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임현범 부장|강주현·이지영·이하은 기자] 21대 총선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정당들은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공약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국회 스스로의 개선을 약속하는 정치 개혁을 강조하는 가운데 미래 세대 교육 제도에 대해선 엇갈린 공약을 내놓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자사고 폐지·인헌고 대책 쏙 빠진 여당…미래통합당, 일관된 교육철학 강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공립대 교육·연구 환경 개선 및 반값등록금 실현, 국가장학금 지급단가 확대 및 대출 금리 인하 등을 주요 교육 공약으로 내놨다. 국·공립 대학의 기능을 강화하고 학자금대출 제도를 개선한다는 내용이다.
국·공립대에 대한 낮은 투자지원 및 열악한 연구 환경 등으로 인해 교육 기반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진단 하에 타 국가에 비해 국·공립대 비중이 낮고 등록금이 높은 현실을 지적하며 국가 지원금 확대 등 재정지원을 통해 수입 부족분을 충당하고 국립대의 교육·연구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공약의 요지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공립대학의 취약점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취약계층의 금전적 문제로 인한 진학 좌절 등을 개선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실성에 대한 우려를 사고 있다. 상당한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데 반해 예산을 어떤 방법으로 조달할 건지에 대해선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는 “학생이나 학부모로서 등록금 인하는 환영할 만한 것이다”면서도 “대학의 현실적인 문제와 국가의 재정 상황·여력 등 실질적으로 검토할 사항들이 많아 실질적인 검토 없이는 포퓰리즘 공약에 그칠 것이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여당으로서 현 정권의 정책으로 인해 야기된 자사고 폐지나 인헌고 사태 등과 같은 논란에 대해선 공약에서 전혀 다루지 않고 있어 문제를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논란도 있고 곤란할 수 있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될 교육 현안에 대해서는 피해가는 것은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 여당으로서 무책임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겨냥한 공약을 대거 내놨다. 미래통합당은 인헌고 사태 등으로 드러난 학교현장의 정치편향을 지적하며 학생·학부모가 교육감에 전학을 요청할 수 있는 ‘전학청원권’을 도입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교원의 징계를 강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교단에서 배제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학교 내에서 후보자나 선거운동원이 공직선거 운동을 할 수 없게 하고 정규수업시간에 학생의 선거운동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은 정부가 추진하는 자율형사립고·외고·국제고 폐지 정책을 바로 잡겠다고도 했다. 특수목적고등학교의 폐지를 원상회복하고 일반고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교육부의 자사고·국제고·외고 폐지를 중단하고 회계비리·입시부정 이외의 사유로 지정을 취소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와 여당의 실책을 겨냥한 공약은 또 있다. 이른바 ‘조국 사태’로 드러난 학생부종합전형 중심의 입시제도의 문제에 대한 개선안도 내놨다. 미래통합당은 2020학년도의 수시모집이 전체 모집 비율의 77.3%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이 ‘깜깜이 전형’으로 불릴 만큼 그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시행령에 규정된 입학전형에 관한 사항을 법률에 규정해 일반전형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선발하는 모집인원 비율을 대폭 상향할 계획이다. 학생 충원의 어려움이 있는 지역대학과 예체능계 대학은 별도로 규정해 특별전형의 기회를 유지하기로 했다.
편향된 정치교육 차단과 특목고 폐지정책 저지 등을 통해 학생과 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학종 등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입시제도의 선발비율을 축소하고 공정성이 보장되는 수능을 통한 선발비율을 높이겠다고 밝혀 공정을 강조하는 국민의 요구를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통합당의 공약을 두고 이종배 대표는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원하는 학부모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사고에 대한 정책이 정권마다 오락가락하면서 미래 교육이 불안정해지니 (학생·학부모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자사고의 존립 근거를 변경이 어려운 법률로 정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 할 만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교사가 정치 편향적인 교육을 한다면 학생이 정치적인 부분에 있어 강요받거나 편향적인 가치관을 가지게 된다”며 “교사가 정치 편향적이라면 전학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점은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다”고 평가했다.
정의당은 오히려 논란이 된 사립고·특목고 폐지 정책을 강화하는 정책들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을 계획대로 진행하고 평준화를 기본 체제로 확립하는 고교 평준화를 법제화하는 공약을 내놨다. 학교장 선발이 불가피한 경우 시도교육감 권한으로 허용할 것과 국제중학교의 일반중학교 전환까지도 제안했다.
