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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잔혹한 학교폭력 실태(上-사례)

집단폭행·인격모독·생명위협…애들싸움 도 넘었다

성인범죄 버금가는 끔찍한 사례 다수…제재 기구 학폭위 ‘유명무실’

이지현기자(bliy2@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9-25 00: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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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심각성의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어른들조차 쉽게 행하기 힘든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아직 인격이 채 완성되지 않아 참을성과 사리분별력이 미흡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얼마 큰 죄를 저질렀는지 모른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최근 부산 사상구에서 벌어진 10대 여중생들의 폭행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가해 여학생들은 공사 자재 등으로 피해 여학생을 마구 폭행했고, 피범벅이 된 피해 학생의 사진을 SNS에 공개했다. 학교폭력은 남학생에서 여학생으로, 중학생에서 초등학생으로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성별과 연령을 불문한다는 점에서 우려감이 더해진다. 문제는 학교폭력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눈높이가 아닌 어른들의 입맛에 맞는 행태들이 자주 일어난다는 점이다. 교사의 권위는 사라진 채 전문성이 결여된 일부 학부모들의 입김에 의해 학교폭력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처벌이 좌우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하는 사례가 2013년 702건에서 2016년 1149건으로 급증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학교가 자체적으로 예방활동과 문제해결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잔혹한 학교폭력 실태’로 정하고 전반적인 학교폭력 사례(上)와 여학생들 간에 벌어지는 정신적 폭력 사례(中), 해결방안(下) 등을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 최근 학교폭력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성인들조차 저지르기 힘든 끔찍한 범죄 사례가 SNS 및 언론매체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서다. 학교폭력은 보복 때문에 신고하는 경우가 적어 문제의 심각성은 알려진 것 보다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김진강 부장, 이성은·이지현·김민아 기자] 얼마 전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강릉 여중생 폭행사건 등 성인들조차 혀를 내두를 만한 학교 폭력 사례가 알려지면서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인 적 있다. 특히 가해학생들이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가책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자랑스럽다는 태도까지 보여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졌다.
 
가해학생들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피해 학생의 모습을 사진을 찍어 자신의 SNS 등에 공개하는 충격적인 행동을 일삼기도 했다. 일련의 사건들이 알려지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어린 학생들의 범죄 행위에 대해 특례를 적용토록 하는 소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법률’에 따르면 학교폭력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 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등으로 규정돼 있다.
 
지난 해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도내 초·중학생 162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24.9%는 최근 1년 내 학교 내에서의 신체 폭력 사건이 있었다고 답했다. 학교 폭력 발생 원인으로는 ‘가해학생의 성격 등이 문제가 있어서’라는 응답이 39.7%로 가장 많았다. 학교폭력 피해유형별을 보면 △언어폭력 34.8% △집단따돌림 16.9% △신체폭행 12.2% △스토킹 10.9% 순으로 조사됐다.
 
현재 성인이 된 이들 역시 학교폭력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포털 업체 ‘커리어’가 최근 성인 구직자 612명을 대상으로 ‘학내 폭력 실태’란 주제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5.1%는 ‘학교생활 중 폭력을 당해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방이 피해를 가한 이유는 무엇인가’란 물음에 응답자의 28.6%가 ‘이유 없다’라고 답해 학교폭력이 특정한 이유 없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개인적인 악감정(22.1%), 선후배 기강 확립(17.7%) 잘못에 대한 응징(9.8%) 등의 순이었다. 피해 유형으로는 ‘모욕성 발언 및 욕을 들었다’라는 답변이 31.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억지로 술을 먹였다’, ‘얼차려를 받았다’, ‘뒤통수를 맞았다’, ‘성희롱을 당했다’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갈수록 잔혹해지는 학교폭력…집단 괴롭힘 화풀이에 다른 친구 목 조른 사례도      
        
크게보기=이미지 클릭/[그래픽=정의섭]ⓒ스카이데일리
    
서울 도봉구 B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노철민(남·16·가명)군은 2학기가 시작된 지 약 한 달 정도 지났지만 아직도 지난 1학기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 군은 여전히 학교 가는 것이 두렵다며 근심 가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노 군에 따르면 그는 지난 1학기 평소 반에서 놀림을 받는 ‘박재희(가명)’라는 친구에게 목숨을 위협받는 끔찍한 일을 당했다. 쉬는 시간 교실에서 다른 친구로부터 놀림을 받는 박 군의 옆을 단순히 지나치기만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박 군은 노 군을 화장실로 끌고 가더니 다짜고짜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에게 당한 화풀이를 노 군에게 한 것이다.
 
박 군은 노 군의 목을 점점 더 강하게 졸랐다. 노 군은 눈물을 흘리며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때 마침 사건을 목격한 친구들에 의해 간신히 위기상황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노 군의 목은 이미 빨갛게 부어있었다. 그는 곧장 보건실로 향했다.
 
