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퇴사 후 경쟁 업체 이직 금지 약정을 어기고 경쟁사로 이직한 것이 적발됐다. 반도체 개발 경쟁에 나날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핵심 인력 또는 기술 유출에 대한 경각심도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7일 D램과 HBM 설계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 A 씨가 2022년 7월 SK하이닉스에서 퇴사 후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 임원으로 이직한 것에 대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 A씨는 SK하이닉스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며 설계에 관여한 핵심 인력이다.
A씨는 SK하이닉스를 나가면서 경쟁 업체에 2년간 취업·용역·자문·고문 계약을 맺지 않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마이크론에 입사했고 SK하이닉스가 법적 대응에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2월29일 SK하이닉스가 A씨를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위반 시 1일당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SK하이닉스는 “당사에 근무하던 직원이 2022년 퇴사 후 마이크론에 입사해 법원에 전직금지가처분 신청을 했고 이에 대한 판결이 2월 말에 나왔다”며 “HBM을 포함한 D램 설계 관련 기술은 국가 핵심기술에 포함되기에 법원의 판결은 적법하며 환영하는 바”라고 전했다.
HBM은 반도체 업계의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는 핵심 상품으로 AI 등 고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분야에 사용된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이 HBM 개발에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세계 최대의 AI 반도체 제작사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면서 글로벌 HBM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현재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위 기업으로 2월26일 세계 최초로 차세대 HBM 제품 HBM3E 양산을 시작해 본격적으로 HBM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핵심 인력의 유출은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의 점유율 격차 유지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한편 HBM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반도체 업계의 기술 및 인재 유출 시도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작년 9월에는 SK하이닉스 협력업체 임직원들이 협력 과정에서 파악한 핵심 기술을 중국 반도체 업체로 유출한 것이 적발돼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작년 12월에는 삼성전자 전 직원이 관계사 직원과 공모해 삼성전자의 18나노 D램 반도체 공정 정보를 중국 반도체 기업에 빼돌린 것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에 더해 기업이 핵심 기술 유출이나 퇴사자의 경쟁 업체 이직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기 때문에 지금도 핵심 기술이 유출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퇴사 후의 행보는 어떻게 보면 개인의 사생활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회사가 다 추적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퇴사할 때 보안서약서나 약정서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기술 유출을 완벽히 방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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