사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개헌 국민투표와 학원법 개정을 통해 의무교육과정에서의 선행 사교육을 아예 금지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학력차별금지법을 통해 취업·승진·처우 등에서 학력·학벌 차별이 있을 시 처벌 및 행정조치를 취해 학력차별을 철폐하고 블라인드 입시 및 채용을 확대하겠다고도 밝혔다.
교육 체계를 정치에서 분리하고 독립적으로 다루겠다는 발상은 평가할만하나 함께 내세운 공약들이 일괄적인 교육 방식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력 차별과 사교육 편차를 해소하기 위한 취지와 달리 개인과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모든 사학과 개인의 권리를 무시한 채 공교육만을 내세우며 국가가 사립학교의 임금에까지 관여하고 개인의 사교육까지 일방적으로 통제하려 든다는 점은 헌법에 명시된 개인과 법인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조항과도 충돌할 여지가 있다. 정의당의 정체성에는 일관성이 있지만 국민들 입장에선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정의당 공약 전반이 지나치게 지지층의 요구에만 편중돼 있다”며 “사회적 담론 차원이나 교육계·사회 정책을 이반하는 층에서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안들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자사고 문제는 논란이 되고 있고 교육 현안으로써 다뤄지고 있는 주제이기에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교육 중지 방안에 대해서는 “사교육이 여러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사교육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담론적인 부분에서는 공감한다”면서도 “사교육 금지는 과거 5공 때 시행했던 정책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다”고 지적했다.
국회 ‘스스로’ 개선 약속, 정치 기능 강화·개혁 한 목소리
20대 국회에서는 여야가 사안마다 충돌하며 국회 일정이 여러 차례 파행을 빚은 바가 있다. 국회 구성을 결정하는 선거에 대한 법률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국회 합의 정신이 무시되고 패스트트랙에 올라 일방적으로 처리되는 일도 있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국회의 관습을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정치권 및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총선이 갈라진 여론을 수습해 국민통합을 이루는 계기가 돼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과 정치 분야 공약에서도 진영논리를 초월한 공공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자신들의 이념에 따른 주장만을 강요할 게 아니라 현장과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고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정책으로 민심을 회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 공약으로 △국회 운영 상시화 및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통한 법안처리 신속화 △ ‘국민입법 발의제’ 도입 추진 △국회의원 불출석에 대한 제재 강화 △‘국민소환제’ 도입 및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상설화 등 추진 등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해 신속한 법안처리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상임위에서 법안을 의결하기 전에 국회사무처 법제실 또는 국회의장이 지정한 기구에서 체계자구 심사 결과를 보고받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임시회 개회 및 상임위원회 운영 의무화로 국회 운영을 상시화하고 국회의원의 불출석에 대한 제재를 도입해 정당한 사유 없이 국회 회의에 불출석하는 경우 세비를 단계적으로 삭감하고 불출석에 대해 출석정지 등의 징계규정을 신설한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국민소환제를 도입해 국회의원의 윤리의무를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의 정치 공약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법안 처리의 신속성과 참여 강제에만 방점을 둔 탓에 여러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대 의견을 내는 의원의 의사나 저항을 묵살하고 법안을 강행할 수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다수당이 이런 허점을 악용해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도 전무하다. 국민소환제는 남용될 경우 국회의원의 정상적인 의사일정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숫자에 의한 인민재판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개선 방안으로는 △상임위와 소위원회 자동개회 법제화 △국회의원 출결상황 실시간 공개 및 무단결석에 대한 패널티 부과 △소위원회 중심체제로의 국회운영체제 전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상설화 △패스트트랙 남용 방지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국민의당은 현재 국회 운영의 중심이 되는 상임위원회가 제한된 질의시간과 장관만을 상대하는 방식으로 인해 현장실무에 대한 상세한 파악이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차관이나 실국장을 상대하는 법안소위나 예산결산소위 등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소위원회의 실질적 가동을 위해 현재의 법안소위, 예산결산소위, 청원소위를 정책·기관별로 더 세분화할 것도 제안했다.
이 밖에 상임위·소위원회 자동개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상설화로 국회의 정부정책 및 예산운용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강화할 것과 국회의원 출석여부 공개 및 불출석 징계로 국회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국민의당의 정당 부문 공약은 세비를 절약하고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점에서 이상적이나 법안 개정을 위해서는 타 정당들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그 실현 가능성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국회 운영체제 전환은 국회 감시 기능의 실효적인 부분을 강화하고, 패스트트랙 안건 제한은 다수의 힘으로 소수의견을 묵살하는 부작용을 방지한다는 취지다. 앞서 패스트트랙에 올라 강행 처리된 선거법처럼 국회 구성을 결정하는 선거법을 다수가 다수의 힘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을 밀어붙이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이하은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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