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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림그룹이 팬오션을 인수함에 따라 곡물사업 육성과 동시에 대규모기업집단으로의 발돋움이 가능해졌다. 지난 40여 년간 유관사업으로의 확장모습만 보였던 하림 측이 이번 인수전에 적극적이었던 까닭은 글로벌 곡물시장의 진입을 위한 구름판으로 팬오션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하림의 도전을 응원하며 향후 그 추이가 기대된다는 반응과 함께 부진의 늪에 허덕이는 해운업계에서 경험이 전무한 하림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으로 나뉜 상태다. 사진은 하림그룹(사진 왼쪽)과 팬오션의 본사 전경 ⓒ스카이데일리
종합식품서비스기업 하림그룹이 해운운송업체 팬오션의 새 주인이 되면서 하림그룹의 수장 김홍국 회장이 그리고 있는 미래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하림 측은 미국의 카길사(社)처럼 확실한 수요기반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곡물업체로 성장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사실상 해운업을 바탕으로 글로벌 곡물시장으로의 본격적인 진출을 선언한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하림의 선언을 두고 업계 안팎의 전망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규모기업집단(대기업)에도 합류할 예정인 만큼 자산 규모 및 각종 지표상으로는 하림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운영 경험이 전무한 신사업 진출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하는 양상이다.
벌크선 업체 삼킨 하림, 10마리 병아리로 시작해 대기업 반열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개최한 팬오션 관계인집회에서 1.25대1 주식 감자안을 포함한 팬오션 변경회생계획안을 가결시켰다. 이번 계획안은 채권단 87%, 주주 61.6%의 동의를 얻었다.
▲ ⓒ스카이데일리
하림의 인수를 전제로 마련된 회생안이 통과됨에 따라 하림의 팬오션 인수는 사실상 확정됐다. 소액주주들이 감자안에 반발해 당초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으나 실제 주주들의 1/2이상이 동의했고 산업은행·우정사업본부 등 채권단의 2/3도 동의한 상태다.
당초 하림은 팬오션을 품고 싶어도 이번 회생안이 부결되면 팬오션 인수 자체를 재고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회생안은 우려와 달리 쉽게 통과됐다. 향후 하림의 팬오션 인수는 법원의 공식 인가 절차를 거치면 마무리된다. 업계는 이 시기를 두고 8월 중순가량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림의 팬오션 인수는 지난해 11월 하림 측이 팬오션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법원은 매각가 증자를 포함해 1조7000억원 규모의 매각가를 확정짓자 경쟁사들이 이에 반기를 들고 입찰을 줄줄이 포기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러나 하림은 고심 끝에 응찰하기로 결정했고 단독입찰에 성공하면서 팬오션의 새로운 주인으로 등극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연말 양사는 인수관련 MOU를 체결했고 일부 소액주주들이 이 같은 내용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으나 이번 법원의 판결로 하림은 도전 8개월여 만에 인수 9부 능선에 올랐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이번 인수로 자산규모 4조3000억원대의 하림의 자산은 5조가 넘게 됐다. 이로써 하림은 매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대규모기업집단’에 편입될 예정이다.
김 회장, 롤 모델 ‘카길 따라잡기’ 선언에 응원 쇄도
하림 측은 팬오션 인수를 통해 곡물사업 육성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하림은 세계 곡물시세의 잦은 변동과 운임업체마다 다른 비용으로 인해 골머리를 썩여왔다. 국내 벌크선 1위 해운사 팬오션의 가세가 이 같은 부분에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림 관계자는 “팬오션 인수는 단순한 해운업 진출이 아니라 곡물사업을 전진시키는 거보(巨步)”라며 “그동안 하림은 무리한 인수전 대신 유관사업으로의 진출 혹은 합병을 이뤄 온 만큼 이번 인수 역시 기존 사업의 연장선에서 바라봐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하림의 도전을 응원하는 분위기다. 또한 글로벌 곡물시장에서 7위 수준의 하림이 팬오션 인수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그 추이가 더욱 기대된다는 반응이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재계 관계자는 “1970년대 후반에 사업을 시작해 40년이 채 안된 하림의 성장 속도는 정말 놀라울 정도다”며 “수십여 년 전 오늘날 이 나라 발전의 초석을 놓은 대기업 창업주들이 이뤘던 성과와 김홍국 회장이 하림을 성장시킨 과정이 오버랩된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하림은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IMF 당시 줄도산을 맞았던 기존의 대기업과는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면서 “한 우물을 깊게 파면서 관련성 깊은 사업들로 내실을 다져왔다는 점에서 이번 팬오션 인수는 더욱 기대감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김홍국 회장도 인수가 확정된 직후 가진 모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솔직히 부담보다 설레는 기분이 더 많이 든다”며 “인수해서 성공시킨 다른 기존 계열사들 못지않게 팬오션도 훌륭한 회사로 키우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해운업 경험 전무, 그룹 수뇌부 판단이 관건
한편 극심한 불황에 빠진 해운업에 도전장을 내민 하림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내 대표적인 해운업체들이 무려 7년간 이어진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아직도 고군분투 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험이 전무한 하림이 과연 이를 잘 이끌어 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 김홍국 회장(사진)은 팬오션 인수를 통해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기존의 회사들처럼 팬오션도 훌륭하게 성장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회장은 선물 받은 열 마리의 병아리로 시작해 대기업 회장으로 도약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김 회장이 본격적으로 해운업에 뛰어 들게 됐다며 향후 팬오션의 성과에 따라 그의 경영능력 평가가 엇갈리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김홍국 회장의 사운을 건 회심의 선택이라는 평가까지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하림 측이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상당수 기존 우수인력을 갖추게 됐지만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반신반의다”며 “결국 하림의 팬오션 성공 관건은 그룹 지도부가 얼마나 해운업의 생리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가가 될 것이다”고 피력했다.
이어 “하림 측은 팬오션을 바탕으로 세계 곡물시장에 진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단순히 곡물사업 관련 물량만 조달해서는 한계를 느끼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팬오션은 지난해 간신히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업계 전체가 상당히 위축된 만큼 미래를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하림의 곡물사업 유통 역시 중장기적 사업계획인 만큼 지금으로서는 팬오션의 계약 비중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팬오션 입장으로는 하림의 물량보다 중요한 것이 결국 장기운송계약이다”며 “해운업에 첫 발을 내딛은 하림 측의 초반 고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것이 그룹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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