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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중국·일본 경제적 관점서 누가 더 좋은 파트너인가

우리 경제 추락 중국의 부상서 기인…일본은 오히려 협력 손짓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9-11-17 10:36:27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경제가 계속 꼬이고 있다. 수출은 잘 되지 않고, 내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 혹은 정체가 계속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경제의 양 날개가 동시에 꺾이고 있다. 해외시장 지향적 우리 경제에 수출이 맥을 추지 못하니 기업의 의욕이 저하되고 연쇄적으로 투자, 소비, 고용 등이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결국 수출이 회복되어야만 우리 경제가 그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 50여 년 간의 한국 경제를 되돌아보더라도 수출이 잘 될 때는 경제에 활력이 넘쳤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늘 휘청거렸다. 수출이 되지 않으면 우선 제조업 가동률이 저하되고, 연이어 지방 경제마저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그렇다고 이런 경제 구조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해법이 복잡해 보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단순할 수도 있다. 원론적이긴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수출이 확대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하고, 보완적인 장기 과제로 내수를 확충할 수 있는 지혜를 단계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현재 우리 수출이 고전하고 있는 것은 한 마디로 말해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의 변화에 순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규 수출상품이 나오지 못하고, 수출 시장 다변화에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평가이다. 이를 좀 더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보면 한·중·일 동북아 3국의 산업 구조가 상호보완적에서 빠르게 경쟁적으로 전환하고 있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부 품목에서만 경합이 나타났으나 이제는 전방위적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일본이 처절한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이유도 엄밀하게 따져보면 한국과 중국이 일본 산업의 경쟁력을 깎아내린 것에서 기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중국의 부상이 한국에게 또 다른 형태의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가능케 한다. 실제로 해외 시장에서 중국과 경합하지 않는 품목이 없을 정도다. 일반 상품은 물론이고 한국이 그나마 우위에 있다고 판단되던 가전, 스마트폰에 이어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위협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판국이다.
 
수출 1위 시장인 중국에서만 우리 상품이 고전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미국, 유럽, 동남아, 인도 등 대부분의 주력 시장에서 중국 상품 때문에 우리 설 자리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단순히 중국으로부터의 수출뿐만 아니고 현지 시장에 직접 투자 진출해 우리의 아성을 송두리째 넘보고 있다.
 
과거 우리가 일본에게 대들었던 시절과 실로 흡사하다. 시장에서는 영원한 강자도 없고 패자도 없다는 이야기는 여전히 진리다. 강자로 누릴 수 있는 시간은 잠깐이고 시간지 지나면 후발주자에게 그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도 한 마디로 말해 중국이 원인 제공자인 셈이다. 한 때 암울한 시절을 보냈던 일본 기업들이 한국 기업의 승승장구를 재평가하고, 이를 간과했던 것을 뼈저리게 반성한 적도 있었다. 절치부심의 시간을 보내면서 재기(再起)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값진 경험이었다. 다시는 패배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한국 혹은 중국 기업과의 차별화를 통한 새로운 영역을 찾기에 분주하게 움직인다.
 
재기(再起)를 위해 용트림하는 일본 기업, 한국·중국 기업과의 차별화에 역점
 
그렇다고 일본 기업에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이미 그들이 넘볼 수 없을 정도로 경제력이 커졌고,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해외시장에까지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하고 있다. 속적속결에다 무차별적인 공세로 거침없이 시장에 침투한다. 일본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이래저래 역부족이다. 누군가의 조력이 필요하고 함께 대응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낀다. 거대한 중국의 야심에 맞불을 놓을 수 있는 힘의 결집이 절실한 것이다. 내심 한국이 가장 적합한 파트너임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한·일 정부 간의 갈등이 아쉽기만 하다. 한국 재계도 마찬가지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일본과 경제적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 별로 반갑지 않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야기되고 있는 글로벌 가치사슬 구조의 재편 과정에서 한·일 기업 간의 연합전선이 중요해질 수 있다. 동남아와 인도 등을 타깃으로 중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남진(南進) 정책에도 대항마로서 지렛대 역할이 가능하다.
 
이처럼 한·일 양국이 처하고 있는 경제 상황이 매우 유사하다. 양국 경제계가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위기의 정도나 감지 수준도 거의 대동소이하다. 중국의 독주를 차단하지 못하면 제조업은 물론이고 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초토화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이다. 이 와중에 최근 네이버·소프트뱅크 동맹이 성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동남아 시장에서 중국의 ‘텐센트(Tencent·腾讯)와 한판 붙기 위해서다. 중국 인터넷 업체의 동남아 시장 선점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소프트뱅크 혼자서는 힘이 부족하지만 네이버와 합치면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법이 작용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위챗페이 등을 내세워 시장에서 사활을 걸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동남아 최대 차량공유업체인 ‘그랩’의 최대주주로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공동 투자한 ‘디디추싱’의 위세를 넘어서고 있다. 비단 이뿐만 아니고 중국 기업의 파상공세에 맞설 수 있는 한·일 기업 간의 협력 모델은 한 둘이 아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양국 정치의 비생산적 불협화음이 경제적 끈을 절단하고 있다. 한 쪽은 좌파 외골수, 다른 한 쪽은 집단적 극우 광기로 인해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기도 하다. 우리 쪽은 이상한 진영 논리에 사로잡혀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우(愚)를 계속 범하고 있다. 경제적 이해관계가 별로 없는 인사들이 어설픈 이념이나 편협한 과거사 논리에 매몰되어 일을 그르친다.
 
일본과의 경제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무리들을 매국적으로 호도하고 자기들이 마치 애국적인 집단처럼 행동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경제는 훨씬 더 민감하고 복잡하다. 정치 논리와는 별개로 경제는 실사구시적인 차원에서 어디에 이익이 있는지를 냉정하게 볼 줄 알아야 한다. 국내적인 공급 과잉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중국 기업을 막을 방도는 없다. 새로운 성장 센터가 되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도 우리보다 중국 기업의 우세가 현저하게 나타난다. 기업이 살아남고, 국가 경제의 추락을 막기 위해서라도 역발상(逆發想)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쩌면 그것이 원래 옳은 생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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