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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중국 청산철강 한국진출 논란

부산시·中철강공룡 맞손에 초유의 실직사태 공포 확산

값싼 중국산 제품 한국산 둔갑 우려…국내 철강업계 일제 반발

김진강기자(kjk5608@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6-20 13: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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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포스코 포항공장 ⓒ스카이데일리
 
중국 철강업계의 한국진출 시도에 국내 철강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세계 1위 스테인리스 생산업체인 중국의 ‘청산철강’이 지난 3월 부산시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한데 이어 올 하반기 공장 착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철강업계를 비롯한 경제계·노동계는 청산철강의 한국진출이 국내 철강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화살은 청산철강의 국내 국내투자 유치에 나섰던 부산시를 향하는 모습이다. 부산시는 국내 파이프 제조사인 길산그룹과 청산철강이 함께 설립한 기업의 공장 지원을 비롯한 행정적 지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업은 각각 지분의 절반 씩 투자해 부산시 미음산업단지 내 외국인투자지역에 2만2000㎡ 규모의 냉연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합작법인명은 GTS다. GTS는 STS열연을 청산철강의 인도네시아 현지공장에서 수입해 냉연강판을 생산하게 된다.
 
중국 철강공룡 한국시장 진출에 고사 위기 내몰린 국내 철강업계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부산시는 조만간 길산그룹·청산철강과 MOU를 체결해 공장부지 제공 등 사업추진과 관련한 행정적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GTS의 냉연공장은 오는 2020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철강업체들의 한국시장 진출 시도는 지난 2013년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13년 중국의 철강업업체인 ‘판화그룹’은 경북 포항시에 2200억원을 투자해 복합 철강단지 조성을 추진했지만 지역 철강업체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중국 알루미늄 업체인 밍타이 그룹은 지난해부터 전남 광양 세풍 산업단지에 400억원을 투자해 알루미늄 공장건설을 추진 중이다.
 
중국 철강업체들의 한국진출 시도에 대해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 업체들이 세계무역시장에서 ‘중국산’이란 꼬리를 떼려는 의도로 판단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막힌 수출길을 우리나라를 활용해 뚫어보겠다는 전략으로도 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과거 판화그룹은 중국의 원자재를 가져와 포항공장에서 완제품으로 생산해 이를 ‘한국산’으로 수출하려는 계획이었다”며 “이번 청산철강의 국내 진출 역시 같은 목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는 철강 강국인 중국이 국내에 진출할 경우 공급과잉으로 인해 국내제품 가격은 하락할 것이다”며 “국내 업체들의 도산과 노동자들의 실직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 사진은 포항철강산업단지 내 현대제철 포항공장(위)과 포스코 포항공장 ⓒ스카이데일리
  
이 관계자는 “청산철강은 막대한 물량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원가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한국을 STS 열연제품의 소비창구로 활용하고 해외 수출을 위한 우회시장으로 이용하는 것을 넘어 향후 국내 시장을 잠식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현재 국내 철강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STS 냉연제품 수요는 103만톤인 반면 생산설비는 189만톤을 갖추고 있다. 86만톤 규모의 공급과잉을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청산철강은 막대한 물량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원가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한국을 STS 열연제품의 소비창구로 활용하고 해외 수출을 위한 우회시장으로 이용하는 것을 넘어 향후 국내 시장을 잠식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쇳물을 생산하는 ‘상공정’이 없는 국내 STS 냉연업체들은 국내 유일의 STS열연강판 생산업체인 포스코 또는 수입산 열연강판 등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등 수입산 냉연강판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가동률은 68.8%에 그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산을 대체해 인도네시아산 STS강판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데 이는 청산철강의 인도네시아 현지공장 제품 수입이 늘어난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오스트리아의 철강·금속시장 조사업체인 SMR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STS 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청산철강 등 중국 철강업체들의 인도네시아 진출이 이뤄지면서 공급과잉으로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청산철강이 인도네시아에서 STS 300만톤을 생산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청산철강은 올해 인도네시아에서 전체 STS 용량의 약 30%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철강협회는 청산철강의 국내 진출 시 냉연업체 근로자 2600여명의 대량실직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길산그룹이 스테인리스 구조관 시장의 55%를 장악중인 상황에서 공급규모가 늘어날 경우 동일한 제품을 생산 중인 업체들의 줄도산도 우려하고 있다.
 
오금석 철강협회 팀장은 “중국 청산강철의 한국진출이 현실화된다면 국내 STS냉연업계는 고사될 것이다”며 “대규모 실직 사태를 비롯해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미 국내시장은 공급과잉 현상이다”며 “청산철강은 저가 제품을 내세워 국내 수요를 잠식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중국산 철강포식자 불러 온 부산시, 반대여론 거세지자 서둘러 태세 전환
 
▲ 사진은 포항철강산업단지에 내걸린 청산철강의 한국진출을 반대하는 내용의 플래카드 ⓒ스카이데일리
  
청산철강의 국내진출을 반대하는 국내 철강업계·경제계·노동계 등의 목소리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철강산업단지가 위치해 있는 포항시는 최근 중국 청산철강의 국내 진출을 제지해 달라는 내용의 협조공문을 산업자원통상부에 제출했다. 지난 10일 포항시를 포함해 포항상의,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 경북동부경영자협회, 한국노총포항지부 등은 ‘중국 청산강철 부산냉연공장 투자’ 반대 기자회견을 갖는 등 지역 경제계도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포스코노동조합·전국금속노조 등 노동계의 반대성명 발표와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창원시·창원상공회의소·경남경영자총협회·경남벤처기업협회 등은 19일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 청산철강의 투자유치 철회를 촉구했다.
 
중국 철강기업의 국내진출에 대한 반발 여론이 높아지자 국내투자 유치를 추진했던 부산시는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부산시 투자통상과 김지효 주무관은 “길산그룹·청산철강과의 MOU 체결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기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반대 의견들도 경청하고 있다”며 “이를 감안해 심사숙고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김 주무관은 “길산그룹과 청산철강 간에 투자유치를 결정했다고 해서 부산시가 꼭 투자결정을 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사안에 따라 투자유치를 안 할 수도 있다는 말 이냐’는 질문에는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는 모호한 답변을 남겼다.
 
합작법인 설립에 나선 길산그룹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길산그룹은 최근 별도자료를 통해 “중국·인도네시아산 소재를 가공한 냉연제품이 한국산으로 둔갑한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STS 열연제품의 HS CODE(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와 냉연제품의 HS CODE는 5째 자리부터 다르다”고 피력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중국·인도 소재를 사용한다 해도 냉연공정이 한국에서 이뤄진 제품은 한국산으로 인정된다”며 “그렇다면 현대BNG스틸, 현대제철, 대양금속 등 중국·인도산 열연소재를 사용한 냉연밀이 지금까지 한국산으로 둔갑됐다는 것인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 스테인리스 업계는 한계에 직면했다”며 “GTS는 길산그룹의 생존을 위한 투자이자 한국 스테인리스 업계의 변화와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될 것이다”고 피력했다.길산그룹은 “GTS는 부산시와 최초협의 단계부터 경남·부산·울산 지역을 아우르는 스테인리스 제조 클러스터 육성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해 왔다”며 “기존 스테인리스 냉연 제조사들과 협의해 상생 방안을 마련하는 등 우려되는 고용손실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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