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앞세워 높은 국민적 지지를 얻었던 문재인정부의 인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4‧7재보궐선거(재보선)를 앞두고 실시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여당 지지율은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그 배경에는 여권 인사들의 잇따른 위선적 행위, 소위 말하는 ‘내로남불’ 논란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치권 안팎에선 지금의 사태는 이미 1년 전에 공개된 국민 경고를 무시한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앞서 여론 조사를 통해 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의 행동으로 ‘내로남불’이 선정됐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국민의 눈살을 찌푸릴 만한 ‘내로남불’ 행태를 저질렀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의 보궐선거 참패를 불러온 내로남불 논란과 이에 따른 반발 여론은 앞으로 차기 대선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기 고공행진 정부·여당, 앞뒤 다른 위선에 지지율 급락
지난해 4월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머니투데이 ‘the300(더300)’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7만3698명을 대상으로 사흘 간 실시한 ‘21대 국회의원이 가장 해서는 안 될 행동이나 태도’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상세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는 뜻밖이었다.
△갑질 등 오만과 무례(23.3%) △막말이나 몸싸움(19.0%) △상대방 무시(8.0%)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건 다름 아닌 ‘내로남불식의 자리 합리화’(40.4%)였다. 연령별로 60세 이상에서만 막말이나 몸싸움(29%)이 가장 높았을 뿐 다른 연령대 조사자 모두 내로남불 행태를 정치인으로서 제일 해서는 안 될 행동으로 꼽았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가장 당선되길 바라지 않는 의원상’으로는 본인과 주변의 이권만 생각하는 ‘이익추구형(28.1%)’이 1위에 올랐다. △언론 앞에 서면 큰소리치는 쇼맨십 의원(10.2%)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존재감 없는 의원(9.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해당 여론조사가 실시됐던 작년 4월은 여권의 전성기였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6주 연속 상승하면서 60%를 넘어섰으며 여당 지지율도 22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기는 총선까지 이어져 민주당 163석, 더불어시민당 17석, 열린민주당 3석 등을 더해 도합 183석의 슈퍼여당을 탄생시켰다. 반면 야권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84석, 미래한국당 19석, 국민의당 3석 등을 모두 합쳐도 106석으로 개헌저지선을 가까스로 지킨 수준이었다.
이러한 정치권 지형은 올해 들어 급격하게 변화했다. 재보선을 앞두고 리얼미터가 뉴시스 의뢰로 3월 30~31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시장 후보 지지도 관련 마지막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상세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57.5%,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36.0% 등을 각각 기록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판도가 바뀐 이유로는 잇따라 터진 여권의 ‘내로남불’ 논란이 지목됐다. 시발점이라 할 만한 사건은 3월 초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제기한 문 대통령 일가의 부동산투기 의혹과 이에 대한 여권의 태도였다.
곽 의원은 3월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 분석 결과 등을 근거로 문 대통령 딸 다혜 씨가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의 다가구용 단독주택(지하층, 1‧2층, 옥탑, 대지면적 84.6㎡)을 2월 5일 9억원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매각일은 공교롭게도 정부가 2·4부동산공급정책을 발표한 바로 이튿날이었다. 문 씨는 매입 약 21개월 만에 1억4000만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문 씨의 해당 주택 실거주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후에는 문 대통령 처남 김모 씨(65)가 과거 소유했던 경기도 성남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내 전답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수용되면서 47억원의 토지보상 차익을 거뒀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나아가 문 대통령 자신도 경남 양산시 사저 부지 매입 과정에서 ‘영농경력 11년’을 허위기재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들 의혹은 모두 정의와는 거리가 먼 사안들로 평가됐다.
청와대, 대통령 일가가 혐의를 적극 부인하거나 대국민사과에 나서는 대신 현직 야당 의원을 고소하고 “사저 밭에 짓는 게 영농이지 뭔가(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라는 성의 없는 답변을 내놓았다. 결정적으로 문 대통령이 해당 논란에 “좀스럽다”고 발언하면서 성난 민심은 들불처럼 번졌다.
철옹성 같던 민주당 지지율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3월 8~12일 전국 유권자 25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3월 2주차 주간집계에서 30.1%로 내려앉으면서 국민의힘(32.4%)에 역전당했다. 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도 37.7%로 하락했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 자신이 적폐임을 시인한 것이다”고 직격했다.
“국민은 안 되고 우린 되고”…연이은 내로남불 논란에 결국 민심 잃은 슈퍼여당
여권의 내로남불 논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3월 말에는 김상조 청와대정책실장이 임대료 인상폭을 5%로 제한한 여당 주도 임대차3법 시행 직전에 본인 소유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14.1%나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21대 국회 첫 법안으로 전월세 5% 상한제를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7월 임대차3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서울 중구 신당동 아파트 임대료를 9%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평소 가난한 이미지를 내세우며 ‘거지갑’ 등의 별칭을 얻은 박 의원을 둘러싼 논란에 여론은 크게 들썩였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도 배우자 명의로 일본 도쿄에 약 10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보유한 사실이 밝혀져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받았다. 여당이 평소 야당을 향해 ‘토착왜구’ 등의 원색적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 ‘원조 친노’ 이광재 의원 배우자 등도 임대차3법 시행 전 세입자들에게 전월세를 올려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여권은 뒤늦게 자성에 나서고 있다. 박 후보는 민주당 당명이 빠진 하늘색 유세점퍼를 입고서 선거운동에 임하는 등 여당과 거리를 두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1일 대국민성명을 내고 “내로남불 자세를 혁파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1년 전에 이미 ‘내로남불’ 행태를 바라보는 국민 시각이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났음에도 불통으로 일관하다가 선거를 앞두고서야 고개 숙이는 모습에 이마저도 ‘악어의 눈물’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민(中民)이론을 제창한 진보 원로인사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여권은 기득권을 다지는 일을 나쁘다고 생각지 않는다. 자신들이 바꿔온 사회를 지키는 방법이라 생각한다”며 “진보 표방 세력이 권력을 장악하면 독재에 가까워지는 사례가 있다”고 경고했다.
[오주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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