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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제1야당이자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최대 현안인 개헌문제는 물론 △당 지도부 권위 추락 △지방선거 위기감 △권력형 비리의혹 등 악재에 둘러싸여 있는 형국이다. 보수 지지자들의 우려는 날로 높아지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의 악재는 외부의 영향보다는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엄밀히 말해 지난해 대통령 선거 이후 현재까지 정국의 고비마다 매번 ‘골든타임’을 놓친 지도부의 무능이 주된 원인이라는 평가다. 정국주도권을 쥘 수 있는 여러 차례의 기회를 안타깝게 놓쳤다는 의미다.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홍준표 대표는 투쟁적인 이미지 보다는 안정감을 줘야 한다”며 “투쟁은 김성태 원내대표에게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균형을 잡으라고 대표와 원내대표가 있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개헌협상 주도권 확보 관건…효과적인 전략 전술로 지방선거 승리 지렛대 삼아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연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는 자유한국당 지도부에 대해 당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당의 위기에도 아랑곳 하지 앟고 실효성 없는 비판만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자유한국당 소속 한 의원은 “지도부가 여권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 개헌문제를 조기에 마무리 지어야 한다”며 “개헌문제를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것은 판단착오다”고 지적했다. 유용화 한국외대 미네르바교양대학 교수 역시 “자유한국당이 개헌문제에 대해 그동안 소극적인 부분 인정하고 주도권을 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6월지방선거와 개헌안을 동시 투표하기 위한 여·야간 협상 마지노선은 5월 4일이다. 자유한국당은 6월말까지 협상을 끌고 가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안에 대해 사회주의식 개헌, 관제개헌, 자유시장경제 포기, 5.18 명기 불가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개헌안 협상을 자유한국당이 주도적으로 마무리한다면 자연스레 정국주도권을 쥘 뿐 아니라 지방선거에서의 전망도 보다 좋아질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부터 4월말 또는 5월초까지가 자유한국당으로서는 ‘골든타임’이다”며 “개헌안 협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하고 지금과 같은 모습을 계속 보이면 지방선거는 필패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여·야 양강 구도 형성 실패가 패착…“강·온 전략 통한 정국주도권 잡기 시급”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모두 강공일변도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서도 당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홍 대표가 지방선거를 오히려 망치고 있다’, ‘홍 대표 체제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등의 비판이 당내에서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홍 대표가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하는 인사들마다 줄줄이 난색을 표하자 당내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서 ‘차라리 홍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라’는 말이 흘러나올 정도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당 지지율과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는 지방선거 대책을 놓고 당 중진의원들과의 갈등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이 겪고 있는 악재는 지난해 대선이후 4당 체제(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구도가 형성되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대선 직후부터 안철수 전 의원이 당시 국민의당 대표로 선출된 8월말까지 3개월여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주장이다.
안 전 의원은 국민의당 대표로 취임하자마자 중도주의를 내세우며 연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이를 계기로 야권 지지층이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으로 각각 나뉘었다는 평가다. 반면 여권 지지층은 견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민주당과의 양강 구도를 지속하지 못한 것이 실책이다”며 “지금이라도 개헌협상에 전향적으로 임해야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 5월초까지는 주도권을 쥐고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며 “또 다시 이번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지방선거의 결과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실수하지 않는다면 (지방선거) 압승을 거둘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본다”며 “현재는 대안야당이 없는 느낌이다”고 진단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26일 회동을 갖고 본격적인 개헌협상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 발(發) 개헌안은 쉽사리 보수층의 지지를 얻기 어려워 여야 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 이번 개헌안 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내는 일이 홍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정치적 역량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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