제정에 나섰다. 올해 3월 30일 시행된 이 법은 군사분 계선 일대에서의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금지하고 위반시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본부 대북풍선단장(64)은 대북전단 살포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보호를 위해서라도 대북전단 살포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역시 남한에서 보낸 ‘대북 삐라’ 때문에 탈북을 결심했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에서 국가농업과학연구원 옥수수연구소에서 깜부깃병 전문가로 일하던 이 단장은 우연히 출장을 갔다가 발견한 삐라에 실린 ‘6·25는 북침이 아니라 남침’이란 내용이 담긴 흐루쇼프 회고록과 6·25 당시 인민군 대좌의 증언을 보게 됐다. 전단을 본 후 의구심이 생긴 그는 전쟁 참가자 얘기를 듣고 직접 자료를 찾아본 뒤 6·25의 진실을 알게 됐고 탈북을 결심했다.
러시아 등을 거쳐 국내에 정착한 이후 그는 2003년부터 민간에서 처음으로 대북전단이 실린 풍선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는 철저하게 비공개 원칙을 지키면서 풍선을 보냈다가 2018년 5월 이후에는 보내지 못하고 있다. 이 단장은 “대북전단 살포는 인권운동이고 헌법정신에 맞는 운동이다”라며 “네거티브 수법으로 북한을 자극하자는 게 아니다. 순수한 팩트만 알려줘도 북한은 무너지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접경지역 주민 상당수가 전단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 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5월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남북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법에 대해 유엔은 우려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시나 폴슨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은 “북한 주민에게 정보를 전달할 방법이 거의 없고 남북한 모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비준했기 때문에 정보를 배포하고 받을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단장은 “접경 지역 주민 안전이 중요하니 이를 고려해 가스안전 자격증을 갖춘 전문가가 조용히 제대로 전단을 날리면 아무 탈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일부 단체처럼 공개적으로 언제 어디서 전단을 날린다고 떠들면 현행 경찰직무집행법으로 막으면 되고 풍선 사고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가스 안전법을 적용하면 된다”며 “현행법으로 불법을 막을 수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변을 비롯한 변호사 단체와 시민단체 등은 해당 법에 대해 지난해 12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들은 “대북전단금지법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행복추구권과 표현의 자유, 대한민국 국민인 2500만 북한 동포의 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법률이다”라며 “국회는 대북전단금지법을 즉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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