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놀라웠다. 7일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은 예상을 깨고 말 그대로 압승을 거뒀다. 일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연령층에서 지지를 받았다. 여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되는 지역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충격적 결과 앞에 여당은 정적에 휩싸였고 야당은 짧게 기쁨을 표현한 채 곧장 표정관리에 돌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궐선거는 부동산 실정과 여당 인사들의 앞 뒤 다른 태도가 결정지었다고 입을 모았다. ‘여당 선택하면 정의, 야당 선택하면 적폐’라는 편 가르기, 공포조장, 마녀사냥, 그리고 현실과 동 떨어진 경제 정책 등이 결국 ‘민심의 이동’이라는 결과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이러한 민심의 흐름이 내년 대선까지 연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년 새 180도 바뀐 민심… “4년 만의 눈물 겨운 승리”
“오세훈 후보 59.0%, 박영선 후보 37.7%”
7일 오후 8시를 조금 넘긴 시각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3층 강당에 꾸려진 개표상황실의 TV 스크린에 지상파3사 공동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실내에서는 일순간 함성이 터져 나왔다. 국정농단 사태 이래 4년만의 승리였으며 의심할 여지가 없는 완승이었다.
당초 국민의힘 안팎에선 박빙 승부를 예측하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24곳, 서울시의회 109석 중 101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의 조직력이 막판에 결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20%p 이상의 격차로 오 후보가 앞섰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민심이 크게 움직였음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오후 7시 57분께 와인색 넥타이 정장 차림으로 상황실에 들어섰던 오 후보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눈시울을 붉힌 채 끝내 고개를 떨궜다. 이번 선거를 진두지휘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 등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박수갈채를 보냈다. 오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이뤘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국민의힘 당사를 찾았다.
언론카메라를 통해 지켜보고 있을 국민 앞에 90도로 허리 숙인 오 후보는 “아직 당선이 확인된 게 아니기에 좀 더 지켜보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개표 결과도 출구조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8일 오전 3시13분께 100% 개표 결과 오 후보의 최종 득표율은 57.50%,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39.18% 등의 선거 결과를 발표했다.
오 후보는 강남구 73.54%, 서초구 71.02%, 송파구 63.91% 등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에서 승리했다. 특히 박 후보의 18~20대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이자 현재 친문 핵심 윤건영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구로구에서도 오 후보는 53.21%의 지지율로 박 후보(43.73%)를 따돌렸다. 도봉구, 성북구 등 민주당 텃밭인 이른바 ‘강북 벨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종인 위원장은 “민심이 폭발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국민의 상식이 이긴 선거가 아니었나”라고 자평했다. 국민의힘 당대표를 지내고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탄핵 대선 이후 4년 만에 이겨보는 눈물겨운 승리다.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을 핍박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비상식에 대한 국민 배신, 결국 투표결과로…“잘해서가 아니라 덜 싫어서라는 민심 읽어야”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민주당이 그동안 입법·사법·행정에서 보인 ‘비상식’이 민심의 대이동을 불러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심판 정서가 생각보다 강했다. 부동산 문제, 공직자 투기 사태 등과 같은 이슈들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민주당의 현실 인식, 공감 능력에 대한 불만이 뚜껑 터지듯 쏟아졌다”며 “김상조 전 청와대정책실장,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내로남불이 대못을 박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황이 이런데도 민주당은 3%p 차이의 박빙 승부라고 주장해 중도층은 ‘저 당은 대체 무슨 당이냐’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 의원 등은 전·월세 5% 상한제를 골자로 하는 임대차3법을 주도했음에도 정작 자신은 세입자로부터 임대료를 대폭 올려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비상식에 분노한 민심의 이동은 성별·연령·지역을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출구조사 기준으로 오 후보는 거의 모든 성별, 연령별 투표에서 박 후보를 앞질렀다. 특히 진보세가 강했던 20~30대 연령층도 오 후보를 선택하는 등 ‘청년 진보, 노년 보수’라는 공식이 이번 선거에서 만큼은 예외로 작용했다.
오 후보의 성별·연령 별 득표율은 △20대 남성 72.5%, 여성 40.9% △30대 남성 63.8%, 여성 50.6% △40대 남성 45.8%, 여성 50.2% △50대 남성 52.4%, 여성 58.5% △60대 이상 남성 70.2%, 여성 73.3% 등이었다. 20대 남성 득표율이 60대 이상과 거의 비슷하다.