빨갛게 무은 목을 본 보건담당 교사가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으나 노 군은 끝내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 목을 조르던 박 군의 표정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진술하는 과정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보복이 가장 두려웠다.
 
▲ 사진은 학교폭력 피해자 노철민 군의 제보 내용이 담긴 문자메세지 ⓒ스카이데일리
도봉구 B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조은실(여·14·가명)양은 얼마 전 목격한 장면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조 양은 자신이 피해자가 아닌데도 단지 사건을 목격한 것 자체만으로도 학교 가기가 두렵다고 토로했다.
 
조 양에 따르면 얼마 전 학교 끝나고 학원을 가는 길에 여러 학교 교복을 입은 또래 학생들이 모여서 담배를 피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불량한 학생들이 모여서 담배를 피는구나’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칠라 했지만 자세히 보니 실상은 달랐다. 여러 학생들이 한 학생을 무릎 꿇린 채 ‘죽고싶냐’며 위협하고 있었다.
 
조 양은 “지켜보고 있는 나도 무서울 정도인데 당하고 있는 피해자는 얼마나 무서울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며 “곧 폭행으로 이어질 듯한 살벌한 분위기였지만 차마 신고를 할 용기조차 나지 않아 그냥 지나쳐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저런 끔찍한 폭행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학교가기가 무서워 진다”고 토로했다.
 
쓰레기 취급, 20명 집단 폭행, 의자에 묶은 후 폭행 등 성인범죄 버금가는 학교폭력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다양한 학교폭력 사례들이 게시물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8월에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개제된 ‘학교폭력이 얼마나 무서운 거냐면’이란 제목의 게시물도 그 중 하나였다.
 
현재 고등학생이라고 밝힌 게시물의 작성자는 중학교 시절 자신이 당해던 왕따 경험담을 전했다. 그는 친구들로부터 ‘쓰레기’ 취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자신을 향해 쓰레기를 던지는 일은 비일비재했고, 그냥 지나치기만 해도 ‘어디서 쓰레기 냄새가 난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고등학교 진학 후 상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친구들 표정이 조금이라도 안 좋으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자신을 23살 여대생이라고 소개한 S양은 자신도 초등학교 6학년 때 ‘부산 여중생 사건’과 비슷한 일을 겪었다며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게시물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에 따르면 S양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10여명의 친구들이 하루 아침에 돌변해 방과 후 학교 옥상으로 끌려가 남여 20여명으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다.
 
S양은 어머니께 도움을 요청했지만 가해학생 어머니들과 서로 잘 아는 사이인 S양 어머니는 “친구들끼리 잘 이야기하고 풀어봐라”고 말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S양은 그 후로도 가해 학생들과 같은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며 괴롭힘을 당했다. 특히 새 학기를 앞두고 반을 배정하는 시기에는 혹시라도 가해 학생들과 같은 반이 될 지도 모르는 불안감에 자살충동까지 있었다고 털어놨다.
 
교육부 학교폭력 상담 게시판에도 지난 8월 자신을 학교폭력 피해자라고 밝힌 학생이 쓴 ‘학교폭력’이라는 제목의 글이 등록된 적 있다. 게시물에 따르면 글쓴이는 함평시온원이라는 시설에서 함께 지내며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는 형으로부터 연일 폭행을 당하고 있다. 심지어 침을 뱉거나 먹던 음식을 빼앗는 경우도 빈번했다.
  
▲ 학생들은 언론에서 다뤄지는 커다란 학교 폭력 사건 외에도 여러 형태의 괴롭힘을 당하지만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하면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 알리지 못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하교 중인 중학생들(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 ⓒ스카이데일리
 
글쓴이를 의자에 묶어놓고 검은 봉지를 머리에 씌운 뒤 살충제를 뿌리는가 하면 금품을 갈취하기도 했다. 하루에 기본 15대 이상은 맞았다. 가해 학생의 폭행은 올해 4월부터 글쓴이가 글을 쓴 8월까지 약 4개월 동안 이어졌다. 글쓴이는 글 말미에 몸에 상처는 어느 정도 아물어 증거는 없지만 목격자가 있다며 가해자 처벌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학교폭력 근절 기구 학폭위, 학교위상 고려해 열리지 않는 경우 빈번
 
학교폭력은 마땅한 처벌 기구나 규정 등이 없다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졌다. 취재 중 만난 학생들은 “학교에서 ‘학교폭력 대책 자치위원회’가 있지만 학교명성 때문인지 활동 수준이 미비하고 학교폭력에 대한 심각성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학교폭력 대책 자치위원회(이하·학폭위)’는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사건을 조사한 후 심의를 통해 학교폭력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에게 조치를 내리고, 이를 학교장이 이행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 학생 생활 담당 교사는 “혁신학교로 지정된 후 학폭위는 거의 열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 한 번 열린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의 이성교제 문제로 남학생간 몸싸움이 번진 일이었다”며 “사소한 문제라고 판단해 학생들에게 경고하는 선에서 끝났다”고 설명했다.
 
[이지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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