또 오 후보는 강남구 73.54%, 서초구 71.02%, 송파구 63.91% 등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에서 승리했다. 특히 박 후보의 18~20대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이자 현재 친문 핵심 윤건영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구로구에서도 오 후보는 53.21%의 지지율로 박 후보(43.73%)를 따돌렸다. 도봉구, 성북구 등 민주당 텃밭인 이른바 ‘강북 벨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비단 서울만은 아니었다. 민주당은 재보궐선거 지역 21곳 중 호남 4곳에서만 승리하는 성적을 거둬 전국 민심이 바뀌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번 보궐선거가 내년 대선 결과를 미리 점치는 ‘미니 대선’으로 평가됐다는 점에서 향후 정권교체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각 지역 선거 여·야 득표율을 보면 △부산시장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 62.67%, 김영춘 민주당 후보 34.42% △울산 남구청장 서동욱 국민의힘 후보 63.73%, 김석겸 민주당 후보 22.15% △경남 의령군수 오태완 국민의힘 후보 44.13%, 김충규 민주당 후보 30.1% 등이었다.
또 △서울시의원 강북구 제1선거구 이종환 국민의힘 후보 50.75%, 김승식 민주당 후보 49.21% △경기도의원 구리시 제1선거구 백현종 국민의힘 후보 54.86%, 신동화 민주당 후보 45.13% △충북도의원 보은군 선거구 원갑희 국민의힘 후보 41.16%, 김기준 민주당 후보 22.3% △경남도의원 고성군 제1선거구 백수명 국민의힘 후보 56.57%, 류정렬 민주당 후보 23.82% 등이었다.
아울러 △경남도의원 의령군 선거구 손태영 국민의힘 후보 61.76%, 정권용 민주당 후보 38.23% △경남도의원 함양군 선거구 김재웅 무소속 후보 48.61%, 정재각 민주당 후보 12.81% △전남도의원 순천시 제1선거구 한춘옥 민주당 후보 64.79%, 주윤식 무소속 후보 35.20% △전남도의원 고흥군 제2선거구 박선준 민주당 후보 53.3%, 정순열 무소속 후보 46.7% 등으로 나타났다.
이어 △서울 영등포구의원 바선거구 차인영 국민의힘 후보 59.12%, 양송이 민주당 후보 40.87% △서울 송파구의원 라선거구 김순애 국민의힘 후보 62.96%, 배신정 민주당 후보 30.01% △경기 파주시의원 가선거구 박수연 국민의힘 후보 49.0%, 손성익 민주당 후보 41.2% △경남 의령군의원 다선거구 윤병열 무소속 후보 50.19%, 차성길 국민의힘 후보 49.80% 등을 각각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경남 함안군의원 다선거구 황철용 국민의힘 후보 74.34%, 조호기 민주당 후보 25.65% △충남 예산군의원 라선거구 홍원표 국민의힘 후보 41.41%, 이흥엽 민주당 후보 32.06% △전북 김제시의원 나선거구 김승일 민주당 후보 46.73%, 김성배 무소속 후보 31.42% △전남 보성군의원 다선거구 조영남 민주당 후보 45.12%, 윤정재 무소속 후보 45.02% △울산 울주군의원 나선거구 박기홍 국민의힘 후보 61.38%, 김기락 민주당 후보 38.61% 등의 득표율을 각각 보였다.
보궐선거 결과 발표 이후 정치권 안팎에선 만연한 여당심판론 앞에 야권의 강풍이 차기 대선까지 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야권이 단일화를 하고 (서울)시장선거에서도 승리함에 따라 정권교체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섣부른 자만은 금물이라는 경각심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다수석인 서울시의회 차원의 시정 비협조(이낙연 전 대표), 내곡동 논란에 대한 국정조사(진성준 의원)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서다. 특히 이번 결과는 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정부·여당이 더 미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면서 겸손하고 진중한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민심은 무섭고 현명하다. 선거에 나타난 국민 메시지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며 “변화, 혁신의 방향으로 쭉 나아가야 한다. 자만하지 않고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주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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